나야 나! SK 에이스!

준플레이오프를 피하기 위한 정규시즌 2위 싸움에서 ‘SK 와이번스’가 김광현(23)의 부활로 천군만마를 얻었다. 2군 활동을 접고 돌아온 김광현은 SK 에이스였던 면모를 잃지 않은 채 막강 투구로 상대팀을 주눅 들게 만들었다. 최근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는 여섯 타자를 연속 삼진 시켜, 남은 경기 동안 드라마틱한 승부가 기대된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김광현이 따낸 승리로 SK는 지난 5일을 기준으로 2위 ‘롯데 자이언츠’와의 간격을 2게임차로 좁혔다. 김광현은 “완벽하게 준비 됐으며 남은 경기에서 제 역할을 해 내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김광현은 ‘비룡군단’으로의 귀환 후 첫 경기였던 지난달 25일 ‘LG 트윈스’전에서는 무난한 활약을 펼쳤다.
오랜만의 선발 등판치고는 합격점을 받았지만 5이닝 2실점이라는 기록에 대해서는 좀 더 분발을 바라게 만들었다.
올 시즌 김광현은 시련의 해였다. 4월 한 달 동안 1승 2패 평균자책점 4.63에 그치는 부진으로 시즌 초반을 보냈고 이후 두 차례나 2군에 내려갔다. 특히 지난 6월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는 8이닝 동안 147개의 공을 던져, 홈런 세 방을 포함해 14개의 안타를 얻어맞았다.
부진으로 지난 6월 24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김광현은 일본 후쿠오카로 떠나 베이스볼 클리닉에서 진찰 및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그리고 지난달 20일 1군에 합류했다. LG전은 2군으로 내려간 지 94일 만의 선발 등판이었다.
당연히 SK 입장에서는 김광현의 합류가 큰 힘이 됐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복귀가 늦어진다면 매 경기가 모두 절실한 토너먼트 전에서 컨디션을 점검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SK 이만수 감독대행은 “김광현이 성공적인 선발 복귀전을 치렀다고 생각한다. 다음에는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신뢰를 보였다.
LG전을 마친 김광현 또한 “팀 순위가 밀려나 재활하는 동안 미안한 마음이 컸다”면서 그간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더 이상의 2군행은 없다
김광현의 철저한 준비와 다부진 각오 때문인지 전성기 기량은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타났다.
김광현은 지난 3일 삼성전에서 4이닝 동안 탈삼진 7개를 솎아내는 무실점 완벽투를 선보였다. 특히 1회부터 3회까지는 6연속 삼진을 잡아냈다. 삼성 타선이었던 박한이, 박석민, 최형우, 강봉규, 모상기, 조영훈은 투수 김광현이 던진 22개의 공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3회 2사 후 신명철에게 내야 안타를 내줬지만 시즌 1위 팀 선수들을 공략했다는 점에서는 한국시리즈 대결 구도에서 우위를 점할 수도 있게 됐다.
김광현의 이날 호투는 2008년 10월 KIA전에서 기록했던 자신의 탈삼진기록 타이였다. 이 감독대행 또한 예상하지 못한 활약이었다.
경기 전 이 감독대행은 “오늘 김광현은 포스트시즌을 대비한 컨디션 점검 차원으로 등판시켰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광현이 예상보다 컨디션이 좋자, 점검 차원치고는 많은 4회 48개의 공을 던지게 했다.
삼성전에서 김광현은 공은 직구, 슬라이더 할 것 없이 끝이 살아있었다. 직구는 145㎞에 머물렀지만 안정된 제구력을 보였고 슬라이더는 상대 타자를 요리하는 주무기로 돋보였다. 완급 조절을 위한 커브도 원하는 곳에 꽂혔다.
경기 후 김광현은 “사실 경기 전 컨디션은 별로 안 좋았는데 마운드에 오르니까 힘이 났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지난 번 등판보다는 볼이 조금씩 좋아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광현은 “우승이라는 목표를 위해 남은 경기에서 주어지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우승도 경험해 본 투수가 잘 던진다
김광현의 부활로 SK는 투수진의 보강을 이뤘지만 변수는 아직 남아있다.
먼저 김광현은 세 달 가까이 재활에 매진했기 때문에 많은 공을 던지지 않았다. 게다가 2군생활 초반에는 훈련을 통한 경기 감각 유지보다는 휴식과 컨디션 점검이 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플레이오프는 한 경기에 결과가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투수가 갖는 피로도와 부담이 매우 크다. 최근 삼성전에서 김광현은 “컨디션을 점검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던져 좋은 결과를 낳았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등판은 다른 성격을 띌 수밖에 없다는 것.
김광현 역시 이 같은 분석을 “체력적인 부분이 걱정이며 보완해야 한다”는 답변으로 인정했다.
김광현은 “많이 던져보지 못했으니 걱정 된다. 물론 남은 시간 체력을 키워야겠지만 당장 체력을 만들기는 힘들다. 한 구 한 구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긴 이닝 소화가 앞으로의 필승 숙제로 자리 잡았지만 SK 김상진 투수코치는 김광현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김 투수코치는 “그동안은 실전 등판에서 조금씩 흔들렸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투구 밸런스가 점점 완벽에 가까워지고 있다. 팔꿈치 부상에 의한 모든 부담을 떨쳐냈다고 본다”고 말했다.
두 차례의 2군행과 프로 선수 경력 사상 최다실점, 최다투구 패배의 상처를 털어내고 돌아온 김광현. 포스트 시즌에서 어떤 투구로 경기를 흥미진진하게 만들어 낼지 궁금해진다.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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