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와 이승엽, 회복과 부진 사이 줄타기
박찬호와 이승엽, 회복과 부진 사이 줄타기
  • 이창환 기자
  • 입력 2011-09-20 11:27
  • 승인 2011.09.20 11:27
  • 호수 907
  • 5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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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프로야구, 기필코 정복할 테야

대한민국 야구의 ‘투타’를 상징하는 박찬호(38)와 이승엽(35)이 일본 프로야구 무대에서 여전히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동양인 최다승(124승), 한 시즌 아시아 최다 홈런(56개)에 빛나는 박찬호와 이승엽이지만 이 같은 명성도 일본에서는 ‘빛 좋은 개살구’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승엽은 ‘지바 롯데 마린스’ 시절과 ‘요미우리 자이언츠’ 초반에 빼어난 활약을 펼친 바 있지만 벌써 오래전 과거다. 최근에는 안타와 홈런으로 ‘오릭스 버팔로스’의 순위 싸움에 힘을 보탰지만 만족할 만한 정도는 아니다. 박찬호의 경우는 좀 더 어둡다. 박찬호는 지난 6월 28일 이후 세 달 가까이 2군에 머물러 있다. 이대로 올 시즌을 마무리 한다면 박찬호 입장에서는 내년 시즌을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된다.

박찬호와 이승엽의 내년 시즌 거취가 다소 불투명해지고 있다.

먼저 박찬호는 1군 복귀 자체가 어려워진 상태다. 지난 6월 말 당한 햄스트링 부상에서 회복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투수들이 고른 활약을 펼쳐 틈이 없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지난해 말 일본 ‘오릭스 버팔로스’로 팀을 옮긴 박찬호는 스프링캠프 당시 최고 스타 대접을 받았다. 박찬호는 시즌 초반 명성에 반하지 않은 호투를 이어갔다. 하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하향세를 겪었고 지난 5월 30일 2군으로 내려갔다. 승운이 따르지 않은 것도 있지만 타선에서 뽑은 득점을 지키지 못한 위기관리 능력의 부재가 감독 눈에 벗어난 주된 이유였다.

박찬호는 지난해 12월 오랜 메이저리그 생활을 정리하고 오릭스와 1년간 연봉 120만 달러, 옵션 100만 달러 등 총 220만 달러(약 25억 원)에 계약했다.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성적표는 초라하다. 올 시즌 박찬호는 7경기에 선발로 등판, 1승 5패 평균자책점 4.29를 기록했다.

반면 이승엽은 멀티 히트와 홈런으로 부활 가능성을 알렸다. 그러나 지난 13일 경기 무안타로 연속 안타 행진의 기회를 날려 버렸다.

이승엽은 고베시에서 열린 ‘라쿠텐 골든이글스’와의 경기에서 6번 타자 겸 1루수로 출전했으나 3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지난 10일과 11일 ‘세이부 라이온즈’전에서 2경기 연속 홈런을 쏘아 올리며 물오른 타격감을 과시한 것과는 대비되는 결과다. 이승엽의 시즌 타율은 0.213에서 또다시 0.211로 떨어졌다.


왜 안보이나 했더니 2군에 있었네

메이저리그 거물과 아시아 최고 타자로 불리운 박찬호와 이승엽은 올해 초만 해도 오릭스 버팔로스의 ‘한류 콤비’로 기대를 모았다. 박찬호의 목표는 일본 무대 정복이었고 이승엽의 목표는 긴 슬럼프의 탈출이었다.

그러나 두 선수는 시즌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란히 2군행을 통보받으며 체면을 구겼다. 박찬호는 구위 저하와 제구력 난조를 지적받았고 이승엽은 타격 밸런스가 나아지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와 같은 부진은 두 선수를 한류 스타에서 일본 프로야구 내 평범한 선수로 전락하게 만들었다.

국내 팬들은 안타까움을 나타내면서, 국내 프로야구로의 복귀 또는 은퇴를 거론하기도 했다.

때문에 두 선수의 다음 시즌 일본 잔류 여부에 대한 추측이 불거졌지만 아직까지는 일본 잔류로 무게가 기울어져 있다.

첫 단추를 제대로 꿰지 못한 박찬호는 자존심 회복을 위해 일본 프로야구 무대에 남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까지 기록한 1승 5패의 성적은 박찬호로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특히 메이저리그 동양인 최다승, 일본 영웅 노모 히데오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이름값의 증명은 박찬호 잔류에 쐐기를 박고 있다.

오릭스 버팔로스 또한 박찬호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고 있다.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은 포스트시즌에 진출 했을 때의 ‘박찬호 조커 기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의 기여도에 따라 내년 시즌 입지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오릭스 버팔로스가 박찬호에게 바라고 있는 것은 풍부한 경험으로 젊은 선수들을 이끌어나가는 리더 역할이다. 베테랑 투수다운 실력만이 박찬호를 오릭스 버팔로스의 캡틴으로 올려놓을 수 있다.


왕년의 이승엽 떠올리면아직 부족해

이승엽이 요미우리 자이언츠 시절 연봉의 25%만을 받고서 오릭스 버팔로스를 택한 것은 대한민국 대표타자로서의 명예회복 때문이다.

팀을 옮길 때부터 이승엽은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선택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면서 비장한 각오를 보였다.

하지만 팀이 바라는 밀어치는 안타와 장타력은 침묵했고 한 때 1할 대의 타율에 머물러 입지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이승엽은 위기를 철저한 자기 분석과 노력으로 털어내고 있다. 상승세로 일군 0.213의 타율(305타수 65안타)과 10홈런 37타점이 눈에 차지는 않을 테지만 의욕과 집중력에 따라서는 충분한 가능성이 엿보이는 성적이다.

전문가들은 이승엽에 대해 “자신감 있는 스윙과 선구안이 좋다. 변화구 대처 능력과 바깥쪽 공에 취약점을 보였던 점도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박찬호와 이승엽은 일본 무대에서 한국 야구선수의 능력을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프로세계는 성적과 실력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내년 시즌 두 선수가 일본 프로팀에서의 러브콜을 받지 못한다면 국내 복귀가 앞당겨 질지도 모를 일이다.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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