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 눈은 셔틀콕을 향할까, 여자 선수 엉덩이로 향할까
[이창환 기자]=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이 여성 선수들의 옷차림 변신을 촉구하고 나섰다. BWF는 테니스 등의 ‘네트 스포츠’를 거론하면서 배드민턴 복장도 섹시하고 화려하게 바꿀 것을 요구했다. 배드민턴 선수들의 카라 티셔츠, 하얀색 반바지가 효율성에서는 뛰어나지만 다소 밋밋해 보인다는 것이다. BWF는 그간 수시로 ‘미니스커트 착용 의무화’ 조치를 발표해왔다. 하지만 그때마다 여성 선수들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번에도 여성 선수들은 성적인 요소를 노골적으로 내세운 BWF의 방침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BWF는 해당 조치를 몇 달간 연기했다.배드민턴 복장의 ‘미니스커트’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인물은 전 BWF 부회장 펀치 구날란이다.
구날란은 2005년에 이미 “배드민턴은 너무 낡은 게 사실이다”라며 “여자 선수들은 좀 더 옷차림과 외모에 신경쓸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테니스 선수 샤라포바를 거론하며 배드민턴 여성 선수들과 직접적으로 비교했다. 샤라포바와 같은 선수들 때문에 테니스를 잘 모르는 이들도 경기를 찾거나 시청하게 된다는 것이다. 구날란의 말처럼 국내 또한 샤라포바가 방한했을 당시 2년 연속 수많은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테니스 불모지나 다름없는 나라였던 것을 감안하면 뜻밖의 광경이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최근 BWF의 이러한 조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배구도 유니폼을 삼각 팬츠로 바꿔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냐”면서 “흥행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제적으로 입히는 것은 명백한 성 차별”, “경기력이 저하된다는 선수들의 말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처럼 배드민턴 ‘미니스커트’ 대립은 세계 배드민턴계의 논쟁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들어 BWF는 “여성 선수들은 미니스커트나 짧은 원피스를 착용해야 한다”는 조치를 점점 본격화 했다. 규정이 시행되면 여성 선수들은 바지만 입고 뛰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다. 다만 미니스커트나 원피스 안에 치마 길이 보다 짧은 바지 착용은 가능하다.
이달 1일부터 시행되기로 했던 ‘미니스커트’ 규정은 여성 선수들의 강력한 반발로 12월까지 연기됐지만 파이산 랑시킷포 부회장의 의지는 확고했다.
파이산 부회장은 지난달 26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여자 선수들이 너무 남자처럼 입는다”면서 “선수들이 좀 더 여성적인 매력을 드러낼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테니스가 참 부러웠나보네
‘성 상품화’에 관한 의혹에 대해서도 파이산 부회장은 “밋밋한 모습을 보기좋게 바꿔 관심을 끌겠다는 것이지 성을 매개로 활성화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BWF는 2012년 런던 올림픽을 기점으로 배드민턴 부활을 꿈꾸고 있다. 현재 배드민턴은 테니스, 배구, 비치발리볼 등 다른 ‘네트 스포츠’에 비해 경기장을 찾는 관객도 TV를 보는 시청자도 적다. 선수들은 좋은 경기를 펼치고도 큰 관심 또는 상응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던 BWF가 여성선수들의 미니스커트 착용에 사활을 거는 것도 이 때문이다.
관중이 있어야 경기도 있는 거야
BWF는 복장의 변모가 흥행에 직결되길 바라고 있다. 테니스처럼 경기 외적으로도 화제가 될 만한 슈퍼스타가 탄생하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BWF는 일부 국가들의 사정을 감안해 ‘미니스커트 의무화’에 새로운 규정까지 추가했다. 반대 의견을 줄이기 위해서다. 새 규정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등의 이슬람 국가는 미니스커트 내에 입는 속바지 길이를 무릎까지 내려오게 해도 된다. 이 규정안을 통해 BWF는 이번 규정이 ‘성 상품화’와는 무관하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하지만 여성 선수들은 여전히 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선수들은 한 겹 더 끼어 입은 미니스커트가 경기력을 저하시켜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으로 봤다. 땀 배출량이 많은 배드민턴 특성상 땀에 젖은 미니스커트나 드레스가 속바지에 달라붙을 경우 움직임에 지장이 생기고 경기 질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모든 선수들이 미니스커트 착용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떠오르고 있는 시 켓푸라 선수 경우 “미니스커트를 입으면 더 프로답다”고 말했다. 윔블던 테니스 대회에서 화이트색상의 치마 복장을 하고 경기하는 여자 선수들이 우아하고 클래식해 보인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스포츠에서 여자 선수들의 신체 노출은 남자에 비해 높다. 팬츠의 경우 길이가 짧고 타이트해 자극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BWF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미니스커트 의무화’. 과연 성공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hojj@dailypot.co.kr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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