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롱뽀롱 뽀로로 창조한 오콘, 아이코닉스 상대로 소송 돌입

세계 120개국에 수출되며 3893억 원 이상의 브랜드 가치를 지닌 ‘뽀로로’가 저작권 소송전에 휘말렸다. 뽀로로는 EBS에서 2003년부터 방영된 어린이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의 주인공이다. 노란 비행모자와 황색고글을 쓴 꼬마 펭귄이 뽀로로. 이번 소송은 제작사 ‘오콘’이 공동사업자인 ‘아이코닉스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법원에 ‘저작자 확인’을 신청하면서 빚어졌다. ‘오콘’은 ‘아이코닉스엔터테인먼트’가 독자적인 행보를 통해 창작자들의 권리와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뽀로로의 저작권 싸움을 대처하기 위해 ‘뽀로로 보호법’(가칭)을 들고 나섰다.
지난 4일 뽀로로 제작사 오콘(대표 김일호)은 아이코닉스엔터테인먼트(대표 최종일)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뽀로로’의 실제 창작자를 가리는 소송을 제기했다. 창작자로서의 권리와 명예를 되찾겠다는 것이 소송의 이유다. 아이코닉스가 뽀로로를 탄생시킨 오콘의 기여를 왜곡하거나 외면하고 있다는 것.
오콘은 아이코닉스가 공동사업자이자 기획·마케팅을 담당한 회사임을 인정하고 있지만 실제 소유권은 자신들에게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오콘은 ‘저작 인격권’이란 법을 중심으로 이번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저작 인격권은 저작물 창작에 직접 참여한 사람만 주장할 수 있는 권리다. ‘저작 재산권’과 달리 양도나 상속이 불가능하다.
저작권은 저작물의 경제적 이익을 대상으로 하는 저작 재산권과 만든 이의 인격적 가치를 대상으로 하는 저작 인격권으로 나뉜다. 오콘 측의 주장에 따르면 아이코닉스는 저작 재산권만을 지닐 수 있다.
오콘은 자신들이 저작 인격권을 인정받기에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뽀로로의 초기 기획 단계부터 캐릭터 창조에 결정적인 캐릭터 라이징, 3D 모델링, 셋업, 52편 이상의 애니메이션 제작 등을 총괄했기 때문이다.
오콘이 법원으로부터 저작 인격권을 인정받게 되면 지적재산권을 가지고 있는 아이코닉스, EBS, SK 브로드밴드는 오콘의 허락 없이 저작물의 동일성에 손을 대거나 성명, 칭호 등을 바꿀 수 없다.
뽀로로 힘들게 하지마
오콘은 소장을 통해 “아이코닉스는 기획·광고의 역할을 했을 뿐”이라며 “뽀로로 캐릭터 및 영상저작물을 직접 맡은 오콘이 단독 저작자”라고 밝혔다.
김일호 대표를 비롯한 오콘 제작자들은 뽀로로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지도 모르는 이번 싸움을 전적으로 아이코닉스 책임으로 여기고 있다.
김 대표는 아이코닉스가 뽀로로의 단독 제작사인 것처럼 비춰지면서 3년 연속 ‘대통령상’을 탄 것에 대해 매우 불편한 심기를 보였다. 오콘 측은 아이코닉스 측에 수상 배경을 놓고 항의했지만 “회사 이름을 적는 난이 한 칸 밖에 없었다”, “직원의 실수였다”라는 대답을 들은 게 전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대표는 “뽀로로는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열정으로 만들어졌다. 각자의 역할을 있는 그대로 바로잡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아이코닉스가 언론플레이로 뽀로로의 창작자를 오인하도록 만들었다. 우리는 수없이 문제제기를 했지만 아이코닉스는 실소유권이 모두 자신들에게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고 덧붙였다.
“돈을 위해서가 아니다”라고 강조한 김 대표는 이번 소송이 자본이나 마케팅 파워에 밀려 많은 것을 내줬던 창작자들의 권리를 보호받는 계기로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
아이코닉스의 속내 뭐였나
아이코닉스 측은 “오콘이 공동사업자가 분명하고 캐릭터와 영상을 담당한 것이 맞지만 공동작업을 두고 ‘우리만이 창작자’라고 하는 건 말이 안된다”내용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아이코닉스의 입장 고수는 지난 5일 방영된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 편에서 그대로 증명됐다. 강호동의 마지막 녹화 방송이기도 했던 이날, 아이코닉스 최종일 대표는 ‘뽀로로 창시자’라는 자격으로 출연해 많은 이야기를 전했다.
강호동은 ‘뽀느님’, ‘뽀통령’으로까지 불리는 뽀로로의 인기에 감탄하면서 “뽀로로는 모든 아빠들의 라이벌, 나도 뽀로로에게 아들을 뺏겼다”고 말했다.
한국애니메이션 제작자협회의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한 최 대표는 방송을 통해 뽀로로의 탄생과정과 에피소드를 풀어나갔다.
한편 국회에서도 뽀로로의 파급력을 인지한 듯 ‘뽀로로 보호법’을 시행할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달 30일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현행 디자인 보호법으로는 유명 캐릭터 상품이 디자인보호 대상에 들지 못한다”며 “이런 상황 때문에 ‘마시뽀로’ 등의 합법적 유사품이 등장해 문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 의원은 “중국이나 인도에서 뽀로로 짝퉁이 등장하고 있다”면서 “콘텐츠진흥원은 글로벌 마케팅뿐만 아니라 불법복제와 국내 디자인특허 등록문제 등을 업무협약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미국 ‘월트디즈니’의 1조 원 인수제안 설까지 터졌던 ‘뽀롱뽀롱 뽀로로’. 소송전의 파장이 뽀로로를 사랑하는 아이들에게까지 미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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