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와 화해 담았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생을 담은 ‘김대중자서전’이 출간됐다.김대중평화센터(이사장 이희호)는 지난 7월 29일 오전 서울 마포구 동교동 사무실에서 ‘김대중 자서전’(도서출판 삼인) 언론설명회를 열고 주요 내용을 공개했다.
김대중자서전은 김대중 전 대통령 퇴임이후인 지난 2004년부터 100여 시간 41회에 걸쳐 구술한 녹취를 바탕으로 김택근 경향신문 논설위원이 대표 집필했으며, 2009년 7월 병원 입원 전 김 전 대통령이 직접 교정 및 추가 구술을 해 발간됐다고 밝혔다.
1권은 출생부터 정치에 입문하기까지를 다루고 있다. 1954년 민의원 출마, 1971년 40대 대선 주자로 나서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과 겨룬 일, 이 후 박정희 전 대통령 독재시절 하에 수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고 미국으로 망명하기까지의 상황 등을 담았다.
2권은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퇴임 후 서거 직전까지가 담겨 있다. 당선되자마자 불어 닥친 국가 부도 위기 극복, 대한민국 IT 강국의 실현, 6·15 남북 정상 회담 성사, 노벨평화상 수상 등이다.
전 2권으로 출간된 ‘김대중자서전’은 어린 시절부터 대통령 퇴임 이후의 삶까지를 폭넓은 시각으로 담고 있다. 특히 책 속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던 과거 정치인등과의 관계와 일화를 실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화해를 담은 글은 그의 염원이던 동서화합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DJ는 2004년 8월 12일 박 전 대표가 찾아와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사과했다고 밝혔다.
DJ는 “박 전 대표가 아버지 시절에 여러 가지로 피해를 입고 고생하신 데 대해 딸로서 사과한다고 했다”며 “그 말이 참으로 고마웠다. ‘세상에 이런 일도 있구나’했다. 박정희가 환생해 내게 화해의 악수를 청하는 것 같아 기뻤다”고 했다.
DJ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비판을 쏟아냈다. 이 대통령이 실용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DJ는 “이명박 당선인의 국정 운영이 걱정됐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이)실용적인 사람으로 알고 대세에 역행하지 않을 것으로 믿었는데 내가 잘못 본 것 같았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가장 보편적인 길을 찾는 것이 실용일진대, 그는 실용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는 것 같았다”고 비판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은 ‘이명박 정권에 의해 강요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검찰을 비판했다.
그는 검찰이 법을 어기고 수사 기밀을 발표하며 언론 플레이를 한 탓에 노 전 대통령이 자살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DJ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 당시 현 정부의 반대로 읽지 못했던 조사(弔辭)를 책 속에 실어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했다.
김 전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작은댁’의 아들로 태어난 출생의 비밀에 대해서 처음으로 밝혔다.
그는 책에서 “평생 ‘작은댁’으로 사신 어머니의 명예를 지켜 드리고 싶었기때문이었지만 (공개하지 않았지만) 사실을 감춘다 해서 어머니의 명예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고 공개 이유를 밝혔다. 아내 이희호 여사에 대해서는 “사랑하고 존경한다. 그녀가 아니었으면 험하고 절망적인 고난의 세월을 이겨 내지 못했을 것이다. 아내 없이는 지금 내가 있기도 어려웠지만 현재도 살기 힘들 것 같았다. 아내가 나보다 먼저 세상을 뜨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떤 때는 아내와 같이 종일 같이 지낼 때가 있다. 그래도 기쁘고 즐겁다”고 했다.
이 외에도 1987년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야권 후보 단일화 실패에 대해 “오랜 독재를 물리치고 16년만에 처음으로 치른 국민의 직접 선거에서 졌다. 나라도 양보했어야 했다”고 회고했다.
김 전 대통령은 1987년 대선과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의 소회도 밝혔다.
1987년 대선에 대해서는 “나는 (민주 진영에) 진심으로 미안했다”며 “지난 일이지만 너무도 후회스럽다”고 회한의 심경을 나타냈다.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7·4남북공동성명’의 예를 들면서 ‘임동원·김용순’ 명의로 공동선언문을 발표하자고 했지만 적극 설득해 결국 두 정상 명의로 선언문이 작성됐다는 일화를 공개했다.
당시 김 위원장이 “대통령이 전라도 태생이라 그런지 무척 집요하군요”라고 말하자 김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도 전주 김씨 아니오”라고 농담을 던졌다고 밝혔다.
이밖에 현재 정계에서 추진되는 개헌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DJ는 이원집정부제나 내각 책임제 도입에 대한 자신의 정치철학을 선보였다.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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