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한 직구로 타자들을 윽박지르던 투수가 2년 만에 돌아왔다
묵직한 직구로 타자들을 윽박지르던 투수가 2년 만에 돌아왔다
  • 이창환 기자
  • 입력 2011-07-26 14:29
  • 승인 2011.07.26 14:29
  • 호수 899
  • 4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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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의 화룡점정 한기주
2009 프로야구 히어로즈-KIA타이거즈 경기에서 9대2 승리를 거둔 KIA타이거즈 선수들이 경기종료후 자축하고 있는 모습.

[이창환 기자] 한기주(25)가 전성기에 버금가는 구위를 장착하고 KIA 타이거즈 마운드로 돌아왔다. 한기주는 데뷔 때부터 달고 다녔던 팔꿈치 부상 때문에 2009년 11월부터 프로리그를 떠나 있었다. 한기주는 지난 14일 두산 전에서 1799일 만에 선발투수로 등판했다. 그리고 지난 17일에는 756일 만에 세이브를 달성했다. 이날 보였던 위력적인 직구는 부상 이후 가졌던 훈련의 성과와 KIA 투수진의 업그레이드를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이름값을 톡톡히 해낸 한기주 덕분에 KIA는 프로야구 전반기 1위 수성과 2011 시즌 우승이라는 목표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한기주의 합류로 KIA는 최상 선발진과 더불어 불펜, 마무리까지 이어지는 필승계투조를 마련하게 됐다.

지난 17일 한기주는 선발에서 마무리로의 보직 전환을 위해 불펜 조로 대기하고 있었다. KIA는 이날 열린 삼성전에서 7회 말까지 3-2로 리드를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불펜투수들의 대거 기용과 핵심조 손영민, 유동훈의 연투 불가로 역전의 위기에 몰려 있었다. KIA 조범현 감독은 7회 말 무사 1루 상황에서 과감하게 한기주를 마운드로 올려 보냈다. 실전 감각에 대한 검증이 확실히 이뤄지지 않은 선수를 가장 중요한 순간에 내보낸 것이다. 한기주는 조 감독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았다.

한기주는 구원 등판 후 처음 상대한 삼성 신명철에게 희생 번트를 내줘 1사 2루 위기에 몰렸으나 박한이와 박석민을 땅볼과 뜬공으로 처리했다. 8회 역시 상대 중심타선을 모두 뜬공으로 가볍게 제압했고 9회 때는 단 7개의 공으로 타자들을 삼자범퇴 시켰다. 8, 9회의 퍼펙트 투구를 비롯해 3이닝 동안 한 점도 내주지 않은 채 리드를 지킨 것이다.

이날 한기주는 총 28개 공을 던졌는데 직구가 19개, 슬라이더가 6개, 체인지업이 3개였다. 직구의 구속은 144Km~152Km나 돼 강속구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었다. 2009년 6월 21일 사직 롯데전 이후 거둔 756일 만의 세이브였다.

오랜만의 세이브를 거둔 한기주는 “차일목 선배의 리드대로 공 하나하나에 혼신의 힘을 다했다. 어떤 상황에서든 내 공을 던지는 데 집중하자고 생각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차일목 포수, 리그 최고 직구라 칭찬 해

팔꿈치 수술을 받았던 한기주가 2년 만에 처음 나선 경기는 지난 14일 두산 전이었다. 이날 선발투수로 출전한 한기주는 투구 폼과 구질를 점검하면서 60개의 공을 던지고 내려갔다. 3이닝 동안 2실점을 기록하긴 했지만 공의 구속과 상황대처 능력은 합격점이었다. 하지만 막강 KIA 선발 투수진에 비하면 아직 개선해야할 점도 몇 가지 보였다.

17일 삼성전에서도 부진했다면 한기주의 보직에 대한 결정이 다소 늦어질 수도 있었지만 그날 활약으로 조 감독은 고민을 덜었다. 한기주는 2007년과 2008년에 각각 25, 26세이브를 올렸던 적이 있다.

삼성전에서 한기주의 공을 받았던 KIA 최일목 포수는 “이런 묵직한 공은 오랜만이다. 볼의 무게감이 남달랐다”고 칭찬했다. 평소 차일목은 묵직함과 빠르기를 동시에 가진 공을 위력적이라 생각했는데 한기주의 공은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켰다. 묵직함이 더해진 강속구는 타자들이 잘 쳐낸다 해도 멀리 날아가지 않는다.

차일목은 한기주의 직구를 삼성 철벽 마무리 오승환의 ‘돌직구’에 비유했다.

차일목 포수는 “오승환의 직구와 맞먹는 정도”라면서 “오승환의 공을 받아보진 않았지만 타석에서 쳐봤으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차일목 포수 역시 조 감독과 마찬가지로 한기주의 마무리 또는 불펜 기용을 적극적으로 반겼다. 차일목은 “선발 등판 때 지적받은 제구력은 꾸준한 출장을 통해 나아질 수 있다고 본다”면서 “위력적인 직구를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팀 내 간판보다는 수호신으로

KIA 조 감독은 한기주의 합류로 투수진을 한층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조 감독은 마무리투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8개 구단 최강으로 꼽히는 선발투수진(윤석민, 로페즈, 트레비스, 서재응)덕에 시즌 중반 리그 선두를 차지했지만 선발만 물러나면 불안했다. 기존 마무리 투수들은 조 감독의 성에 차지 않았다. KIA 구원투수 평균 자책점은 3.98로 리그 5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기주의 합류로 KIA는 마무리를 보강했을 뿐만 아니라 유동훈, 손영민, 심동섭으로 이어지는 불펜진의 안정까지 누리게 됐다.

KIA 에이스 이범호가 “팀 우승을 위해서는 한기주의 활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한 것이 이 때문이다.

지난 17일 한기주의 3이닝 퍼펙트 마무리를 지켜본 이범호는 “네가 ‘소방수(미무리)’를 해야 팀의 마운드가 좋아진다. 우리 팀에서 마땅한 소방수는 너뿐이다”라는 말로 믿음을 표시했다.

이범호가 한기주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는 이유는 2001년 입단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리그 우승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해 소프트뱅크 시절 퍼시픽리그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으나 자신은 막상 2군에 있어 기여도가 낮았다.

한기주 역시 현재 자신의 역할을 잘 알고 있다. KIA는 막강 투수진을 필두로 상위 타선과 하위 타선의 타율 평준화로 리그 선두를 꿰차고 있지만 삼성, LG가 한끝 차이로 뒤쫓고 있다. 조 감독 역시 한기주가 빈자리를 찾아가 제몫을 해주기를 바랄뿐 고른 기용을 통한 검증을 하기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다.

때문에 한기주의 선발투수 활약은 다음 시즌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재활군과 2군을 거치면서 컨디션을 찾은 한기주는 지난 14일 두선전 후 “선발 투수로 뛰기 위해 수술을 받았었다. 시즌 끝까지 선발로 나가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KIA 또한 한기주가 선발 자리를 굳히면 6선발 로테이션을 가동할 수 있어 이득이다.

하지만 선발투수로서의 능력보단 마무리로서의 능력을 더 인정받은 현재로서는 선발등판의 기회가 그렇게 자주 있을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공을 오래 던지는데도 불구하고 구위가 유지되거나 기존 투수들의 부상이 있다면 선발 등판도 충분히 가능하다. 한기주가 먼저 할 일은 KIA 소방수 역할을 해내는 것이다.

hojj@dailypot.co.kr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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