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정동영-손학규 3인 3색 ‘대의원 선택만 남았다”

민주당 당권 3인방(정세균, 정동영, 손학규)에게 이번 7·28 재보궐선거 결과는 전당대회에 앞서 실시되는 모의고사 성적표와 같다. 쇄신연대 발족 등으로 신경전을 벌였던 정세균 대표와 정동영 의원은 내전을 잠시 중단하고 선거 지원유세에 전념하고 있다. 손학규 전 대표도 지난 2년여 동안 춘천칩거 생활을 정리하고 서울로 상경, 유세지원에 뛰어들었다. 이런 일련의 상황을 근거로 당권 3인방의 전대 출마는 이미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가장 큰 궁금증을 자아내는 손 전 대표의 전대 출마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것이 사실. 민주당 전대를 미리 따라가봤다.
이른 새벽부터 ‘잠룡’은 꿈틀대기 시작한다. 손 전 대표 얘기다. 지난 7월 23일 오전 7시께 서울시 은평구 구산동 구산역 주변에 손 전 대표가 나타났다.
7·28 재보선 지원유세를 하기 위해서다. 은평을 선거는 이번 재보선에서 최대 관심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정권 실세로 군림한 ‘왕의 남자’ 이재오 후보의 정계 복귀 여부가 은평을 선거에서 결정된다. 이 후보는 ‘나홀로 선거’ 전략으로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은평 주민은 이미 이재오에게 넘어갔다”며 이 후보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여기에 ‘잠룡’이 뛰어드는 이유가 숨어있다. 자신의 지원유세로 불리한 판을 뒤집는다면 2년 동안 춘천칩거를 하며 ‘독수공방(獨守空房)’한 세월이 빛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손 전 대표는 지난 18대 총선에서 패배한 뒤 “책임 지겠다”면서 돌연 춘천으로 들어가 ‘자연인’으로 지냈다.
이런 상황에서 유세 이후 선거 승리는 복귀 명분으로는 최상의 조건이다. 그래도 복귀가 영 민망하다면 등 떠밀리는 모양새를 빌려서라도 전대 출마가 가능하다. 손 전 대표는 은평을 뿐만 아니라 인물경쟁론으로 한나라당 우세가 점쳐지는 충남 천안을, 충북 충주 등에 대한 집중 공략에 ‘올인’ 했다.
정동영, ‘내전은 이제 그만’
재보선 유세활동에 필사적인 인물은 손 전 대표만이 아니다. 지방선거 승리를 등에 업은 정세균 대표, 정 대표와 쇄신연대 발족으로 대립각을 세워온 정동영 의원도 이번 지원유세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이들도 손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전국 8개 선거구 가운데 불리한 곳의 지형도를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정 대표 입장에서 보면 이번 재보선은 이기면 당권 고지 선점에 한발 먼저 다가갈수 있지만, 패배했을 경우 ‘무난한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번 지원유세에 필사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 대표는 사령탑에 앉아 선거를 진두지휘하며 최근까지 재보선 지역구 8곳을 순회했다. 정 의원도 당내 비주류모임인 쇄신연대 발족으로 정 대표와 각을 세워왔지만 내전을 중단하고 지원유세에만 집중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들 당권 3인방의 선거 지원유세를 두고 민주당 당권 전초전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들이 전국 각 지역구에서 벌이는 표심 호소의 목적이 비단 주민들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국에서 만나는 대의원, 당원들의 사전 포섭은 차기 전당대회에서 자신들에게 든든한 우군이 될 수 있다.
선거운동, 여느때보다 치열
이번 전대에서는 선거 결과뿐 만 아니라 당 내 역할도 작용하기 때문에 여느 때 보다 더 치열한 선거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정 대표의 경우 이번 선거 결과의 영향권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한마디로 이기면 본전이고 지면 당내 입지가 좁아진다. 정 의원 역시 그동안 당 주류층과의 껄끄러운 관계에서 벋어나기 위해 당내 기여도를 높이겠다는 심산이다.
주류층은 그동안 정 의원을 향해 당권 투쟁과 계파 정치에만 전념한다는 비난을 퍼부었다. 이번 지원유세를 통해 자신의 당 내 기여도와 위상을 높인다는 각오다. 손 전 대표는 선거 승패 여부와 관계없이 당권 도전이 유력해 보인다. 만약 민주당이 패배했을 경우 정 대표의 입지가 좁아짐과 동시에 대안카드로 손 전 대표에 대한 추대 기류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민주당이 선거에서 승리했을 경우에도 손 전 대표로서는 정 대표와의 정면대결을 노려볼만 하다. 물론, 손 전 대표는 지난 2년여 동안의 공백기를 만회하기 위해 이번 선거 지원유세에서 자신의 ‘실력’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번 재보선은 당권 유력주자들에게 있어서 전당대회를 앞두고 승부의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면서 “손 전 대표의 출마여부가 변수지만 전대를 앞두고 상경한 것은 당권을 염두해 둔 것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bukethead@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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