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에이스’ 김광현, 두 번째 2군행이 마지막이어야 할텐데
‘SK 에이스’ 김광현, 두 번째 2군행이 마지막이어야 할텐데
  • 이창환 기자
  • 입력 2011-07-05 11:48
  • 승인 2011.07.05 11:48
  • 호수 896
  • 4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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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신의 진정한 애제자가 되기 위한 조건 ‘제구력!’

[이창환 기자] SK 와이번스의 김광현(23)이 연이은 부진으로 ‘SK 에이스’ 호칭이 무색해질 위기에 처했다. 김광현은 지난달 23일 KIA전을 끝으로 기약 없는 2군행을 통보받았다. 이날 김광현은 자신이 선발투수로 뛴경기 사상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올 시즌 김광현의 2군 행은 이번이 두 번째다. 김성근 감독은 시즌이 한창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김광현의 부활을 위해 2군행을 통보했다. 김광현은 2군 경기와 개인 훈련을 통해 공의 완급조절과 제구력을 익혀야 한다. 김 감독은 김광현이 직구 이외에 다른 무기를 개발하기 전까지는 1군으로 올려 보낼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김광현의 부진과 해결해야 할 과제를 살펴봤다.

김광현이 데뷔 이후 최악의 경기를 펼쳤다. 김광현은 지난달 23일 KIA전에서 8이닝 동안 홈런 3개를 비롯해 14안타, 4볼넷의 부진을 보이며 8점을 내줬다. 김광현은 KIA 김상현에게 3회와 5회 스리런 홈런을 맞았고 6회에는 김주영에게 솔로 홈런을 맞았다. 사실상 승부가 기운 7회에도 이종범에게 3루타를 얻어맞았다.

김광현의 이날 경기는 2007년 프로데뷔 이후 한 경기 최다실점 기록 타이였고 한 경기 최다 피홈런과 피안타였다. 한 경기 투구수도 147개로 데뷔 이래 가장 많았다. 이날 경기로 김광현은 13경기 4승 6패 평균자책점 5.14를 기록했다. 올 시즌 김광현은 12경기를 선발 등판했는데 다섯 번의 퀄리티스타트를 채웠다. 하지만 5회를 버티지 못했고 강판된 횟수도 다섯 차례나 됐다.

들쑥날쑥한 투구 때문에 김광현은 이미 지난 5월 11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적이 있다. 당시 김광현은 열흘 만에 2군에서 1군으로 복귀했지만 복귀 후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4.73을 기록하는 등 실망스런 경기를 이어갔다.

지난달 23일 KIA전을 치른 다음날에는 올 시즌 두 번째로 2군행을 통보받았다.

김광현의 2군행을 지시한 김성근 감독은 경기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김광현 조련’에 굳은 의지를 나타냈다.


‘야신’, “타자 보는 눈 길러라” 질타

먼저 김 감독은 KIA전에서 맞은 연타석 홈런을 꼬집었다. 김 감독은 “직구를 노려 홈런을 친 타자가 다음 타석에서도 직구를 노리겠느냐”면서 “슬라이더를 노리고 들어오는 것이 당연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당시 김광현은 김상현에게 3회 때는 직구로 5회 때는 슬라이더로 홈런을 맞았다.

그리고 김 감독은 “6회와 7회 때는 슬로커브와 완급조절로 삼진을 잡는가 싶더니 또다시 전력투구해 무너졌다”면서 “구위가 떨어질 때는 아웃코스나 스트라이크 비슷한 볼을 던질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한화 이글스 류현진과 두산 베어스 김선우를 지목하기도 했다. 김광현 역시 이들처럼 투구의 구질과 패턴을 다양하게 하길 바란다는 뜻에서였다.

김 감독이 김광현에게 쓴소리를 내뱉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부진에 대한 고민 때문에 김광현이 “3년 전 베이징올림픽 때처럼 잘 던졌으면 좋겠다” 말했을 때도 김 감독은 “과거로 돌아가겠다는 뜻인가”라고 반문했다. 2008년 이후 힘의 의한 피칭으로 일관한 김광현을 경계한 발언이었다. 김 감독은 “베이징올림픽 때를 목표로 해선 안 된다. 바뀐 지금의 상황에 맞게 발전해야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김광현의 변화를 요구하는 이유는 타격기술의 발전 때문이 컸다. 팀 내 에이스가 상대팀의 집요한 분석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에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류현진과 타자들의 대결을 그 예로 들었다. 지난 시즌 타자들은 류현진의 공 앞에 속수무책이었지만 지속적인 분석으로 올 시즌 어느 정도 이상 안타를 뽑아내고 있다. 하지만 류현진 역시 다양한 구질과 심리전으로 타자과 맞서고 있다.

김광현의 두 번째 2군행은 복귀에 대한 기약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김 감독은 열흘 이건 한 달이건 만족할 만한 마인드를 갖추기 전에는 김광현을 복귀시킬 생각이 없음을 밝혔다.

김 감독은 김상진 투수 코치를 붙여 내려 보내긴 했지만 모든 일정은 김광현에게 맡겼다. 아무런 조언 없이 스스로 깨닫는 것을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광현은 훈련 계획과 2군 경기 등판 일정 등을 모두 혼자서 일궈나가야 한다.

김 감독이 김광현 스스로 깨우치길 바라는 요소는 제구력이다.

과거 김 감독은 “투수는 컨디션이 나쁘면 나쁜 대로 타자 잡는 법을 배워야한다. 방법에는 완급조절과 코너워크, 볼 배합 등이 있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제구력이 부족한 투수는 B급, C급 투수밖에 되지 못한다”고 말할 정도로 투수의 제구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면마비’로 스프링 캠프 때 충분한 대비 못해

김 감독이 김광현에게 바라는 제구력을 더 자세히 짚어보면 타자 몸 쪽에 던져야 할 때와 바깥쪽에 던져야 할 때를 알아야 한다는 내용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는 스트라이크를 잘 던지는 것 이상으로 스트라이크 성 볼을 던질줄 알아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김 감독이 김광현의 부족함을 지적할 때마다 종종 김선우를 거론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다 2008년 한국으로 복귀한 김선우는 지금의 김광현처럼 힘으로 공을 뿌리는 스타일이었다. 초구는 당연히 직구고 결정구도 직구였다. 그러나 지난 세 시즌을 통해 제구력 끌어올린 그는 주 특기였던 직구 없이도 6승5패 평균자책점 3.21을 기록 하고 있다.

물론 김광현에 대한 장점이 모자란 것은 아니다. 김광현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눈을 사로잡을 정도로 실력과 잠재력이 출중한 선수다. 역동적인 투구 폼과 높은 타점에서 떨어지는 150km 강속구는 프로야구 최고 수준이다. 게다가 커브 또는 포크볼처럼 떨어지는 슬라이더도 가지고 있다.

평소 매서운 질타를 아까지 않았던 김 감독 역시 “김광현이 모자란 부분을 보충한다면 류현진 이상의 투수가 될 수 있다”는 신뢰는 보였다.

김 감독은 “사람은 길이 없으면 어떻게든지 가려고 노력한다. 그러면서 새로운 도전이 생긴다. 그것이 없으면 새로운 길이 없다"는 메시지를 김광현에게 전했다. 김광현이 얼마나 새롭게 변화될지는 그 자신의 몫에 달렸다.

hojj@dailypot.co.kr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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