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임덕 차단 위해 수족 잘랐다”

청와대 핵심 수석 3인방이 청와대를 떠났다. 이동관 전 홍보수석과 박재완 전 국정기획수석, 박형준 전 정무수석은 정정길 전 대통령실장과 함께 2기 청와대를 이끈 인물들이다. 이 전 홍보수석과 박 전 국정기획수석은 MB정권 출범부터 이명박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했고, 정 전 실장과 박 전 정무수석은 촛불시위 직후인 2008년 6월 청와대에 합류했다. 이들은 추락했던 청와대의 이미지를 40~50%수준 까지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6·2 지방선거 패배 이후 인적쇄신 요구에 따라 청와대에서 물러나야 했다. 때문에 정권의 레임덕 사전 차단을 위한 것이 아니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들 핵심 수석 3인방의 향후 거취를 따라가봤다.
이번 청와대 인적개편에서 이 전 홍보수석, 박 전 국정기획수석, 박 전 정무수석은 청와대 2기 수석진 가운데 유일하게 청와대를 떠나게 됐다. 이들 핵심 수석라인의 청와대와의 이별은 사실 본인 의사와는 무관하다. 지방선거 패배 이후 청와대 안팎에서 제기된 인적쇄신 요구에 대한 칼바람인 셈이다.
청와대, ‘일’터지자 발빠르게 대응
이명박 정권은 지방선거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추진하는 일마다 거대한 반발에 부딪혔고, 사생결단의 각오로 임한 세종시 수정안도 국회에서 부결됐다. 세종시 수정안 ‘구원투수’로 등장하며 총대를 맨 정운찬 국무총리도 교체설이 기정사실화 된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총리실 민간인 사찰 파문에 대한 불길이 청와대로 옮겨 붙으면서 청와대 인선작업은 더욱 가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청와대는 임태희 노동부 장관을 신임 대통령실장으로 임명하는 등 사태의 심각성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 지방선거 이후 가시화된 정권 레임덕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여기에 7·28 재보궐선거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잇따르는 여권의 악재 속에 청와대가 늑장대응으로 일관한다면 선거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선거에서 또다시 패배했을 경우 선거 이후 여권에서 ‘탈영병’이 생길 수도 있다. 말 그대로 정권 중반에서의 조기 레임덕인 것이다.
청와대 핵심인사들 향후 거취는?
청와대 2기 핵심 멤버들이 청와대를 떠남에 따라 이들의 향후 거취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선 친서민, 중도실용 기조를 주도해온 정 전 실장은 자신의 모교인 서울대 명예교수로 돌아갈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정무수석은 최근 사석에서 “인사 개편 후 백수가 될 듯하다”며 “정부와 청와대에서 역할을 맡기보다는 일단 쉴 것이고, 앞으로 정권 재창출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전 정무수석이 대통령 정무특보로 옮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초대 정무수석을 거쳐 국정기획수석을 지내면서 4대강 사업, 세종시 수정 등 핵심 국정현안을 총괄해온 박재완 전 수석은 어떻게든 중책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일단 이른 시일 내에 치러질 것으로 알려진 이번 개각에서 국토해양부 장관 후보군에 올라있는 상태다. 박 전 국정기획수석은 그동안 이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년여 동안 이 대통령의 대변인 역할을 했던 이 전 수석은 ‘저잣거리’로 돌아가 민심을 전하겠다며 몸을 낮췄지만 어떻게든 다른 중책을 맡아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2기 핵심 수석 3인방의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인사라는 것은 뚜겅을 열어봐야 알기 때문에 아직은 모른다. 청와대 내부에서 아직 구체적으로 이야기가 나온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대통령 정무특보 이야기가 나오는 박 전 정무수석에 대해서는 “아직 임명된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청와대 고위직 상당수 영남 출신
이명박 정권의 인사 편식이 심각하다. 청와대와 정부 내 고위직 상당수가 특정 지역 출신으로 채워져 있다. 정부의 장·차관 및 청와대 선임행정관 이상 고위직의 43%는 영남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조영택 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24일 대통령실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이명박 정부의 인사 편중이 여전히 극심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 의원에 따르면 6월 24일 기준으로 현재 이명박 정부의 장·차관급 80명 가운데 대구·경북 출신은 24명(30%)로 가장 많았다. 부산·경남 지역 출신 10명을 포함하면 영남 출신이 34명인 셈이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에는 19명(33.3%), 2009년 8월에는 24명(41.3%)로 꾸준히 영남 출신 인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반면, 영남을 제외한 지역출신으로는 서울이 14명(18%)로 가장 많았고, 이외에도 경기 3명(4%), 충남 9명(11%), 충북 2명(2.5%), 광주·전남 9명(11%), 전북 4명(5%), 제주 1명 순으로 조사됐다. 이들 장·차관 가운데 42.5%인 34명은 서울대 출신이고, 16.3%인 13명은 고려대 출신으로 전체의 90%인 72명이 서울소재 대학 출신인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지방대 출신은 8명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돼 특정대학 편중 현상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차관급 이외에도 청와대 선임행정관 등 고위직 인사도 마찬가지였다. 조 의원에 따르면, 83명의 청와대 고위직 인사 가운데 출신지역이 확인된 53명 중 대구·경북 출신은 17명(32.1%)으로 선두를 달렸고, 서울 13명(24.5%), 부산·경남 8명(15.1%)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충북과 전북은 각각 6명, 광주·전남과 강원은 1명씩에 불과했으며, 충남과 제주 출신은 단 한명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와대 고위직 인사 역시 서울 소재 대학이 49명(80.3%)인 반면, 지방대학 출신은 8명에 그쳤다. 광주, 전남북, 강원, 충남북, 제주 지역 대학출신은 한 명도 없었다.
조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인사편중이 도를 넘어섰다”면서 “지역 차별적인 인사가 국민통합을 저해하고 있다. 지방선거 참패로 확인된 민심을 따라 국정을 쇄신하고 국민통합을 위한 거국적 탕평인사를 단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성무 기자 bukethead@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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