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왕 이동국, 특급도우미까지 자처
득점왕 이동국, 특급도우미까지 자처
  • 이창환 기자
  • 입력 2011-06-21 13:43
  • 승인 2011.06.21 13:43
  • 호수 894
  • 4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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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 모터스는 내가 우승시킨다!
프로축구 전북현대 이동국이 지난 3일 오후 중국 산둥성 지난 산둥스포츠센텅서 열린 2011 AFC챔피언스리그 산둥 루넝과의 경기에서 후반 추가골을 성공시키고 기뻐하고 있다.

[이창환 기자] 이동국이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에서 왕년의 스타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이동국은 무서운 기세로 골과 골 도움을 기록해 득점·도움 부분에서 랭킹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북 현대 모터스 역시 이동국의 맹활약에 힘입어 리그 1위로 올라섰다. 올 시즌 이동국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골 도움 부분에서의 선전이다. 최종 중앙공격수가 골 도움 랭킹 1위에 올라있다는 것은 그만큼 활동변경이 넓다는 얘기가 된다. 한 시즌 단 한 개의 골 도움도 없었던 과거와 비교하면 크게 달라진 특징이다. 이동국이 연일 주목 받고 있는 이유를 자세히 짚어봤다.

이동국이 이번시즌 K-리그에서 득점과 골 도움 부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 16일까지 10득점 7도움을 기록 중이다. 득점 부분에서는 김정우(상주 상무· 9골)보다 한 골 앞섰고 골 도움 부분에서는 배기종(제주·5도움)보다 2개 앞서고 있다.

이동국은 13경기 중 9경기에서 골을 기록했는데 전북은 이동국이 골을 넣는 경기마다 모두 모두 승리했다. 최근 전북이 대전 시티즌과 경남 FC에게 2연승을 거둔 것도 이동국의 활약이 컸다. 이동국은 이들 두 팀과의 경기에서만 3골2도움을 기록해 전북이 뽑아낸 5골의 상당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지난 11일 경남과의 홈경기는 이동국의 최근 진면목을 볼 수 있던 경기였다.

이동국은 전반 27분 에닝요의 선취골을 감각적인 패스로 만들었고 후반 28분에는 자신이 직접 추가골을 터트렸다. 상대 지역 오른쪽에서 시도한 통렬한 왼발 슈팅이었다. 이동국 덕분에 전북은 같은 날 1-1로 비긴 2위 포항스틸러스와의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었다.


골 기록하면 팀도 승리

“제 4의 전성기가 왔다”고 불리는 이동국은 올 시즌 목표로 삼을 만한 기록이 많다. 먼저 ‘40골-40도움’이 이동국을 기다리고 있다. 40-40은 득점력과 넓은 시야를 겸비한 선수들만 달성할 수 있는 기록으로 역대 선수 중 단 11명만이 이름을 남기고 있다. 이동국은 지난 17일을 기준으로 통산 109골 39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때문에 기록 달성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도움 부분에서의 맹활약 덕분에 이동국은 한 시즌 최단경기 ‘10골-10도움’에도 도전하고 있다. K-리그 역사상 한 시즌 최단기간 10-10은 28경기 째 이뤄졌다. 13경기 동안 10골 7도움을 쌓아올린 이동국의 페이스대로라면 기록 갱신도 충분하다. 이동국은 지난 16일까지 평균 1.3개의 공격 포인트와 0.77골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이동국이 올 시즌 기대하고 있는 더 큰 기록은 K-리그 통산 최다득점과 한 시즌 득점·도움 2관왕이다.

현재 109골을 기록하고 있는 이동국은 우성용(116) 김도훈(114), 김현석(110)에 이어 역대 개인 득점 4위에 올라서있다. 현역 선수 중에서는 가장 많으며 역대 최다 골과도 7골 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이동국의 통산 최다득점 도전은 개막 전만 해도 17골이나 모자라 생각지도 못했지만 폭발적인 득점력으로 기대를 품을 수 있게 됐다.

득점·도움 2관왕은 K리그 29년 역사에서 단 두 명밖에 세우지 못한 대기록이다. 1985년 피아퐁(LG), 1987년 최상국(포항제철)이후 2관왕 타이틀을 거머쥔 선수는 없었다. 득점, 도움에서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동국이 개인상 수상자가 되면 24년 만에 대기록을 쓰게 된다.

결코 쉽게 달성할 수 있는 기록이 아니지만 전북 최강희 감독과 축구 전문가들은 “이동국의 페이스로 미루어 봤을 때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부상만 당하지 말아다오

득점력은 이동국의 대표적 장점이다. 그런데 올 시즌엔 도움도 많다. 시즌 중반밖에 되지 않았는데 한 시즌 최다 도움을 기록한 2003년 6개보다 1개가 더 많다. 22골로 리그 득점왕에 올랐던 2009년에도 도움은 단 한개도 기록하지 못했다.

올 시즌 이동국은 미드필더, 좌우 날개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해 내면서 그라운드 곳곳에서 도움을 기록한 것이다. 골 도움은 넓은 활동반경이 없이는 기록하기 힘들다.

원래 이동국은 전형적인 최전방 중앙공격수였다. 최전방 공격수는 좌우 날개나 처진 공격수에 비해 움직임이 적다. 페널티 박스나 최전방에서 패스를 받아 골을 넣는 게 주된 임무며 수비 가담 또한 적다. 때문에 최전방 공격수가 골 결정력이 부족하게 되면 거센 비난에 휩싸인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동국이 또다시 국가대표팀의 부름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주워먹기’의 달인이라는 비난도 연이은 도움 행진으로 잠재웠고 골문 앞에서의 파괴력도 더 막강해졌기 때문이다.

전북 최 감독은 농담 삼아 “동국이를 말려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 최 감독은 “자신감이 넘치고 컨디션이 좋다보면 자칫 무리로 이어져 부상당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전문가들은 이동국의 재도약을 철저한 자기관리와 마인드 컨트롤로 꼽았다.

이동국은 훈련이나 실전이나 페이스를 조절해가며 뛰는 노하우가 생겼다는 평가를 많이 받는다. 과거와 달리 트위터 등을 통해 팬들과의 소통도 활발히 하고 있다. 이는 심적 압박에서부터 다소 자유로워졌다는 의미가 된다.


K-리그의 전설이 된다

사실 이동국에게 거는 기대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 이후 그리 크지 않았다. 우루과이와의 16강 전 후반에 나온 슛 장면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이동국을 비난했고 ‘국내용’으로 폄하했다.

이동국은 월드컵이 끝난 후 재개된 K-리그 후반부에서 8골을 몰아넣기도 했지만 플레이오프 전 부진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이동국의 슬럼프와 재도약은 그동안 여러 차례 반복됐다. 올 시즌 활약상을 두고 제 4의 전성기, 심지어 제 8의 전성기라 부르는 이유도 이동국의 굴곡진 선수 생활 때문이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의 외면과 전성기였던 2006년 독일월드컵 때의 부상은 이동국에게 있어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이동국은 여전히 넘어졌다가 일어나기를 반복하고 있다. 운동선수는 한 번만 내리막을 걸어도 도약하기가 쉽지 않은데 올 시즌 우승 해결사로 새롭게 축구 팬들을 찾아왔다.

이동국의 기록도 리그 1위의 향방도 아직은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동국의 맹활약은 승부조작으로 침울해진 k-리그에 작은 활력이 되고 있다.

hojj@dailypot.co.kr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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