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격투기 팬이라면, 1년에 4번은 현장에서 함께 호흡하길...

[이창환 기자] 국내 유일의 이종격투기단체 ‘ROAD FC(로드 FC)’가 지난달 24일 ‘ROAD FC- EXPLOSION(익스플로젼)’을 개최했다. 이번에 3회를 맞은 ‘ROAD FC’는 격투 마니아들의 기억 속에서만 존재했던 국내 이종격투기 대회의 기사회생을 위해 탄생했다. 총 10경기로 진행됐던 ‘ROAD FC- EXPLOSION’에는 무명이나 다름없는 각 체급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참가해 치열한 혈투를 벌였다. ‘ROAD FC’는 피땀 흘려 훈련하는 이종격투기 선수들의 존재를 증명해 주는 데 힘쓰고 있다. 그리고 넓게는 국내 이종격투기 시장의 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ROAD FC- EXPLOSION’ 관전을 통해 현장 분위기를 체험해봤다.
‘ROAD FC- EXPLOSION’은 서울시 서대문구 그랜드 힐튼 호텔 컨벤션 센터에서 오후 2시부터 열렸다.
어두운 컨벤션 센터 중앙에는 선수들이 경기를 펼칠 ‘케이지’가 놓여 있었다. 팔각형의 무대를 철창으로 둘러싸고 있는 케이지는 사각 링과 차원이 다른 위압감을 풍겼다. 케이지 주위로는 관중들이 앉을 1500개의 좌석이 선수들이 등장하는 한쪽 면을 제외하고 늘어서 있었다. 예매 사이트를 통한 그림으로 봤을 때보다 케이지와 객석의 거리는 가까웠다. ‘ROAD FC- EXPLOSION’은 2만7500원으로 판매된 C석이 가장 값싼 자리였는데 C석 또한 케이지가 큼지막하게 보일 만큼 가까웠다. 9만9000원에 판매된 VIP석과 5만5000원에 판매되는 A석은 선수들의 눈빛과 꿈틀대는 근육까지 보일 정도로 케이지와 밀착 돼 있었다.
오후 2시가 되자 1500석이 모두 들어찼다.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한 체육관 동료들과 다부진 체격의 남성들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여성관객 또한 전체의 3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수가 많았다. 외국인과 가족단위의 관객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이들의 환호 속에 ‘ROAD FC- EXPLOSION’은 시작됐고 경기 사이사이 쉬는 시간까지 합쳐 장장 4시간 동안 선수들의 격렬하고도 화려한 대결이 이어졌다.
격투기 스타, 예능 아닌 관중들이 만드는 것
대회 관람과 TV 시청의 가장 큰 차이점은 현장감이었다. TV 화면을 거치지 않은 선수들의 진짜 모습은 관중을 더욱 몰입하게 했고 그들의 긴장된 표정에 관객들 역시 긴장했다. 케이지에 선수들이 입장하는 동안 어떤 성격의 퍼포먼스를 펼치든지 간에 경기에 임하는 비장감이 엿보였다.
TV 시청에서는 다소 지루하게 보일 수도 있는 ‘테이크 다운(상대방을 쓰러뜨리는 레슬링 기술)’, 스탠드 레슬링, 유도 기술의 박력 또한 현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권이었다. 상대방의 수많은 기술을 경계하면서 진행되는 힘겨루기는 엄청난 기 싸움과 머리싸움이 포함돼 있어 보였다. 단순히 붙어 있고 엉켜 있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TV와 달리 상대 선수를 얼마나 꽉 붙잡고 있는지, 또 얼마나 필사적으로 그 힘을 이용하려하는지 전달됐다.
꾸준한 경기로 고정 팬 확보해야
이번 ‘ROAD FC-EXPLOSION’을 주최한 ‘ROAD FC’는 뛰어난 실력과 노력을 겸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뛸 무대를 찾지 못하고 있는 선수들의 통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척박한 한국 이종격투기 시장을 지탱하는 단체로 부상해 ‘UFC’ 스타 또는 미국, 일본에 가까운 선수층을 만들어 내는 것이 목표인 것이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고 희망보다는 위험부담이 훨씬 크다는 것을 ‘로드 FC’도 알고 있다. ‘로드 FC’는 규모는 크지 않으나 수 년 간 꾸준히 대회를 유치하는 단체를 롤 모델로 삼고 있다.
이종격투기 관계자들은 “TV 시청에 의존하는 격투 팬들을 경기장으로 옮기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하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다. 선수들의 기량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미디어를 비롯한 매체, 대중들의 무관심으로 인지도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K-1’, ‘프라이드 FC’, ‘UFC’ 등을 시청한 수많은 격투 팬들이 ‘로드 FC’ 선수들을 모르는 것은 국내 이종격투기 현실의 단면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ROAD FC- EXPLOSION’에서 보여준 선수들의 투혼은 ‘ROAD FC’에 힘을 실어줄 것이 분명하다.
스스로가 이종격투기 팬임을 자처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쉽지 않은 길을 가고 있는 ‘ROAD FC’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을 어떨까.
‘ROAD FC’의 정착은 김동현정찬성 최홍만 윤동식 등을 잇는 격투 스타를 배출하는 결과가 될 것이므로 격투 팬들의 입장에서는 또 다른 즐거움으로 다가올 것이다.
가장 값싼 가격으로 국내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박진감을 선사한 선수들을 꾸준히 지켜보고 응원해보자. 그들은 피와 땀이 섞인 맹훈련과 명 경기로 보답할 것이다.
hojj@dailypot.co.kr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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