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격투계의 교두보 김대환
한국 격투계의 교두보 김대환
  • 이창환 기자
  • 입력 2011-08-08 12:33
  • 승인 2011.08.08 12:33
  • 호수 901
  • 4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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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종격투기 해설가 겸 격투선수
[이창환 기자] 이종격투기 팬들에게 김대환 해설가는 야구의 허구연, 축구의 차범근 못지않은 명 해설가다. 친근한 목소리와 깊이 있는 해설로 이종격투기 방송의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김 해설가는 2003년 처음 발탁돼 ‘K-1’, ‘프라이드(Pride) FC’, ‘스피릿 MC’ 단체 등의 해설을 맡으면서 경력을 쌓았고 현재 ‘UFC’, ‘ROAD FC’ 경기를 해설하고 있다. ‘UFC’ 경기는 방영될 때마다 케이블 방송 최고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김 해설가는 지난해 10월 첫 경기를 치른 ‘ROAD FC’에 더 큰 애정을 보이고 있다. 김 해설가는 이종격투기 경기 해설 외에도 격투기 칼럼니스트, 격투 선수의 직업을 가지고 있다.

-경기 해설을 할 때마다 격투 마니아와 일반 대중들을 모두 충족시키려 노력하나

▶ 일반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추려고 하기 보다는 전문적인 해설을 하기위해 노력한다.
해설을 시작한 후 한동안은 누구에게나 쉬운 해설을 추구 했다. 당시 이종격투기는 지금처럼 발전되지 않은 상태였고 국내 수준은 더 떨어졌다. 기술에 대한 전문적인 용어를 쓰기 보다는 시청자들이 쉽고 재밌게 들을 수 있는 방향을 택했다. 해설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이종격투기는 하나의 스포츠라는 인식 보다는 ‘누가 더 쎄나’ 하는 식의 격투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다가 최상용 캐스터와 호흡을 맞추면서 색깔을 잡기 시작했다.
이제는 정확한 분석을 통한 해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UFC’와 ‘ROAD FC’의 해설을 맡고 있다. 해설을 할 때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UFC’는 세계 최대 격투 단체고 ‘ROAD FC’는 열악한 조건에서 시작한 국내 유일의 이종격투기 단체다. 해설에 임할 때 마음가짐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UFC’ 해설은 객관적인 분석을 통해 냉정하게 진행한다. 반면 ‘ROAD FC’는 참가선수들에 대한 장점을 최대한 끄집어내려고 한다. 침체된 국내 이종격투기 시장을 살리고 싶은 마음에서다. 평소 훈련을 통해 친분을 쌓은 선수들이 많은 것도 무관하지 않다. 국내 이종격투기 선수들은 뛰어난 기량에 비해 너무나도 적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국내 이종격투기 시장 특성상 선수들의 데이터베이스가 많지 않을 것 같은데 정보를 어떻게 얻나

▶ 프로선수들과 함께 훈련 하거나 여러 체육관을 다니면서 습득한다. 자료 수집과 분석을 통해 따로 얻은 정보는 많지 않다. 선수의 장단점과 에피소드들은 그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이지 해설을 위해 외운 적은 없다. 나는 내 자신을 해설가, 칼럼니스트 이전에 격투 선수로 여기고 있다. 이 점이 선수들을 깊이 아는 데 도움이 된다.

-UFC의 조 로건을 비롯해 외국에는 유명한 이종격투기 해설자가 많다. 참고하고 공부하기도 하나.

▶ 그들에게서 많이 배운다. 대표적으로 조 로건, 바스 루튼, 프랭크 샴락, 프랭크 미어가 있다. 미국 해설가들은 디테일한 설명과 수위를 넘나드는 농담을 섞어가며 진행한다. 나도 좀 더 가볍고 거침없는 농담을 곁들이면서 해설하고 싶지만 국내 정서상 맞지 않을 것 같아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 해설과 칼럼에 대한 반응이 좋다. 여태껏 등장했던 많은 이종격투기 해설가 중에 최고 인 것 같다. 팬들의 댓글은 신경 쓰는 편인가.

▶ 크게 개의치 않는다. 신경 안 쓰려고 한다. 방향이 흐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종격투기 해설은 야구, 축구 등 대부분 스포츠에 비해 상황의 역전과 템포가 너무 빨라 보인다.

