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당선시켜 한나라당 분열시켜라”

7·28 재보선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은평을 재보선이다.‘돌아온 왕의 남자’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출마했기 때문이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장상 전 총리를 전략 공천했다. 이 전 위원장의 당락은 집권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에도 상당한 후폭풍을 안겨다 줄 공산이 높다. 여당의 경우 고착화된 친이 친박간 갈등이 폭발할 수 있고 민주당은 ‘공천’에 따른 당 지도부 책임론 공방이 뒤따를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민주당 일부 당권파 인사는 패배를 대비해 ‘이재오 당선은 오히려 한나라당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고 자위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비당권파 진영에서는 이재오 당선으로 인한 정세균 대표의 책임론을 제기할 태세다. 선거에서 승리보다는 향후 있을 민주당 전당대회에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여야 모두 7·28재보선 최대 격전지로 단연 은평을 지역을 꼽았다. ‘왕의 남자’로 불리는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정치 생명’을 걸고 출마를 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역시 ‘거물급 인사’를 전략 공천할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 신경민 MBC 선임기자부터 손학규, 김근태, 한명숙, 정대철 전 의원 등이 거론됐다. 특히 당권파 수장인 정세균 대표는 이명박 정권과 ‘각’을 세우고 있는 MBC 출신의 신 선임기자에 공을 들였다. 신 기자가 공천될 경우 그 상징성 때문에 ‘MB 정권 심판론’으로 재보선 선거판을 몰고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장상 공천 미스터리… 이재오 당선용?
그러나 공천은 의외로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한 장상 전 총리로 낙점됐다. 신 기자가 당 지도부에 ‘교통정리’를 원했지만 뜻대로 안돼 불출마 선언을 했다는 후문이 돌았다. 공천을 받은 장 전 총리는 인물면에서나 경력, 그리고 도덕성면에서 기존에 거론된 여당 후보군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을 받았다. 또한 상대 후보인 이 전 위원장과 비견해서도 ‘급이 안맞는다’는 평가속에 정 대표의 리더십에 한계를 보여준 공천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실제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이 전 의원이 장 전 총리에 비해 두 자리 이상 차이로 이기는 것으로 나타나 이런 평가를 반증했다. 야권 일각에서 제기된 ‘야권 후보 단일화’ 역시 쉽지 않다는 점 역시 장 전 총리가 가진 약점 중 하나다. 민주노동당 이상규 후보와 국민참여당 천호선 후보 두 진영 모두 총 8곳 중 한 곳은 자당에게 양보할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장 전 총리를 공천함으로써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 역시 급속히 물밑으로 잠수했다.
급기야 민주당 일각에선 은평을 재보선 승리에 대해 회의감이 일었고 한나라당은 이 전 위원장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내다봤다. 당장 난처한 상황에 빠진 것은 민주당 당 지도부일 수밖에 없다. 재보선 8곳 중 5곳이 민주당 출신 의원 지역구였기 때문에 창조한국당 문국현 전 의원의 지역구인 은평을에서 패배할 경우 ‘공천 책임론’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세균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 일각에선 “이재오는 (민주당이 심은) 트로이 목마다. 이재오가 당에 들어가면 친이 친박 갈등이 커져 당이 분열할 수 있다”며 민주당 후보가 안되더라도 부수적인 효과를 노릴 수 있다고 자위했다. 친이 강경파로 당 대표에 오른 안상수 의원과 함께 이 전 위원장이 ‘박근혜 고사작전에 들어갈 것’이라고 공공연히 흘렸다. 나아가 한나라당이 ‘박근혜당’, ‘이명박당’으로 갈라질 것이라고 희망섞인 바람마저 보였다. 한 마디로 ‘꿩 잡는 게 매’라며 ‘박근혜 죽이기에 이재오를 활용해야 한다’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이라는 얘기다.
이재오 복귀 대비 丁, ‘명분’-鄭, ‘실리’
반면 정세균 등 당권파와 당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정동영-천정배 등 비당권파 진영에서도 내심 장 전 총리가 낙마되길 바라고 있는 형편이다. 당권파 일각에선 ‘정동영계 인사들이 장 전 총리 당선을 반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보내고 있다. 현재 민주당의 대의원 성향은 당권파가 심어놓은 인사들이 대부분이다.
한때 정동영계가 민주당 주류였지만 2007년 대선이후 DY가 탈당-복당을 거치고 총선과 재보선을 거치면서 세가 약해진 상황이다. 하지만 7·28재보선의 상징인 은평을에서 민주당 후보가 패할 경우 정 대표의 리더십과 위상 추락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8월말이나 9월초에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비당권파가 당권을 거머질 여력이 생길 수 도 있다.
나아가 비당권파가 당권을 잡을 경우 2년 후 있을 총선에서 공천권 행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차 주류-비주류 교체도 가능하다. 비당권파의 당권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장상 총리 공천’을 두고 당권파는 ‘명분 찾기’로 비당권파에겐 ‘실리 챙기기’로 ‘이재오 당선’이후를 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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