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 관록의 데이비드 톰스 제치고 PGA 대회 우승
[이창환 기자]= 최경주가 지난 16일 ‘제5의 메이저대회’라 불리는 PGA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2008년 소니오픈 이후 3년 4개월 만에 우승한 최경주는 PGA 통산 8번째로 그린재킷을 입었다. 총상금 950만 달러가 걸린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4대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US오픈’, ‘브리티시오픈’, ‘PGA 챔피언십’(이상 총상금 750만 달러)을 능가하는 특급대회다. 최경주는 2009년 양용은에 이어 오랜만에 한국 남자골프의 위상을 드높였다. 최경주의 도전과 부활을 짚어봤다. 최경주는 지난 14일 악천후로 3라운드 경기가 중단됐을 때만 해도 공동 5위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15일 속개된 3라운드에서 추가로 2타를 더 줄여 톰스와 함께 공동 2위로 뛰어올랐다.
최경주는 4라운드를 2타 앞섰던 단독 선두 그레임 맥도웰과 함께 시작했다. 챔피언 조에 대한 부담이 있을 법도 했지만 맥도웰은 4라운드에서 7타를 잃으며 뒤쳐졌다. 그 사이 최경주와 톰스가 치고 올라갔고 우승은 두사람 간의 다툼으로 좁혀졌다.
톰스와 접전을 벌이던 최경주는 17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 단독 선두로 나섰지만 톰스도 이에 지지 않았다. 18번 홀에서 버디 퍼트에 성공해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간 것이다.
연장 첫 번째 홀인 17번 홀에서 최경주는 티샷을 홀에서 12m가량 떨어진 곳에 보냈다. 그리고 무난하게 파를 할 수 있도록 볼을 홀 1m 옆에 붙였다.
톰스도 최경주와 비슷한 거리에 볼을 가져다 놓고 파를 노렸다. 하지만 볼은 야속하게 홀을 돌아 나왔다. 이에 최경주는 여유 있게 파 퍼트를 성공해 우승을 달성했다. 2008년 1월 소니오픈 이후 3년 4개월 만의 우승이었다.
최경주는 PGA 투어 공식 인터뷰에서 “하루 동안 26홀을 돌아야 했기에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며 “특히 후반 홀이 어려워 부담이 됐지만 하나님의 힘으로 우승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잊혀져간 이름, 실력으로 되살려
이번 우승은 최경주에게 있어 여러모로 값진 성과였다. ‘아직 건재하다’는 모습을 팬들에게 확실히 각인 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경주는 2008년까지 7승을 거두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간판스타로 활약했지만 2009년부터 슬럼프에 빠졌다. 바뀐 스윙 폼을 제대로 적용시키지 못한 이유가 주된 원인이었다. 슬럼프로 인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 이어졌고 스폰서마저 떠나갔다.
그러나 최경주는 이에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샷을 가다듬었다. 차근차근 재기를 노리던 최경주는 지난해 마스터스 4위, 트랜지션스 준우승을 차지하며 기대감을 점점 높였다.
올 시즌 역시 이번 대회까지 4연속 톱10에 들었다. 때문에 이번 우승은 예상할 수 있던 결과이기도 했다.
최경주 우승에 숨은 공신이었던 피지컬 트레이너 사이먼 웹 역시 최경주의 승승장구를 장담했다. 사이먼은 매일 7~8시간 최경주와 함께하면서 수시로 최경주의 몸을 체크하고 있다. 사이먼은 평소 훈련 외에도 경기 도중 최경주의 몸 상태를 살피며 최상의 컨디션을 돕는다.
2008년부터 최경주를 맡아온 사이먼은 “최경주의 나이는 40대지만 몸 상태는 30대 선수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주 좋다”며 “한 때 괴롭혀왔던 통증 역시 사라져 원하는 대로 잘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체중조절의 실패로 이어진 부작용 역시 노력과 의지로 모두 극복해낸 것이다.
현지 해설자도 섬 출신 최경주에 찬사
사이먼은 또 “‘자신의 몸이 재산이다’라는 강한 의식을 갖고 있는 최경주는 절제력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면서 “후천적인 노력으로도 PGA 최고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경주는 국내 활동 당시부터 유명했던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최경주는 국내 무대에 만족하지 않고 2000년 미국프로골프 도전을 선언했다. 최경주의 발표에 주위 선수들은 “전남 완도 섬 출신 시골뜨기 골퍼가 우승 한번 했다고 꿈을 너무 크게 잡았다”며 무시했다. 하지만 최경주는 포기하지 않고 두 차례 도전 만에 PGA 진출에 성공했다. 그리고 2002년 누구도 예상 못한 2승을 시작으로 한국의 최경주를 뛰어넘어 아시아의 최경주로 등극했다.
어느덧 PGA에서 8승을 거둔 최경주를 두고 전문가들은 “향후 10년 안에는 최경주를 능가할 아시아 선수는 나오기 힘들다”고 극찬했다.
현역 선수 랭킹에서 최경주의 8승은 데이비드 러브 3세, 어니 엘스, 데이비드 듀발, 저스틴 레너드, 데이비드 톰스 등에 이어 13위다. 현역 선수 중에서만 랭킹을 매긴다면 이미 세계적인 골프선수로서 손색이 없는 것이다.
한동안 여자 선수들이 득세를 보였던 한국 골프 선수들의 활약이 최경주의 가세로 그 흥미를 새롭게 더하고 있다.
hojj@dailypot.co.kr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