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MVP가 무슨 재계약 걱정

[이창환 기자] 박지성(30)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재계약을 진행 중이다. 잉글랜드 일간지들은 박지성의 인터뷰를 인용, 맨유와의 재계약이 임박했다고 전했다. 박지성은 맨유에서의 잔류와 재계약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또한 세계 최고 선수들 간에 벌이는 주전 경쟁에서도 큰 자신감을 표출 했다. 올 여름 맨유는 몸값이 높은 스타급 선수들을 데려오는 대신 기존 선수들을 통한 조직력 강화를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최고 윙어 애슐리 영의 영입은 박지성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됐다. 맨유와의 재계약은 분명하지만 어떤 조건으로 최종 결정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클럽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을 맨유의 핵심으로 인정했다.
지난 7월 22일 기자회견에서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이 맨유에서 이룬 업적은 대단하다”고 평가 하면서 “구단이 제시한 재계약 의사를 박지성이 받아들일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맨유 입단 6년 차를 맞은 박지성은 전형적인 ‘블루워커’ 스타일의 플레이를 선보였다.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묵묵히 제 몫을 다하면서 팬들과 코치들에게 신뢰를 쌓았고 ‘이름 없는 영웅’이라는 칭호도 수차례 받았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2011 아시안컵’ 차출과 햄스트링 부상으로 석 달 넘게 경기를 뛰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8골 6도움을 기록했다. 세계 최고의 클럽들을 상대로 쌓아올린 맨유 입단 후 최고 성적이었다. 게다가 EPL 진출 후 네 번째 리그 우승의 기쁨을 맛봤고 아시아 선수 최초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풀타임 활약하기도 했다. 아쉽게 결승전에서 패배하기는 했지만 박지성은 스페인 언론으로부터 “‘지구방위대’ 바르셀로나에 저항한 유일한 맨유 선수”라는 극찬을 받았다. 지난 시즌 활약으로 미뤄 봤을 때 박지성의 다음 시즌 주전 확보는 고민할 필요가 없는 사항처럼 보였다.
“맨유에서 은퇴할 것”
재계약 여부를 놓고 지난 6월부터 축구 팬들의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만든 박지성 역시 공식적인 자리에 설 때마다 맨유에서의 잔류를 희망했다.
지난 7월 17일 ‘미러풋볼’, ‘피플’ 등 영국 언론들은 “프리시즌 투어를 위해 미국 시애틀에 방문 중인 박지성이 맨유 올드 트래포드에 평생 남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세리에A의 명문 ‘유벤투스’와 분데스리가의 ‘바이에른 뮌헨’을 비롯한 몇몇 클럽으로의 이적설이 오가던 가운데 이 같은 추측을 일축한 것. EPL 챔피언이자 세계 3대 구단으로 군림하고 있는 맨유를 떠날 이유가 없다는 것이 박지성의 생각이다.
이적과 관련된 인터뷰가 있을 때마다 박지성은 “내가 맨유를 떠나고 싶어 한다는 일부의 보도는 거짓이다”라고 강조하면서 “나의 경력을 이곳에서 마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지성의 바람과는 달리 맨유와의 다년 계약은 다음해로 미뤄야 할 상황에 놓였다.
퍼거슨 감독에 따르면 맨유는 2012년 6월까지 계약이 돼 있는 박지성에게 2년 계약 연장을 요청했다.
통상적으로 EPL을 비롯한 유럽리그에서는 잔여기간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재계약을 체결할 경우 새로운 계약기간 안에 남아있는 기간을 포함시켜 재계약에 따르는 조건을 적용한다.
때문에 2012년 6월까지 계약돼 있는 박지성의 계약 만료는 현 시점에서 2년 뒤인 2013년 6월이 된다. 지금까지 박지성이 재계약을 체결했을 때도 위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됐다.
박지성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JS리미티드’의 김정일 팀장도 “퍼거슨 감독의 발언은 2년 연장이 아닌 1년 연장으로 풀이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1년 연장이 기정사실화 되던 와중에 영국의 ‘데일리 메일’은 지난 7월 28일 “박지성의 재계약 조건이 2014년 까지다”라는 보도를 내보냈다. ‘데일리 메일’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처음 퍼거슨 감독이 밝혔던 1년 연장보다 반가운 조건이 된다.
박지성의 유효기간을 짧게 보고 있나
축구 팬들은 다년 계약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박지성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보이고 있다. 팬들은 “재계약 이후 맨유에서 뛰지 못하게 되더라도 그에 버금가는 클럽에서 뛸 수 있다”, “맨유가 박지성의 진가를 다음해 또다시 확인하면서 재계약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5년 7월 맨유에 입단한 박지성은 연봉 200만 파운드(37억 원)에 첫 계약을 체결했다. 1년 뒤 재계약 때는 40%가 인상된 280만 파운드(51억 원)를 받았다.
2009년 3번째 계약 당시에는 360만 파운드(73억 원)까지 연봉을 끌어올렸다. 여태껏 인상폭으로 봤을 때 이번 재계약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인상이 기대된다.
한편 지난 7월 동안 맨유의 프리시즌 미국 투어에 참가하고 있는 박지성은 28일 기준으로 3골 1도움을 기록했다. 루니, 발렌시아 등 주축 선수들과의 호흡도 더욱 척척 들어맞고 있다.
맨유는 미드필더 폴 스콜스의 은퇴와 오웬 하그리브스의 방출로 대대적인 변화를 앞두고 있다. 포지션 변경 또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 멀티 플레이어 박지성의 진가가 빛을 발휘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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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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