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살의 이종범, 시름에 빠진 ‘KIA 타이거즈’를 떠받치다
42살의 이종범, 시름에 빠진 ‘KIA 타이거즈’를 떠받치다
  • 이창환 기자
  • 입력 2011-08-16 12:29
  • 승인 2011.08.16 12:29
  • 호수 902
  • 5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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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아들’ 아직 죽지 않았어

[이창환 기자]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선두권 수성에 위기를 맞은 ‘KIA 타이거즈(KIA)’가 최고참 이종범(42)의 활약으로 한숨 돌리고 있다. 올 시즌 이종범은 주전 자리를 후배들에게 넘겨줬지만 몇몇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해 지난달 29일부터 선발 출전하고 있다. 이종범은 팀이 자신을 가장 필요로 할 때 진가를 드러냈다. 이종범은 지난 2일 두산과의 원정 경기에서 2번 우익수로 출장해 6타수 4안타 2득점을 일궈냈다. KIA 황병일 타격코치는 “많은 선수들이 아프면서 고참으로서 책임감을 갖게 된 것 같다.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책임감으로 메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KIA의 조범현 감독은 최근 표정이 어두울 수밖에 없었다.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줄줄이 전력에서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타선부터 마운드까지 제 전력이 돌아가고 있는 곳이 없다.

타선에서는 주전 유격수 김선빈이 얼굴에 타구를 맞아 안면 부상(상악골 골절)을 당했고 중심타선 김상현은 광대뼈 함몰을 당했다. KIA 거포 최희섭은 오른 발가락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타자 이용규와 안치홍이 가벼운 부상에서 회복하고 돌아온 지난 7일에는 이범호가 베이스 러닝 도중 허벅지 뒤쪽에 심각한 통증을 호소해 전력에서 이탈했다. 이범호는 오른 허벅지 근육이 두 군데 파열돼 4주간 재활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마운드에서도 아킬리노 로페즈와 트레비스 블렉클리가 각각 옆구리와 허벅지 통증으로 빠져 선발 로테이션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

단독 선두 ‘삼성 라이온즈’의 추격이 가장 중요하지만 제 전력이 아닌 상황이라 3위 ‘SK 와이번스’ 에게 역전을 허용할 수도 있다.

고민이 쌓인 조 감독을 한숨 돌리게 해준 선수는 한국 프로야구의 전설 이종범이었다.

이종범은 전성기가 훨씬 지난 탓에 선발 명단에서 제외 됐지만 지난달 29일 ‘넥센 히어로즈’ 전부터 선발 출전했다. 그리고 지난 7일 SK전까지 뛴 9경기에서 타율 0.367(30타수 11안타) 1홈런 3타점 4볼넷 6득점을 기록하며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이종범의 활약은 지난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 경기 때 정점을 찍었다.


후배들이 복귀할 때까지 타선 책임진다

노장의 타격감은 줄곧 매서웠다. 이종범은 1회 때 두산 투수 이용찬을 상대로 2루타를 만들어냈고 2회 때는 유격수 앞 내야안타로 출루했다. 6회에도 힘껏 잡아당긴 스윙으로 안타를 만들었고 8회 때는 우익수 앞 1루타로 출루에 성공했다. 1회와 8회 이종범이 만든 안타는 대량 득점의 발판이 되기도 했다.

이날 이종범은 2번 우익수로 출장해 총 6타수 4안타 2득점을 올린 것은 물론 상위타선이 해야할 투수 견제와 출루를 훌륭하게 수행했다. 특히 1년 1개월 만에 4안타를 기록하는 등 노익장을 과시해 팀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간판선수들이 대거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KIA는 이날 두산에 8-3으로 승리했다.

두산전이 끝난 뒤 4안타를 친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종범은 “힘이 전보다 떨어졌기 때문에 최대한 배트를 짧게 잡고 스윙하는 게 주효했다”고 밝혔다.


파워는 덜해도 실력이 어디가나

KIA 황병일 타격코치는 이종범의 최근 활약 원인을 마인드에서 찾았다. 황 코치는 “많은 선수들이 아프면서 팀의 맏형으로서의 책임감을 갖게 됐다”면서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책임감 때문이 더 큰 것 같다”고 강조했다.

물론 타격 코치의 주문을 잘 이해한 이종범의 기술적인 몫도 크다. 이종범은 살아남기 위해 배트를 짧게 잡고 치는 것이 자신의 활약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이종범은 “지난달 29일 넥센 전부터 방망이를 이전보다 더 짧게 잡고 있다”며 “대타로 나설 때 스윙 스피드가 빠른 볼에 못 따라간다는 생각이 들어 바꿨다”고 전했다.

이종범은 이어 “예전에도 짧게 잡았지만 선발로 나간 이후 더 짧게 잡고 있다”면서 “중심에 잘 맞히려고 하다 보니 스피드가 생기는 것 같다”고 전했다. 짧게 잡아도 중심에 맞으면 강하고 좋은 타구가 나온다는 것이다.

이종범은 지난 6일 경기 도중 고관절 통증을 호소하기도 했지만 7일에 정상적으로 출전했다. 황 코치는 “아파도 참고 뛰겠다는 것은 코치로서 정말 고마운 일”이라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올 시즌 지난 11일까지 이종범의 성적은 74경기 2할8푼1리 3홈런 18타점 15볼넷이다. 90년대 ‘해태 타이거즈’의 전성기를 이끌던 야구천재는 모든 스포츠 선수들이 그렇듯 전성기 명성을 조금씩 잃어갔다. 통산 507도루(역대 2위)의 준족이지만 올 시즌은 도루가 현재 하나 밖에 없다.

선두권 다툼이 지난해보다 훨씬 치열한 가운데 KIA는 전력 정상화를 서서히 바라보고 있다. 최희섭은 지난 7일 컨디션 조절을 위해 2군 경기에 출전하기 시작했고 김선빈도 조기 복귀가 점쳐지고 있다.

이종범은 프로통산 19년의 경험을 토대로 프로야구 선두권싸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hojj@dailypot.co.kr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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