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상하이 세계선수권대회 재패 ‘눈 앞에’
박태환, 상하이 세계선수권대회 재패 ‘눈 앞에’
  • 이창환 기자
  • 입력 2011-06-28 16:03
  • 승인 2011.06.28 16:03
  • 호수 895
  • 4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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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만 풀었는데 3관왕!

[이창환 기자] 박태환이 미국 샌타클래라 국제그랑프리대회에서 3개의 금메달을 땄다. 박태환은 자유형 100m 종목에서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를 처음으로 꺾었고 200m에서 대회 신기록을 수립했다. 세계선수권 대회의 전초전으로 여기고 출전했던 대회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인 것이다. 박태환은 그랑프리 대회에서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세계선수권 대회 자유형 100m종목에 출사표를 냈다. 박태환은 마이클 볼 코치의 지도 아래 턴·킥 능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광저우아시안 게임 재패 이후 다음 달 상하이 세계 선수권과 2012 런던 올림픽 재패를 노리고 있는 박태환의 활약과 훈련을 조명했다.

지난 6월 19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타클래라에서 열린 국제그랑프리대회에서 박태환이 3관왕에 올랐다. 우승한 종목은 남자 자유형 100m, 200m, 400m다.

박태환은 먼저 자유형 결선 100m에서 48초92 기록으로 들어와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미국)를 꺾었다. 박태환이 펠프스를 꺾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기록은 박태환이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세운 한국 기록(48초 70)에 불과 0.22초 뒤졌다. 100m에 다소 취약했던 점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성과다. 펠프스에 대한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계기도 마련했다. 박태환은 2007년 호주 멜버른 세계선수권대회 자유형 200m에서 펠프스와 처음 대결했지만 동메달에 그쳤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도 펠프스에게 우승을 내주고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200m 결선에서 1분45초92로 대회 신기록까지 세웠다. 2위로 들어온 라이언 나폴레옹(호주)과 3초 가까이 차이가 날 정도로 일방적인 레이스였다. 박태환의 스타트는 나폴레옹보다 조금 뒤졌지만 초반부터 선두로 치고 나가며 한 번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주 종목 400m에서는 적수가 없었다. 지난해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수립한 한국기록(3분 41초53)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라이언 코크런(캐나다)보다 5초 먼저 터치패드를 찍으면서 레이스를 마쳤다.


400m 종목에는 적수조차 없어

200m와 400m에서는 안정적인 운영 또한 돋보였다. 첫 50m와 마지막 50m를 뺀 구간별50m기록 차이가 0.06~0.63초에 불과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속도를 고르게 유지했다는 것은 기본 기량이 그만큼 탄탄하다는 뜻이다. 두 종목의 마지막 50m 스퍼트는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보다 각각 0.1초, 0.52초 빨랐다

우승에 지켜본 세간의 반응에 대해 박태환은 “마무리 훈련만 잘하면 상하이 세계선수권에서 좋은 경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웃을 수 있는 경기를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박태환은 컨디션을 충분히 조율하지 못한 상태로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3주 동안 멕시코 고지대(산 루이스 포토시)에서 훈련하다가 곧바로 합류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박태환은 7월에 열리는 상하이 세계선수권을 위해 산소 섭취능력 등을 집중적으로 길렀다. 박태환 측은 이번 대회를 훈련 성과와 경기감각을 점검하기 위한 일환으로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이상의 성과를 낸 것이다. 강도 높은 훈련에 대한 효과는 실전에서 그대로 적용됐다. 특히 200m와 400m에서 수립한 기록은 2011년 세계랭킹 3위, 4위에 해당됐다.


멕시코 고지대에서 특훈

박태환의 빠른 성장 뒤에는 마이클 볼 코치의 세심한 지도가 있었다.

마이클 볼 코치는 박태환의 부족한 점을 턴과 잠영거리로 결론짓고 턴 할 때의 자세와 위치, 잠영거리 향상을 위한 돌핀킥을 중점적으로 훈련시켰다. 박태환은 광저우아시안게임의 영광을 뒤로 한 채 마이클 볼 코치의 지시에 따라 돌핀킥 훈련 등을 충실하게 수행했다. 돌핀킥은 스타트 직후 또는 50m 턴을 하고 나서 잠수를 한 채 두 발을 붙이고 아래위로 흔들며 추진력을 얻는 기술이다. 돌고래가 헤엄치는 동작과 비슷하다. 돌핀킥으로 잠영을 효율적으로 하면 물살 저항이 줄어들어 기록 경신에 좋다. 펠프스가 세계 최고의 돌핀킥 명수다.

마이클 볼 코치의 지도 아래 수 개월을 보낸 박태환은 최대 6번 정도의 돌핀킥이 가능해졌고 잠영거리는 10m~12로 늘어났다.

이에 박태환은 자유형 1500m를 과감히 포기하고 자유형 200m, 400m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돌핀킥과 잠영거리의 실력 차가 가장 두드러지는 종목 중 하나가 200m와 400m이기 때문이다.

마이클 볼 코치는 “박태환의 돌핀킥이 많이 좋아진 것이 사실”이라면서 “지금까지 훈련한 것에 비하면 샌타클래라 국제그랑프리대회서 보여준 잠영 능력도 만족할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사람이야, 돌고래야?”

하지만 마이클 볼 코치는 “펠프스 등 세계 최고 선수들에 비하면 아직 어린아이 수준의 킥과 잠영거리”라는 말도 덧붙였다.

마이클 볼 코치는 “펠프스는 턴 기술과 잠영할 때의 돌핀킥이 뛰어나다. 특히 킥을 8개 번이나 차기 때문에 잠수한 채로 13m까지나간다”고 말했다. 과거 박태환의 경우 실전에서 보통 4번 의 킥을 찼으며 잠영 거리는 7.5m였다. 그러나 킥 횟수와 잠영거리가 점점 늘면서 스프린터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샌타클래라에서 열린 국제그랑프리대회를 마친 박태환은 현재 호주 브리스번에서 상하이 세계선수권대회를 위한 훈련에 몰두하고 있다. 실전을 통해 점검했던 턴과 잠영거리를 좀 더 가다듬어 100% 컨디션으로 세계선수권에 출전할 계획이다.

세계선수권에서 박태환의 강력한 라이벌은 중국의 쑨양이다. 쑨양은 자유형 200m(1분44초99), 400m(3분41초48)종목에서 올해 세계랭킹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박태환이 1분45초92, 3분41초53로 근접하게 뒤쫓고 있지만 아직은 쑨양이 좀 더 우세하다.

펠프스 또한 박태환이 넘어야할 산이다. 펠프스가 가진 200m 기록은 1분42초96으로 세계신기록에 조금 모자라는 수준이다. 올해 쑨양이 세운 기록역시 펠프스의 역대 기록에 비하면 대단한 성적은 아니다. 하지만 전성기 기량이 나오고 있지 않아 쑨앙 보다는 덜 경계해야할 선수로 평가되고 있다.

박태환의 페이스 또한 만만치 않아 세계선수권대회에서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박태환이 샌타클래라 국제그랑프리대회 3관왕의 여세를 몰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달성하기를 기대해본다.

hojj@dailypot.co.kr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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