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취 발표하자마자 퇴출당한 김성근 감독 때문에 SK 팬들 대분노
거취 발표하자마자 퇴출당한 김성근 감독 때문에 SK 팬들 대분노
  • 이창환 기자
  • 입력 2011-08-22 13:31
  • 승인 2011.08.22 13:31
  • 호수 903
  • 4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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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신 떠난 SK, 퍼거슨 없는 맨유 이상이야!
SK와이번스 구단이 김성근 감독을 경질하고 이만수 2군 감독을 후임 감독으로 선임한 가운데 18일 오후 인천문학야구장에서 삼성라이온즈와 일전을 가졌다. SK팬들이 경기종료 후 그라운드에 난입해 유니폼과 구단기를 태우고 있다. [뉴시스]

‘SK 와이번스’를 한국시리즈 진출이 당연한 팀으로 만든 ‘야신’ 김성근(69)감독이 방출됐다. 최근 “남은 경기에서 전력투구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 한국시리즈, 아시아시리즈에 나간다면 그것까지 마무리를 짓겠다”고 말한 김 감독이었지만 구단은 그때까지 그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구단의 결정에 김 감독은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아시아 제패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떠나게 됐다. 김 감독은 2006년 6위에 머물렀던 SK를 1년 만에 통합우승 시킨 명감독이다. 당시 김 감독은 SK를 조용하고 빠르게 강팀으로 탈바꿈시켰다. 최근 사태를 관전하고 있는 SK 팬들은 분노는 절정에 치닫고 있다. 일부 SK 팬들은 야구장 난입, 방화 등을 저지르면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2005~2006년까지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 코치로 활동하던 김 감독은 2007년부터 SK 지휘봉을 잡았다. 그리고 부임 첫 해인 2007년에 SK를 정규리그에서 우승시켰다. SK가 창단한 이래 최초로 세운 기록이었다. 1위 자격으로 한국시리즈까지 직행한 SK는 두산베어스에 2패 한 뒤 4연승으로 역전하면서 첫 통합우승까지 이끌어냈다. SK를 약체라고 평가했던 전문가들을 무너뜨린 통쾌한 승리였다.

SK는 2008년부터 최강팀으로 떠올랐다. ‘2008 프로야구시즌’에는 83승43패로 1위에 올랐고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을 상대로 1패 뒤 4연승 해 통합우승을 거머쥐었다.

2009년에는 리그 1위를 KIA 타이거즈에 내줬지만 부상 선수들이 줄줄이 속출하는 상황에서도 시즌 막판 19연승을 내달리는 저력을 보였다.

플레이오프에서도 두산을 꺾고 한국시리즈에 오른 SK는 KIA와 7차전까지 가는 명승부를 펼친 끝에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팬들은 “SK가 주연보다 화려한 조연이었다”고 칭찬했다.

지난해에는 84승47패2무를 기록하며 ‘2010 프로야구 리그’ 정상을 탈환했다. 삼성 라이온즈와 맞붙은 한국시리즈에서는 4연승을 내달려 패권을 차지했다.

대다수 야구 전문가들은 SK가 이룬 비상을 김 감독의 조련 덕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 감독은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허리 디스크를 앓고 어깨 인대를 다치는 상황이 생겨도 펑고(수비 연습을 위해 코치들이 공를 쳐 주는 것)를 직접 감행했다.


10년 전부터 ‘야신’위용 떨친 국내 최고 감독

김 감독의 제자 사랑은 타 구단과 야구 팬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따끔한 충고와 정을 담은 조언을 아끼지 않는 것이 김 감독의 지도법이다.

김 감독의 장점을 익히 알고 있는 팬들이 경질에 따른 후폭풍으로 성적 하락과 사기 저하를 염려하는 것도 당연한 일.

김 감독은 지난 17일 홈구장에서의 삼성전을 앞두고 “올 시즌을 마치고 SK를 떠나겠다. 재계약은 없다”고 밝혔다. 이에 구단은 바로 다음날 “김성근 감독을 경질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팬들의 항의와 난동은 같은 날 곧바로 터졌다. 김 감독의 입장 발표와 경질, 팬들의 폭발이 연달아 터진 것이다.

이날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를 가진 SK는 김 감독을 연호하는 팬들의 함성 속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SK 팬들은 김 감독의 경질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대거 준비했다. 1루 쪽에 눈에 띄는 현수막만 해도 6~7개에 달할 정도였다. 탄식과 분노가 담긴 내용이 대다수였다.

‘감독님 없는 SK 야구 상상이 안돼 눈물만 흘러요’, ‘김성근 감독님 사랑합니다’ 등 김 감독을 감싸는 내용도 있었다.

1회 초 삼성의 공격 때에는 한 관중이 그라운드에 난입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이에 SK 팬들은 오히려 ‘김성근’을 연호하며 난입한 관중에 환호를 보냈다.

8회에도 한 관중이 1루 측 내야 그물에 매달리는 위험한 장면을 연출했고, 9회 말에는 SK 유니폼을 입은 관중이 외야에서 뛰어들어 홈까지 내달렸다.


이만수 감독대행 없던 안티 팬까지 생겨

경기가 끝난 후에는 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문학구장 그라운드는 관중들이 집어던진 오물로 난장판이 됐고 관중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김성근’을 외쳤다.

이후 2, 3명의 관중이 그라운드로 난입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근처 관중석에서 다른 팬들이 그라운드로 뛰어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라운드는 통제불능 상태가 됐다.

이어 한 SK 팬이 유니폼을 태우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동참하면서 불길이 커졌다. 소방대원까지 출동하는 사건으로 번졌다. 이 같은 소란은 40여 분간 지속되다가 겨우 진정됐다.

김 감독을 도왔던 SK 코치진들도 ‘사퇴’를 표명하면서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5명의 코치들은 각각 1군 타격코치 타시로, 수석코치 이홍범, 2군 투수코치 박상열, 2군 수비코치 후쿠하라, 2군 타격코치 고바야시다. 2군 주루 및 외야 코치 이광길도 조만간 사의를 표명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감독대행으로 SK를 지휘하고 이만수(53) 코치는 팀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잘해줬다”는 경기 소감을 밝혔다.

이 감독대행은 “코칭스태프도 많이 빠지고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이 정도면 괜찮았다”며 “선수들, 남은 코칭스태프가 힘을 합쳐 잘 극복해 나가면 좋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SK 팬들은 이 감독대행을 ‘유다’라는 별명까지 붙이면서 비난하고 있다. 이 감독대행 입장에서는 씁쓸할 수밖에 없는 일. 팬들은 차기 감독 내정이 김 감독의 퇴진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다는 추측을 하면서 이 감독대행이 사전 모의를 해 김 감독을 밀어낸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때문에 이 감독대행은 타 팀뿐만 아니라 홈팬들의 견제도 받아야할 상황에 처했다. 야구 관계자들은 “지름길은 전력 안정과 포스트 시즌 진출만이 팬들의 비난을 가라앉힐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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