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 죽음은 DJ정권 최고 실세와 관련있다 ”
“MH 죽음은 DJ정권 최고 실세와 관련있다 ”
  • 홍성철,이수향 
  • 입력 2006-01-25 09:00
  • 승인 2006.01.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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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헌(이하 MH) 전 현대그룹 회장의 자살을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해 2월 <일요서울>이 MH가 자살한 숨은 배경을 특종보도한 이후 최근 월간조선이 또다시 검찰 관계자 말을 인용해 ‘정몽헌 타살’ 가능성을 보도했기 때문이다. 사실 MH 자살 배경을 둘러싼 의혹이 불거졌던 것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얘기는 아니다. 지난 2003년 8월4일 새벽 현대그룹 사옥에서 투신 자살한 MH의 죽음과 관련해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는 각종 의혹들이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는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MH가 자살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또 검찰과 경찰이 자살로 종결지었는데도 왜 미스터리는 꼬리를 물고 있고 타살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것일까. 이와관련 <일요서울>은 최근 대북사업에 깊게 관여했던 전 현대그룹 고위관계자 A씨로부터 충격적인 증언을 확보했다.정주영 전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측근인 A씨는 MH가 대북사업을 주도했을 때도 핵심 역할을 담당했던 인사다. 따라서 A씨는 DJ 정부의 대북사업과 현대 비자금 사건, MH 자살 미스터리 등과 관련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MH는 죽음으로 몰렸다

A씨는 최근 기자에게 “‘MH 타살설’은 여러 정황상 그 가능성이 낮다”고 전제하면서도 “다만 MH가 자살로 몰린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특히 “대북송금 특검과 강도 높은 검찰수사가 MH를 심리적으로 압박했다”며 “검찰의 칼끝이 자신을 향하자 DJ와 국민의 정부를 원망하는 소리를 자주 했다”고 전했다. 결국 A씨는 DJ와 국민의 정부 핵심 실세들이 MH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주장한 셈이다. A씨는 “DJ와 당시 실세들이 MH의 자살에 직접 관여했다는 증거는 없지만 그 개연성은 충분하다”며 “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의 행방을 파악하는게 MH 자살 미스터리를 풀 핵심 열쇠”라고 주장했다.

A씨의 증언대로 김 전사장은 현대비자금 사건과 MH 자살 미스터리를 풀어줄 핵심 인물로 지목받고 있다. MH 자살 직전인 2003년 7월31일 현대비자금 사건과 관련된 ‘3,000만달러 송금영수증’을 찾아오겠다며 미국으로 출국한 김 전사장은 이후 행방이 묘연하다.특히 김 전사장은 출국 직후 검찰에 송금일시(2000.2.26)와 액수(2,500만달러)만 밝힌 채 송·수신인은 8월4일 아침 9시쯤(한국시간) 팩스로 보내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우연의 일치였을까. MH는 김 전사장이 약속한 8월4일 새벽에 변사체로 발견됐고, 김 전사장은 MH의 자살직후 검찰측에 “송금 영수증을 보낼 수 없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이후 행적을 감춘 김 전사장은 지난 2004년 11월 극비리에 귀국, 검찰 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일요서울> 취재 결과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본지가 단독 입수한 김 전사장의 출입국 기록에서 확인됐고, 김 전사장은 대검 중수부에서 극비리에 조사를 받고 같은해 12월10일 다시 미국으로 출국한 것도 밝혀졌다.

김충식 행적 오리무중

하지만 검찰 조사 결과 김 전사장이 송금 영수증을 가져왔는지, 3,000만불 수취인은 누구였는지 등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와관련, 검찰 관계자는 “당시 현대비자금 수사팀은 김 전사장에게 송금 영수증을 받거나 수취인이 확인되면 한-미 수사 공조를 통해 돈의 흐름 및 계좌 주인을 확인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현대비자금 사건과 MH 자살 의문을 풀어줄 핵심인물인 김 전사장이 극비리에 입국, 검찰 조사를 받은 배경과 조사를 통해 검찰이 취득한 정보는 무엇이며 또 그 내용을 왜 공개하지 않는지 등에 대한 의문은 꼬리를 물고 있다. 여기에 검찰이 김 전사장이 다시 출국할 수 있도록 방치한 배경에 대한 의혹도 증폭되고 있다.

