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김동현은 UFC에서 5연승 거둔 선수!
[이창환 기자] 한국인 최초의 UFC(이종격투기 세계 최대 단체)파이터 김동현(31)이 6연승에 실패했다. 김동현은 카를로스 콘딧(27·미국)과의 웰터급 경기에서 플라잉 니킥에 이은 펀치 연타로 허무하게 무릎을 꿇었다. 전문 도박사들과 세계적인 UFC 선수들도 김동현의 승리를 점쳤지만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패배한 김동현의 다음 상대는 릭 스토리와 티아고 알베스 등으로 압축됐지만 경기 중에 당한 부상으로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김동현은 UFC에 입성했을 때부터 목표로 삼은 조르쥬 생피에르(GSP)와의 대결을 미뤄야할 상황에 놓였다. 본 경기 전날 열렸던 UFC132 계체량 때만 해도 김동현이 소속된 ‘부산 팀매드’의 분위기는 최고조였다.
김동현은 어느 때보다 여유로운 모습으로 계체량에 나타났고 ‘이소룡 포즈’를 흉내내는 등 자신감에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김동현을 코치하던 양성훈 관장 역시 “김동현의 승리 가능성은 99%다”라고 말할 정도로 승리를 확신했다. 격투 팬들은 큰 기대를 품고 UFC132 시작만 손꼽아 기다렸다.
승리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던 주된 이유는 김동현의 상승세 덕분이지만 카를로스 콘딧의 부족한 레슬링 기술 또한 영향을 미쳤다. 카를로스 콘딧은 막강한 타격과 주짓수 실력을 겸비하고 있지만 레슬링이 강한 상대들에게는 고전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있다. 반면 김동현의 레슬링 실력은 UFC내에서도 최고로 평가받고 있었다. 안정적인 레슬링 실력을 기반으로 김동현은 UFC에서 5승0패1무효의 성적을 일궈냈다.
UFC는 세계적인 규모를 갖춘 유일한 격투 단체이기 때문에 1승을 올린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단체의 스타들도 UFC만 넘어오면 만족스런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해 퇴출당하기도 한다. UFC에서 김동현은 동양인 최초로 5연승을 거뒀다.
강자 중에 강자만 모인 UFC
김동현은 이번 경기만 이기면 꿈에 그리던 ‘웰터급 챔피언 결정전’을 치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 3일 벌어진 UFC132 경기는 초반부터 김동현에게 불리하게 흘러갔다.
콘딧은 평소 자신의 스타일을 버리고 경기에 임했다. 김동현의 테이크 다운 디펜스와 타이밍 태클을 경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콘딧은 적극적인 압박과 연타로 승수를 쌓아나간 선수다. 시작하자마자 맹공을 퍼부어 1라운드를 마치기도 전에 경기를 끝낸 적도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이날 콘딧은 옥타곤 가장자리를 맴돌면서 김동현의 타격을 흘려보내거나 카운터로 받아치는 것에 주력했다. 타격 역시 김동현을 몰아치는 역할보다는 김동현의 타격거리와 리듬감을 방해하기위해 사용했다.
첫 번째 격돌은 경기 시작 후 1분 30초 정도 만에 일어났다. 콘딧의 원투 펀치를 방어한 김동현이 기습적으로 타이밍 태클에 들어간 것이다. 이후 두 선수의 경기는 그라운드 게임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바닥에 깔린 콘딧의 그라운드 움직임은 기대 이상이었다. 콘딧은 파운딩을 막아내면서 김동현을 몸을 양다리로 조인 후 순식간에 위치를 뒤집었다. 위기를 맞은 김동현은 가드 포지션을 수시로 바꾸면서 일어나는데 성공했지만 이미 체력과 기세가 꺾인 후였다.
그동안 그라운드 게임은 김동현의 연승에 가장 큰 부분 차지해 왔다. 김동현에게 테이크 다운을 한 번 당하면 경기 내내 ‘바닥 청소’를 하던 선수들도 많았다. 콘딧이 그런 김동현을 단 한번의 스윕으로 뒤집은 것이다.
부산 팀매드, 콘딧의 전략 대비 못해
이때부터는 콘딧의 독무대였다. 콘딧은 경기 리듬이 끊긴 김동현을 자신의 거리 안으로 유인한 후 순식간에 플라잉 니킥과 펀치 연타를 적중시켰다. 경기시작 2분 58초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콘딧의 공격으로 TKO를 당한 김동현은 정신을 차린 이후에도 패배가 실감나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번 패배로 김동현은 챔피언 컨텐더 기회를 콘딧에게 넘겨줄 수밖에 없게 됐다. 김동현이 챔피언 또는 챔피언 컨텐더 자격을 받으려면 차기 대전에서 연승과 화끈한 경기력을 선보여야 한다. 김동현의 인지도로 미루어 봤을 때 세계랭킹 10위권 내의 선수와 상대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김동현의 행보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종격투기 전문가들은 김동현의 다음 상대로 릭 스토리와 티아고 알베스를 꼽았다. 두 선수 모두 동양인을 압도하는 체격과 적극적인 압박이 강점이다.
하지만 김동현이 콘딧의 공격으로 인해 안와골절 부상을 입었기 때문에 다음 상대는 UFC 의 떠오르는 신인이나 김동현의 명성과 자리를 바라는 선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네바다 주 체육위원회는 “김동현은 안와골절상을 입었으며 완치가 빨리 되지 않는다면 2011년 12월 30일 까지 경기에 뛸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번 패배는 김동현의 단점으로 지적받아온 타격 능력과 콤비네이션 기술 등을 짚어볼 수 있던 기회가 됐다. 패배를 딛고 더욱 강해지는 김동현을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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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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