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판으로 주전 꿰찬다
박주영(26)이 길고 길었던 이적 협상 끝에 지난달 30일(한국시간) 최종적으로 아스날(잉글랜드)을 선택했다. 등 번호도 간판 공격수를 의미하는 9번을 받았다.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진출한 아홉 번째 한국인이 된 박주영에게 등번호 9번은 특별한 의미다.
아스날은 지난 시즌 프랑스 1부 리그 우승팀인 릴OSC의 이적을 눈앞에 뒀던 박주영을 가로채는데 성공했다. 잉글랜드가 프랑스보다 큰 무대라는 점과 함께 주전 경쟁이 다소 쉬울 수 있다는 점이 박주영의 선택을 바꿀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릴은 무사 소우(25)라는 걸출한 공격수가 버티고 있다. 지난 시즌 ‘리그앙’ 득점왕에 오른 소우의 존재로 박주영은 릴에서 자신이 원하는 최전방 공격수의 자리에 설 수 없을 가능성이 높았다. 반면 아스날은 달랐다. 주장인 로빈 판 페르시(28)가 버티고 있지만 부상이 잦은데다 경쟁상대로 평가되는 마루앙 샤마크(27)과 제르비뉴(24)가 나란히 2012년 1월에 열리는 ‘아프리카네이션스컵’에 출전하기 때문에 공격진에 출혈이 예상된다.
모로코 출신의 샤마크와 코트디부아르 출신의 제르비뉴는 모두 자국 대표팀에서 빠질 수 없는 전력을 갖춘 선수들로 성적에 따라 최대 한 달 동안 대표팀에서 경기를 해야 한다.
아스날에서 2005년부터 꾸준하게 교체선수로 활약해 온 덴마크 출신의 니클라스 벤트너(23)는 이적설이 계속해서 제기되며 사실상 아르센 벵거(62) 감독의 전력 구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현재 아스날의 공격진을 구성하고 있는 선수들의 상황이 이렇듯 좋지 않기 때문에 박주영은 이적 후 곧바로 주전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과거 EPL에 진출했던 한국 선수들 가운데 다수가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씁쓸하게 이적해야 했다는 점은 박주영이 명심해야 하는 부분이다. 더욱이 올 여름 이적 시장에서 번번이 박주영의 발목을 잡았던 병역 문제 해결을 위한 2012년 올림픽이 아스날의 연고지인 런던에서 열린다는 점은 무엇보다 기분 좋은 전조다.
박주영이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런던올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목에 걸게 될 경우 자신의 축구선수 생활에 있어 당면과제라고 할 수 있는 병역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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