이에 대해 A씨는 “김 전사장의 석연찮은 행적과 검찰의 태도는 분명 MH의 자살과 무관치 않을 것이고, 그 이면에는 정권 차원의 거대한 음모가 작용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실제로 3,000만달러의 출처및 그 수취인은 대북송금과 현대비자금 사건의 핵심 뇌관이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김 전사장은 이 괴자금을 ‘대북 통신사업 취득용’이라고 진술한 반면 MH는 ‘민주당 총선자금용’이라고 진술했다. 핵심 당사자들의 엇갈린 진술로 수취인의 진짜 주인공이 누구인지 여부를 놓고 ‘북한’ ‘DJ정부 최고위층’ 등 억측도 구구했다. 검찰 주변에서는 이 괴자금의 행방과 MH의 죽음이 직간접적으로 연계가 돼 있을 것이란 의문도 제기됐다.그도 그럴것이 이 괴자금은 MH가 자살하기 전 정치권에 전달했다고 시인한 마지막 돈이다. MH는 2003년 5~6월 대북송금 특검 수사 당시 박지원 전 비서실장에게 150억원을, 같은해 7월26일 대검 중수부 수사 때 권노갑씨에게 200억원을 건넨 사실을 인정했다.

초거물급 연루 가능성

괴자금 3,000만달러가 처음 공개된 것은 권노갑씨의 3차 재판 과정에서다. 당시 검찰은 MH의 진술서를 뒤늦게 재판부에 제출하면서 “권씨가 200억원 이외에도 해외(스위스) 계좌에 엄청난 금액을 받은 혐의가 있어 이를 수사하느라 제출이 늦어졌다”고 밝혔다. 권씨가 괴자금의 주인공일 가능성을 제기한 것.하지만 이 괴자금의 실제 주인은 권씨가 아니고 초거물급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권씨는 2000년 3~4월쯤 총선자금 명목으로 200억원을 건네받은 것으로 드러났는데 괴자금의 송금시점은 같은해 2월26일이었다.

한달을 전후해 권씨에게 이같은 거액이 전달됐다는 게 납득되질 않는다는 논리다. 권씨측 변호인도 재판과정에서 “스위스계좌 주인은 김영완씨”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MH가 검찰에서 괴자금의 성격을 ‘총선자금용’ 이라고 진술한 부분도 석연치 않다. 총선자금은 국내에서 융통해야 하는 만큼 통상 현금으로 건네는게 관례였기 때문이다. 권씨가 현대로부터 건네 받은 200억원도 모두 현금이었다.따라서 정치권 관계자들은 김 전사장이 주장한대로 이 괴자금은 ‘대북자금’이고, 그 수취인은 권씨가 아닌 초거물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하지만 이 괴자금의 성격과 그 수취인이 누구인지 여부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MH의 자살과 함께 영원히 묻혀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검찰과 현정부가 이 괴자금에 대한 실체를 파악했는지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아직까지 그 실체를 파악하지 못한 건지, 아니면 실체를 알고도 그 파장을 우려해 덮어두고 있는 건지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이에대해 A씨는 “김 전사장이 미스터리를 풀 핵심 당사자인데도 검찰과 정부가 그의 신병확보에 주력하지 않는 배경이 석연치 않다”며 “사법당국은 지금이라도 김 전사장의 신병을 확보해 현대비자금및 MH 자살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일요서울> 김충식 비밀행적 특종 보도3천만불 괴자금 실체 열쇠쥔 핵심 당사자

<일요서울>은 지난 2005년 2월 김충식(61) 전 현대상선 사장이 2004년 11월1일 비밀리에 입국, 검찰 조사를 받았던 사실을 특종보도한 바 있다. 김씨는 권노갑씨에게 200억원이 전달된 과정과 현대비자금에서 권씨에게 전달된 의혹을 사고 있는 미화 2,500만불(한화 300억원 상당)의 성격, 정몽헌(MH) 전 현대그룹회장의 자살 경위 등에 대한 조사를 받고 같은해 12월10일 미국으로 다시 출국한 것으로 본지 취재결과 드러났다.당시 본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검찰수사를 받던 2년새 김씨가 출입국한 횟수는 총 4차례에 달했다.