▶ 이종격투기 스포츠 자체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현역 프로선수들도 계속해서 공부하지 않으면 뒤떨어지기 십상이다. 기술과 이론이 나올 대로 나온 인기 스포츠들에 비해 이종격투기는 지금도 끊임없이 새로운 전술과 기술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발전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해설가는 순발력 외에도 폭 넓은 지식을 기반으로 한 분석력이 있어야 한다. 수많은 격투기를 섭렵한 선수들이 어떻게 대응하고 어떻게 상대방을 제압하는지 알아채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TV 채널에 이종격투기가 방송된 지도 10년이 다된 것으로 알고 있다. 해설가를 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해줄 말이 있나.

▶ 해설가와 관련된 질문은 미니홈피를 통해서도 받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이종격투기 해설가 직업을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쉽지 않은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나 또한 운 좋게 해설가가 된 이후 어쩌다보니 계속 하고 있지만 해설가가 되는 지름길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나 같은 경우는 킥복싱 체육관에서 인연을 맺은 캐스터 선배의 추천과 대학교 때 운영한 격투기 홈페이지의 힘이 컸다. 이종격투기 방송이 많이 늘어났던 2003~2004년의 타이밍도 도움이 됐다.

-첫 번째 경기 승리를 통해 이종격투기 선수로서의 출발을 알렸다. 영국에서 치루고 왔는데, 어떻게 성사된 건가.

▶ 체육관에서 영국 선수들과 함께 훈련한 적이 있다. 영국으로 돌아간 후에도 연락하고 지냈는데 그들로부터 영국 이종격투기 단체를 소개받았다.
(김 해설가는 지난 3월 5일 영국 노위치에서 열린 케이지 대회 ‘East Coast Fight Factory- Madness’에 웰터급(-77Kg)으로 출전 했다. 상대 선수 잭 트립과 3라운드 혈투를 벌인 김 해설가는 판정승을 이끌어냈다.)

-2번 째 경기를 계획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언제 할 건가

▶ 참가할 만한 대회를 수시로 찾아보고 있다. 첫 번째 경기와 마찬가지로 외국 격투 단체에서 뛸 예정이다.


김대환이 말하는 ‘ROAD FC’와 국내 이종격투기 시장

-지난달 24일 ‘ROAD FC-003 EXPLOSION’을 보고 왔다. 저렴한 티켓 가격 이상의 박진감과 화끈함이 인상적이었지만 홍보와 인지도 측면에서는 갈 길이 멀어 보였다.

▶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이종격투기 역시 실제로 봐야 더 재밌다. 어떤 해설가도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현장감 이상을 보여줄 수는 없다. 해설가 입장에서도 외국 경기를 위성으로 받아 진행하는 것보다는 경기를 직접 관전하면서 해설하는 편이 낫다.
‘ROAD FC’ 입장에서는 유료 관객을 꾸준하게 불러들이는 것이 중요하지만 우리나라는 티켓을 사서 경기장을 찾는 문화가 발달돼있지 않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홍보와 인지도 측면에서 부족한 점도 있겠지만 ‘ROAD FC’와 프로선수들을 보유한 체육관들은 각자 최대한 애쓰고 있다. 척박한 환경에서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 김대환 해설가를 비롯한 이종격투기 전문가들이 ‘UFC’에서 활약하는 유명 선수들을 중심으로 인터뷰 모음집, 관련 서적을 내는 것은 어떤가.

▶ 과거에 비슷한 시도를 했었다. 이종격투기에 대한 이야기, 기술 등이 담긴 원고를 완성한 후 해당 출판사에 넘긴 적이 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출판사에 불이 나 출간이 좌절됐다.
솔직히 관련 서적 등이 출간된다고 해서 이종격투기 시장에 큰 도움이 되거나 책이 많이 팔릴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미국의 경우도 이종격투기가 소외받을 때는 관련 서적이 없었다. 그런데 ‘UFC’가 어마어마하게 뜬 이후에는 스타 선수들의 자서전 등이 많이 출간됐다. 다양한 컨덴츠는 시장이 살아나면 자연스럽게 생길 것 같다.
국내 이종격투기 시장은 수년전부터 쌓였던 거품이 모두 빠져 버린 이후라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신문, 방송, 출판사, 기업들은 이종격투기 시장의 경쟁력을 신뢰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케이블 채널 XTM의 ‘주먹이 운다’가 더욱 반가웠을 것 같다

