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할 때까지 “써보세요!”

[이창환 기자]= 박지성이 ‘2010~2011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환상적으로 보냈다. 한 시즌 14개의 공격포인트 (8골 6도움)로 맨유 입단 후 최고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한국인 프리미어리거의 역사도 새로 썼다. 때문에 유난히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의 박지성 활약이 기대되던 해였다. 하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상대팀 FC 바르셀로나에 3:1로 패했다. 바르셀로나는 시종일관 우월한 경기력을 선보이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몰아붙였다. 박지성은 주요 외신들로부터 “인상 깊은 활약 이었다”는 평가를 받아냈다. 올 시즌 활약에 힘입어 영국 언론들은 박지성의 재계약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아쉽게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2년 전의 패배를 반복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2009년에 이어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셀로나)와 격돌했지만 실력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주요 외신들과 스포츠 도박사들 역시 바르셀로나의 승리를 예상했다.
박지성은 2009년에 이어 두 번째로 결승전에 선발 출전 했지만 결승전 공격 포인트라 업적은 이뤄내지 못했다. 하지만 아시아 선수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선발 출전한 것은 박지성이 최초다.
이날 경기서 맨유는 초반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 까지는 성공했다. 적극적인 압박이 주효했다. 좌측 윙어로 나선 박지성을 비롯해 중앙 미드필더 캐릭과 긱스 등은 퍼거슨 감독의 주문대로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공을 잡을 때마다 쉴 틈 없이 압박했다.
하지만 맨유는 경기 시간이 흐를수록 바르셀로나의 환상적인 패스플레이에 말려들었다. 볼 점유율을 서서히 높이던 바르셀로나는 전반 27분 페드로의 선제골로 앞서갔다. 남아공월드컵 우승 주역인 사비의 골 도움이 돋보인 순간이었다.
맨유도 2년 전처럼 연이은 실점으로 무릎 꿇지 않았다. 바르셀로나의 선제골 7분 만에 루니가 동점골을 터트린 것이다. 맨유의 적극적인 압박으로 만들어낸 골 이라는 데서 전술적인 가치 또한 컸다. 긱스와의 원투 패스를 거친 루니는 바르셀로나 골문 정면에서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빈자리는 어떤 선수로 채워질까
박지성의 역할은 후반전에 들어가 더 막중해졌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을 중앙으로 이동시켜 경기 조율과 바르셀로나 공격진의 차단을 주문했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의 노림수도 세계 최고 선수 메시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후반 9분 메시는 느슨해진 중앙 미드필더 지역을 가차 없이 돌파해 골로 연결 지었다.
메시의 두 번째 골 이후 경기주도권은 거의 바르셀로나로 넘어갔다. 맨유는 다급하게 총공격에 나섰지만 결정적인 슈팅 기회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오히려 후반 24분 비야에게 세 번째 골을 먹히며 패배를 받아들여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경기 직후 바르셀로나는 2년 만의 정상 탈환을 축하하는 분위기로 가득 찼다. 하지만 맨유는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루니는 눈물을 흘리며 패배를 안타까워했고 박지성 역시 고개를 숙인 채 그라운드를 빠져나왔다. 승리에 대한 바람이 너무나도 컸던 탓인지 수많은 국내 취재진들의 인터뷰 요청도 묵묵부답으로 지나쳤다.
박지성은 이날 경기서 팀내 상위권에 해당되는 평가를 받았다. 해외 언론들은 박지성의 경기력을 동점골을 터트린 루니와 수비의 핵심이었던 비디치, 퍼디난드 다음으로 기록했다.
스페인 언론은 사비와 맞대결한 박지성을 “까탈루냐의 두뇌에 대항한 한국의 다리”라고 칭찬했고 미국 언론은 “90분 간 쉴 새 없이 뛰었던 박지성은 왼편에서 움직이는 괴물 같았다”고 평가했다. 세계적인 축구 전문 웹사이트 ‘골닷컴’ 역시 박지성의 활약에 대해 “다른 어떤 선수보다도 바르셀로나 미드필더를 괴롭혔다”라고 칭찬했다.
에이전트 JS리미티드도 재계약 확신
경기 후 영국 언론은 일제히 “퍼거슨 감독은 다음 시즌을 위해 강도 높은 세대교체를 단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대교체는 퍼거슨 감독의 입에서 매년 흘러나오는 말이긴 하지만 올해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많았다. 특히 90년대 초반부터 맨유의 주축이었던 스콜스와 네빌의 은퇴, 긱스의 기량저하는 세대교체의 주요 명분으로 다가왔다. 맨유 붙박이 골키퍼 반 데르 사르의 은퇴 또한 무시 못했다.
재계약을 이룬 선수들 또한 속속들이 나타나고 있지만 맨유에는 세대교체의 바람이 더 크게 불었다. 물론 국내 팬들의 관심은 박지성의 재계약 여부다.
박지성은 2005년 7월 맨유에 입단한 뒤 지금까지 두 번 재계약했다. 2006년 여름 4년 계약에 성공했고 2009년 여름 2년 계약 연장에 합의 했다. 박지성과 맨유의 계약 기간은 2012년 6월 30일까지다. 보통 계약 기간을 1년 남기고 재계약 협상에 들어가기 때문에 조만간 박지성은 팀과 재계약 여부를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 박지성과 계약 만료기간이 비슷했던 에브라, 플래처, 캐릭 등은 이미 재계약을 완료했다.
영국 언론들은 이전과는 다르게 박지성의 재계약을 낙관했다. 재계약이 임박할 때마다 ‘박지성 방출설’을 내보냈던 현지 언론 이었지만 올해는 달랐다.
박지성의 재계약에 대해 처음 포문을 연 것은 영국 일간지 더텔레그래프였다. 지난 2일 더텔레그래프는 ‘맨유, 박지성과의 계약 연장을 원하다’라는 기사를 통해 “2011∼2012시즌 개막 직전에 박지성과 맨유가 재계약을 논의한다”고 보도했다.
이어 더텔레그래프는 “박지성은 이번 시즌 맨유의 핵심 선수로 떠올랐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맡은 역할이 잘 증명하고 있다”면서 “올 시즌 8골을 넣는 등 뛰어난 활약을 펼쳤기에 2년 연장 계약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재계약에 성공할 경우 연봉도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박지성은 2009년 계약 때 연봉이 310만 파운드(약 54억 원)에서 360만 파운드(약 63억 원)로 올랐다. 올 시즌 활약도를 감안하면 400만 파운드(약 70억 원)이상도 가능하다.
박지성의 재계약 시즌이 다가오자 네티즌들은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을 선발 출전했던 선수가 재계약을 걱정할 필요가 있나”, “국가대표까지 은퇴해 더욱 리그 경기에 전념할 수 있는데 맨유가 잡지 않을 리가 없다”고 말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박지성은 지난 2일 더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맨유에서 중요한 몫을 맡을 수 있다면 행복할 것”이라며 재계약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hojj@dailypot.co.kr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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