신병상의 이유로 해외에 체류중이던 김씨는 2003년 5월 대북송금사건과 관련 입국했다. 두달여 뒤인 6월 24일, 대북송금사건이 현대비자금 150억원 수수의혹으로 번지자, 대검중수부는 김씨에 대해 출국금지를 신청했다. 그러나 김씨는 당시 결정적인 증거물인 송금영수증을 빌미로 출국금지해제를 받아 7월31일 미국으로 출국한다. 장기간 해외도피를 하던 김씨는 그로부터 1년 5개월이 지난 2004년 11월 1일 극비리에 입국, 검찰 조사를 받고, 한달 뒤인 12월 10일 현대비자금 의혹을 남겨놓은 채 미국으로 재출국한다. 당시 검찰에 따르면 MH는 2000년 1월경 권씨를 만나 현대에서 총선 자금을 지원해 줄 것을 요청받았다.

며칠 후 MH는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으로부터 김영완씨가 알려준 해외계좌번호를 받아 김충식씨한테 건네주었고, 김씨는 현대상선 미주법인 지사장 박재영 전무에게 지시해 MH가 일러준 해외계좌로 송금하도록 했다. 검찰은 이것을 증명할 송금 영수증을 가지고 돌아온다는 조건으로 법무법인 김&장 소속의 조준형 변호사가 동행하는 조건으로 김씨의 미국출국을 허가했다.출국 후 김씨는 조 변호사를 통해 2000년 2월 26일에 스위스 연방은행 2,500만불이 송금됐다는 사실을 검찰에 통보했다. 그러나 계좌번호와 송·수신인에 대해 조 변호사는 “8월 4일 아침 9시 10분(한국시간)에 다시 통화한 후 사무실로 팩스 송부하겠다”고만 밝혔다. 그러나 그날 아침 6시경 MH는 변사체로 발견됐고, 충격을 받은 김씨는 송금영수증 제출을 거부한 채 잠적해 버렸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현대 비자금의 전모를 밝혀줄 핵심인물인 김씨를 소환, 조사하고도 2,500만불의 최종 사용처 및 전달 경위 등을 수개월 넘게 공개하지 않았다.

또 조사를 마친 김씨가 2004년 12월10일 재출국해, 검찰과 김씨간 사전 조율 및 묵인이 있었던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또한 사건 당사자인 MH와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을 상대로 권씨에게 총선자금용으로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던 검찰은 2,500만불이 최종적으로 권씨에게 전달됐을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었으나, 2003년 7월 김씨는 2,500만불이 ‘대북사업용’이라고 진술한 바 있다. 때문에 미국에서 송금영수증까지 확인하고 돌아 온 김씨가 이 주장을 유지할 경우 검찰로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김씨의 진술대로 이 금액이 대북사업용으로 쓰였을 경우 MH와 이익치씨의 진술과는 달리, 2,500만불 수수 의혹에 대한 권씨의 혐의는 벗겨지는 반면, 뚜렷한 물증이 없는 상태에서 MH와 이씨의 진술에 의존했던 검찰 수사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는 현대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끝까지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권씨나 박지원 전 실장의 재판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다. 즉 검찰로서는 현대 비자금의 핵심인물인 김씨에 대한 조사내용을 놓고 공개를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권씨는 비자금 수수여부를 두고 검찰측과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으나 결국 대법원에서 MH와 이씨의 진술이 인정돼 5년형을 구형받은 상태다. 반면에 박 전 실장은 대법원에서 이씨의 증언에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실상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 선고를 받았다.현대 비자금의 핵심인물인 김씨의 진술이 지니고 있는 파급효과는 엄청나다. 검찰이 당시 김씨를 상대로 조사한 내용 및 출국 배경 등에 대해 명백하게 밝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홍성철,이수향  anderia@ilyoseoul.co.kr,thelotu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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