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차기 스코어에서 알 수 있듯이 명승부였다. 힘없이 질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은 결과이기에 더욱 극적이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경기 전 한국-스페인전을 두고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표현했다. 예선을 3전 전승으로 통과한 스페인은 누가 봐도 한국의 상대가 아니었다. 스페인 선수들은 경기를 앞두고 커피 농장을 방문하는 여유를 부렸다. 세계를 놀라게 하자는 심정으로 굵은 땀을 쏟아내던 한국과 대조를 이뤘다.
킥오프 휘슬이 울리자 한국은 예상을 깨고 대등하게 경기를 풀어갔다.한국은 유일한 해외파인 이용재(낭트)를 최전방에 두고 백성동(연세대)을 섀도 스트라이커로 배치한 4-2-3-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측면 요원인 백성동을 중앙으로 돌려 공격 전개의 역할을 맡겼다. 세계 유명 리그 선수들이 즐비한 스페인의 예상을 깬 변칙 전술이었다.
공격 전개는 조별 예선 3경기보다 훨씬 수월했다. 특히 백성동의 역할이 돋보였다. 171㎝의 작은 키인 백성동은 시종일관 장신 숲을 헤집고 다녔다.
직접 몸싸움을 하기보다는 재치 있는 패스와 드리블로 여러 차례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수비진도 어느 때보다 튼튼했다. 예선전에서 질타를 받았던 모습과는 정반대였다. 주장 장현수(연세대)를 중심으로 이기제(동국대), 민상기(수원), 김진수(경희대)는 끈끈한 수비라인을 구축했다. 불안했던 골키퍼 노동건(고려대)은 온 몸을 던져 스페인의 파상공세를 막아냈다.
U-20 대표팀의 선전은 전날 라이벌 일본에 무기력하게 무너진 성인 국가대표팀의 모습과 극명하게 엇갈렸다. 거대한 산을 상대로 끌까지 물고 늘어지는 모습은 한일전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U-20 대표팀 특유의 끈끈함이 엿보였다. 승부차기 6-7로 맞선 상황에서 김경중의 슛이 골대를 넘어가며 패배가 확정된 순간 하프라인과 벤치에서 어깨를 걸고 있던 선수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김경중에게 달려왔다.
2년간의 준비 기간이 16강 진출에서 끝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함께 고생했던 친구에 대한 위로와 고마움의 인사가 먼저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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