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수염 미남 이용규, 강타자의 정의를 새롭게 내리다!

[이창환 기자] KIA 타이거즈 이용규가 생애 첫 타격왕 등극 가능성을 점점 높이고 있다. 이용규는 지난 7일 4할 타율을 달성하면서 톱타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와 같은 장타력은 떨어지지만 신기와 같은 커트 능력으로 상대 투수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대호, 김현수 등 경쟁 선수들도 “올 시즌은 이용규가 대세”라고 말하고 있다. 이용규의 플레이는 이종범의 전성기와도 비교되고 있다. 90년대 중반 이종범은 도루와 안타를 뽑아내는 능력 등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KIA 팬들은 이용규의 플레이를 가리켜 ‘용규신공’, ‘용규놀이’라 하며 열광하고 있다.
이용규는 지난 3일 한화와의 경기에서 5타수3안타2타점을 기록하면서 팀의 5-1 승리를 이끌었다. 특유의 ‘커트 신공’역시 여전했고 빠른 발로 상대 수비진을 흔들었다.
이날 경기에서 이용규의 진가는 네 번째로 타석에 들어선 7회 때 나왔다. 이용규는 자신을 견제하기 위해 등판한 유창식을 절묘한 배트 컨트롤로 어렵게 만들면서 승부를 9구까지 이어갔다. 이후 유창식의 10구 슬라이더를 받아쳐 중전안타를 뽑아냈다.
3-1로 앞선 8회에도 이용규의 안타 행진은 이어졌다. 이용규는 한화 투수 윤규진을 상대로 2타점 2루타를 날렸다. 이용규는 “볼카운트가 유리해 직구를 염두하고 맘 놓고 휘둘렀다”는 소감을 전했다.
지난 3일 한화전 활약은 지난 2일 경기의 부진을 털어버렸다는 것에서 의미가 컸다. 지난 2일 이용규는 5번이나 타석에 들어섰지만 단 한 개의 안타도 치지 못했다.
스스로에 대한 불만족은 강한 집중력으로 이어졌다. 이용규는 타격코치와 번갈아 상의해가며 문제점을 찾으려 시도했고 다음날 다른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용규는 3일 한화전에서 타격 코치들의 조언대로 어깨에 힘을 빼고 몸의 중심을 뒤로 둔 상태에서 편안한 스윙을 했다. 자칫 슬럼프 빠질 수도 있던 타이밍을 적극적인 자세로 극복해낸 것이다.
타석에 들어서면 1루는 밟아야지
이용규의 활약은 허벅지 부상에서 돌아온 5월 이후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부상에서 복귀 하자 마자 11경기에서 3할4푼 47타수 16안타를 기록하며 KIA 타선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이용규는 투수들이 가장 싫어하는 타입이다. 큰 거 한 방은 없지만 상대 투수가 던진 유인구에 좀처럼 속지 않으며 본인이 원하는 공이 아닐 때에는 절묘하게 커트해 버린다. 그러다가 기어코 볼넷이나 안타를 뽑아내 출루한다.
이용규는 투수들에게 가장 많은 공을 받아낸 타자로 명성이 높다. 이용규는 지난해 8월 넥센과의 경기에서 상대투수 박준수를 상대로 20구까지 가는 승부를 펼쳤다. 한 타자 상대 최다 투구 수 신기록이었다.
이용규가 가진 다양한 장점은 높은 출루율을 기록할 수 있던 원동력이 되고 있다. 먼저 이용규는 투 스트라이크 이후 타율이 3할8푼에 달한다.
타자들은 투 스트라이크가 되면 불안해진다. 강타자들조차 투 스트라이크 이후 타율은 좋지 않다. 타격의 대가 LG 트윈스 이병규조차 투 스트라이크 이후 타율은 2할7푼 정도다. 지난해 타격왕 이대호도 투 스트라이크 이후 타율은 전체 타율보다 떨어진다.
하지만 이용규는 투 스트라이크 이후 타율이 자신의 전체 타율과 비슷한 3할8푼2리다. 투 스트라이크 원 볼과 투 스트라이크 투 볼의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4할5푼5리와 4할4푼4리를 기록한 점 역시 대단하다.
삼진이 뭔데
게다가 이용규는 투 스트라이크 이후 커트 비율이 93.1%나 된다. 프로야구에서 이용규만큼 커트를 잘하는 선수는 없다. 이용규는 파울이 되든 페어가 되든 어떻게든 방망이에 공을 맞힌다. 헛스윙 비율은 겨우 2.9%다.
이용규의 커트 능력과 안타는 상대 투수들의 진을 빼놓기에 충분하다.
천적으로 자리매김한 투수 유형이 없다는 것은 또 하나의 강점이다. 지난 4일까지 이용규는 우투수를 상대로 3할9푼의 타율을, 언더핸드스로 투수에게는 3할8푼5리의 타율을 기록했다. 상성 상 부담스러울 수 있는 좌투수를 상대로도 3할6푼5리의 타율을 기록 중이다.
출루율을 놓고 보면 언더핸드스로 투수를 상대할 때보다 좌투수를 상대할 때 성적이 오히려 더 좋다. 언더핸드스로 투수에게서는 4할2푼9리를 뽑아낸 반면 좌투수와의 대결에서는 4할4푼1리나 된다. 무리하게 잡아당기는 스윙이 아닌 짧게 밀어치는 타구는 상성 상 불리한 조건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
기복이 없는 점 역시 이용규의 타격왕 전망을 밝혀주고 있다. 이용규는 4월~7월초까지 모두 3할3푼대 이상의 고타율을 꾸준하게 찍고 있다. 타격감이 좋지 않을 때는 볼넷으로라도 출루했다. 이용규는 “타율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출루를 많이 하려고 생각한다. 출루를 하다 보면 타율도 좋아 진다”고 말할 정도로 출루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출루율은 1번 타자에게는 필수적인 요소다.
거포만 타격왕 하라는 법 있나
이용규는 지난 3일까지 55경기에 출장해 전체 타격 1위에 올라 있다. 물론 7,8월까지 상승세가 이어진다고는 장담 못한다. 두산 베어스의 김현수의 경우 2009년에 4할 타율에 도전했다가 7월에 닥친 컨디션 난조로 타율이 떨어졌다. 무더운 여름을 어떻게 극복 하느냐가 ‘시즌 4할 타율’ 달성의 관건이다.
정작 이용규는 시즌 4할 타율에 큰 욕심을 갖고 있지 않다. 이용규는 “아직 4할 타율에 대한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좋다가도 안 좋아지는 게 야구다. 그날 경기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용규의 타격 쇼를 지켜보고 있는 팬들과 전문가들은 타격왕과 4할 타율의 기대를 접을 수 없다.
시즌 4할 타율은 꿈의 기록이다. 4할 타율은 1982년 원년 80경기 체제에서 MBC 백인천이 달성한 이후 29년 간 나오지 않았다. 1994년 해태 이종범이 3할9푼3리로 근접한 것이 최고 기록이다. 올 시즌 현재 4할 타율 달성에 가장 근접한 선수는 이용규다. 그가 7, 8월에도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갈 것인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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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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