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백영 상주 시장 “병들어 있던 상무 ‘상주 상무’가 되살리겠다”

[이창환 기자] 최근 ‘상주 상무 피닉스 프로축구단’(상주 상무)이 승부조작 파문에 휩싸여 리그 제외 위기에 빠졌다. 경북 상주시는 지역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자 거액을 들여 상무 프로축구단을 유치했으나 반 년 만에 승부조작 연루 혐의로 감독까지 구속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승부조작과 관련해 ‘상주 상무’에서는 9명의 선수가 기소됐다. 16개 구단 중 연루자가 가장 많다. 하지만 상주시는 ‘상주 상무’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기소된 9명의 선수는 모두 지난해 승부조작에 관여했다. 이들은 승부조작 당시 ‘상주 상무’ 소속이 아니라 광주에 연고를 두고 있었다. ‘상주 상무’는 광주상무가 연고지를 상주로 바꿈에 따라 새로 단 이름표다. 따라서 승부조작 파문은 상주가 구단을 인수한 이전의 일이므로 새롭게 태어난 ‘상주 상무’와 무관하다는 것이 상주시의 입장이다. 상주시는 2012년까지 상무와 연고지 계약을 맺었다. 상무 팀 운영과 지원을 위해 이미 60억 원을 넘게 쓴 걸로 알려졌다. 상주시는 승부조작 이미지를 벗기 위해 추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향후 ‘상주 상무’의 활약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상주는 축구를 통해 지역 브랜드와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상무를 연고팀으로 만들고 올 시즌 야심차게 K리그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난데없이 승부조작 파문이 일어 상무 팀과 연고지 계약을 추진했던 성백영 상주시장은 “오히려 상주의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시달렸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도 불구하고 성 시장은 축구팀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상주시 관계자는 “우리 시는 구단을 위해 조명탑 설치, 잔디 교체 등 경기장 시설에만 45억 원을 투자했다”며 “시민들도 구단에 애정을 쏟으면서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번 일을 ‘반면교사’삼아 상주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구단은 승부조작 사건이 터지기 전 시민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개막전에는 만원관중을 기록해 축구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에 선수들은 상위권 성적으로 기대에 부응했다.
시골에 부는 축구열풍
상주시 관계자는 “상주라는 작은 도시에 축구열풍이 불고 있다”며 “시골 촌로가 선수들을 먹이라며 소를 끌고 오는가 하면 선수들을 위해 작은 물품을 지원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고 상주 시민들의 축구사랑을 전했다.
상주시에 따르면 시민들은 십시일반 협찬금으로 승리수당을 지급하는 등 눈물겨운 운영으로 선수들의 사기진작에 힘써 왔다.
이 관계자는 “선수들은 이런 시민들의 모습에 감동해 더 열심히 뛰었다. 그러다 이번 사건이 터졌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선수들과 시민들의 실망이 클 것이기 때문에 구단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게 시장님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상주시가 승부조작 파문보다 더 심각하게 보고 있는 문제는 ‘상무 퇴출’, ‘2부 리그 강등’ 등의 추측 보도다. 일부 언론의 ‘상주 상무’에 대한 과장된 보도와 필요이상의 부정적 시각이 승부조작과 관련 없는 ‘상주 상무’ 선수들까지 죄인으로 만들고 있다.
상주는 사건의 피해자
상주시는 이번 승부조작 사건에 대해 가장 큰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상주시 관계자는 “승부조작 사건은 상무가 상주로 옮겨지기 전에 발생한 것이다”라며 “최근의 불명예스런 사태는 상주시가 최대의 피해자”라고 강조했다.
상주시에 따르면 ‘상주 상무’는 팀의 특성상 군 체육부대 선수 팀을 임대해서 운영하는 형식이다. 선수선발 관리 감독은 국군체육부대 소관이고 상주시는 상무 팀의 사무국운영, 홈 경기관리, 후원 마케팅 등을 맡고 있다.