▶ 무척 반가웠다. 외국의 경우 ‘주먹이 운다’와 비슷한 ‘리얼 격투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많이 있다. ‘주먹이 운다’는 수많은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하면서 아이디어를 짜낸 제작진의 결실이다. 얼핏 보면 2명의 아마추어 선수들을 경기시키는 단순한 내용이지만 시행착오가 많이 따랐다. ‘ROAD FC’ 경기 또한 XTM에서 방영되고 있는데, XTM은 ‘ROAD FC’와 ‘주먹이 운다’가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 해설가는 XTM 리얼 격투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주먹이 운다’에서 멘토로 활약 하고 있다.)

-‘ROAD FC’에 출전하는 국내 선수들 역시 무명이나 다름없다. ‘주먹이 운다’에서 이들의 일상과 사연, 경기를 소개할 생각은 안 해봤나.

▶ 충분히 염두 했던 내용이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과 가까운 아마추어 선수들을 조명하는 것이 시청률에 더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이유로 무산됐다. 다시 말하면 이종격투기는 국내 시장에서 환영받는 컨덴츠가 아니다. 대중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서는 여러모로 신중할 수밖에 없다.

-추성훈을 비롯해 최홍만, 김동현, 윤동식, 서두원 등의 예능진출이 이종격투기 홍보에 도움이 됐을 것 같다. 끼 있는 다른 선수들이 진출한다면 좋을 것 같은데

▶ 물론 방송 스타들 때문에 이종격투기가 많이 홍보됐다. 그렇다고 모든 선수가 TV에 진출할 수는 없다. 하고 싶다고 해서 다 되는 것도 아니고 예능 프로그램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은 외모, 격투실력과는 별개다.

-예능 기질이 탁월했던 최홍만 같은 선수가 다시 나오면 어떨까

▶ 최홍만 선수가 전성기를 누렸을 때와 현재는 다르다. 이종격투기 선수로 지속적인 관심을 받기 위해서는 예능 감각, 메달리스트 등의 메리트보다는 실제 경기에서의 활약이 더 중요하다. 미국 ‘UFC’에 진출하는 것이 이종격투기를 알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데 ‘UFC’는 철저한 실력 지상주의다.

-‘UFC’를 보면 악동, 이슈메이커 선수들이 많다. 이들이 흥행에 큰 보탬이 되고 있는데 ‘ROAD FC’에 적용하기에는 아직 이른가.

▶ 아니다. 팬들의 재미를 위해서는 다양한 캐릭터가 필요하다. 선수들도 이점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다른 정서 때문에 악역을 자처해서 맡는 것은 선수들 입장에서 쉬운일은 아니다.

-현재 국내 이종격투기 단체는 ‘ROAD FC’가 유일하다. 앞으로의 가능성과 발전을 어떻게 전망하나

▶ ‘ROAD FC’는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 많은 지적을 받기도 하지만 ‘이보다 더 열심히 할 수 없다’고 느낄 정도로 잘하고 있다.
비판과 발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국내에서 철저하게 비주류 스포츠 임에도 불구하고 탄생하고 개최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대단한 일이다. 국내 이종격투기 시장은 “이것 해보자”, “저렇게 해보자” 등의 바람보다는 당장 버티는 것이 급선무다. 금전적인 여건과 인지도 측면으로 봤을 때는 버티는 것도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격투계에 종사하는 김 해설가의 답변을 통해 해설에 대한 궁금증과 국내 이종격투기의 현실을 들어봤다. 이종격투기 시장의 어려움은 대다수 국가에 모두 해당되는 사항이다. 이종격투기 거대 시장 일본도 유명 단체들이 연이어 무너지면서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종격투기란 스포츠 자체의 인지도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지만 부와 명예를 누리는 선수들은 극히 일부분이다.

김 해설가는 ‘UFC'와 ‘ROAD FC’를 비교하는 것보다는 단지 즐겨주기를 바랐다. 대중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적극적으로 홍보를 해도 큰 결과로 이이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ROAD FC’가 오랫동안 명맥을 유지하고 세계적인 선수들을 배출한다면 대중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다.

거칠고 잔인한 면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이종격투기. 그러나 그 말은 화끈함과 스트레스 해소를 원하는 고정 팬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ROAD FC' 4회 대회는 오는 10월 개최될 예정이다.

hojj@dailypot.co.kr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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