상주시 측은 “프로축구연맹은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들을 비난하는데 앞장설 것이 아니라 더욱 철저히 경기를 관리 감독해야 한다”며 “K리그 선수들의 관리 부실도 문제였다. 무조건 선수들에게만 책임을 돌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상주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구단의 감독 퇴출과 운영진을 개편하고 국군체육부대와 긴밀하게 협의해 선수 육성에 앞장설 계획이다.
한편 ‘상주 상무’가 7월 내 K-리그 가입금 10억 원을 납부할 수 있게 됐다.
상주시 관계자는 “지난 15일 상주 시의회 본회의에서 가입금 납부안이 통과됐다. 7월 29일이 가입금 납부 마감일까지 시간을 지킬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상주 시의회에서 가입금 납부안이 부결됐을 때 만 해도 상주의 7월 내 K리그 가입금 납부 여부는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상주 시의회는 지난 15일 마지막 본회의날 추가 안건으로 가입금 납부안을 다시 상정했고 12대 5로 이를 통과시켰다. 상주는 내년 시즌부터 유소년 팀 지원금 등 프로축구연맹의 각종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상주는 지난해 12월 상무와 연고지 협약을 맺고 K리그에 입성하면서 10억 원의 가입비를 상·하반기에 절반씩 분납하기로 했다. 하지만 홈구장인 상주시민운동장의 잔디 교체공사와 조명탑 설치로 인해 추가 예산을 지출하면서 7월까지 가입금을 완납을 미뤄왔다.
hojj@dailypot.co.kr
#지도자뿐만 아니라 심판도 안전할 수 없다
가담자들에 대한 처벌은 점점 ‘영구퇴출’로…
승부조작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지켜보고 있는 일부 전문가들은 “코치진에 대한 조사로 넘어간 수사를 심판, K리그, KFA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50명 이상의 선수들이 가담한 상황으로 미루어 추가 가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심판 판정은 선수들은 물론 ‘상주 상무’ 팬들 사이에서 종종 오르내리는 화제였다. 일부 ‘상주 상무’ 팬들은 “심판들이 상주 상무를 국군체육부대 소속 팀이라 무시하는 게 아니냐”, “다른 구단의 순위 경쟁에 상주 상무가 이용되는 것 같다”는 불만을 제기하기까지 했다.
현실적으로 K리그 심판은 승부조작의 유혹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심판진의 월급은 주심이 150~200만 원 정도를 받고 부심이 120만~170만 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임당 수당은 주심이 55만 원, 부심은 35만 원 선이다. 승부조작의 천국으로 불리는 중국 역시 검찰 수사 결과 상당 수 심판들이 승부조작에 가담했다. 모든 심판들을 범죄자로 바라보는 인식은 지양해야 하지만 판정 의혹에 시달렸던 경기는 그에 따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편 가담자들에 대한 처벌은 영구 퇴출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부산 아이파크’ 안익수 감독처럼 “지도자들이 똑바로 가르치지 못한 죄를 만회하고 선수들이 축구를 통해 속죄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측도 있지만 대다수는 ‘울산 현대’ 김호곤 감독, 중국 ‘광저우 헝다’의 이장수 감독처럼 일벌백계를 외치고 있다.
김 감독은 “승부조작에 용서라는 단어가 거론되는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며 “자진신고 또한 진정한 자진신고가 아니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상자가 너무 많아 정상적인 가동이 어렵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김 감독은 “축구 선수는 그들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 감독 역시 “대충 덮어서는 절대 뿌리 뽑히지 않는다”고 거들었다. 지난 10년 간 중국 프로축구의 승부조작을 지켜봤다는 이 감독은 “승부조작의 뿌리는 수천억 원이 오가는 도박 조직이다”면서 “중국에서는 이를 타파하기 위해 죄질이 큰 가담자에게는 사형까지 구형하면서 다스렸다”고 전했다.
또한 이 감독은 “한국 축구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는 위기 앞에 KFA나 K리그의 책임은 없다”고 덧붙였다.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태. 엄중한 수사와 올바른 대처 방안이 없다면 승부조작 범죄는 언제고 다시 올라올 수 있다.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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