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챔피언을 바라보는 두 남자, 김동현과 정찬성
[이창환 기자]= 세계 최대 이종격투기 단체인 UFC(얼티밋 파이팅 챔피언십)에서의 ‘김치 파워’가 매섭다. 동양인 최초로 UFC 5연승을 기록한 김동현 등 5명의 ‘슈퍼코리안’이 화끈한 경기를 펼치고 있다. ‘코리안 좀비’ 정찬성은 캐릭터 티셔츠 판매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다. 이들의 행보는 이종격투기 불모지라 불리는 대한민국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고 있다. 이들 때문에 미국 스카우트들은 차세대 한국 격투선수에 관심어린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 1일 캐나다 토론토 로저스 센터에서 열렸던 ‘UFC129’에는 5만5724명의 관람객이 운집했다. 경기 총 입장수익은 1200만 달러가 넘었다. 이는 북미 대륙에서 치뤄진 이종격투기 대회 사상 최다 관객 동원, 최다 입장 수입이다.
UFC는 매 회를 치를 때마다 호주, 유럽, 브라질 등 전 세계를 무대로 열리고 있다. 게다가 중국, 일본 등 동양에서의 대회 개최도 추진하고 있다. 매니아만의 스포츠라 불렸던 이종격투기를 대중적 스포츠로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UFC 대회는 현재 미국은 물론 세계 다수 기업들이 스폰서를 지원하고 있고 헐리웃 배우, 유명 스포츠 스타들이 끊임없이 찾아오고 있다. 그런 UFC에서 김동현, 정찬성은 모두 최근 경기서 승리해 차기 대진을 기다리고 있다.
UFC에 가장 먼저 진출한 선수는 김동현이다. 2년 동안 약 5억 원을 벌어들였다고 알려진 김동현은 ‘UFC125’ 경기서 네이트 디아즈를 꺾으며 승리수당을 포함, 7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UFC125’에 출전한 선수 중 티아고 실바(11만 달러)와 프랭키에드가(10만2000달러)에 이은 3번째 고액이다. 수당을 제외한 출전료만 놓고 보더라도 정상급 파이터라 불릴 만한 수준이다. 김동현은 UFC 진출 첫 경기서 4만 달러에 그치는 출전료를 받았지만 이후 5만 달러, 6만 달러까지 몸값을 꾸준히 쌓아올렸다.
김동현, 한국인 최초로 UFC 챔피언 될까
국내 격투 팬들은 김동현을 이종격투 선수의 롤모델로 삼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유망주들이 김동현을 꼽는 이유는 실력뿐만이 아니었다. 이종격투기 선수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예능 프로그램, CF 등에서 모습을 보이며 이종격투기 홍보는 물론 대중들의 인기 스타로 자리매김 했기 때문이다.
김동현은 오는 7월 2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UFC132’의 메인카드로 확정됐다. 상대는 화려한 타격과 레슬링을 베이스로 하는 카를로스 콘딧이다. 이번에 이기면 김동현은 UFC의 동양인 연승 기록을 갱신하게 된다.
이에 국내외 네티즌들은 “UFC서 아직 져본 적이 없는 김동현과 전 ‘WEC’ 챔피언 콘딧의 대결이 무척 기대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 이유는 김동현이 콘딧을 꺾게 된다면 웰터급 챔피언인 조르주 생피에르의 차기 상대로 부상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생피에르는 웰터급 정상에 포진해 있던 제이크 쉴즈, 조지 코스첵, 티아고 알베스 등을 상대로 방어전에 성공하면서 현재 마땅한 적수가 없는 상태다.
김동현은 “나와 붙기 전에 생피에르가 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UFC132’를 대비한 훈련에 매진했다.
하지만 콘딧이 생피에르와 타이틀전까지 치뤘던 댄 하디를 1라운드 KO로 승리할 정도로 강자기 때문에 김동현의 승리가 쉽지만은 않다.
김동현 역시 “그동안 줄곧 제기됐던 체력문제를 확실히 보완해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레슬링에 너무 의존한다는 팬들의 지적 또한 받아들여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동현은 “요즘은 경기가 끝나면 외국 언론의 인터뷰도 많이 들어오고, 시내 쇼핑을 가서도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많다”며 UFC 선수로 뛰는 것에 자부심을 가졌다.
월드스타 ‘코리안 좀비’
정찬성은 UFC 내에서 ‘코리안 좀비’라는 닉네임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코리안 좀비’는 좀비처럼 맞아도 물러서지 않고 소름끼칠 만큼 저돌적인 성향 때문에 붙여졌다.
정찬성은 ‘WEC48’ 경기로 미국 격투무대에 진출하자마자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첫 번째 경기부터 해외 전문가들은 물론 세계 격투 팬들 사이에서 ‘전설의 명 경기’로 꼽힌 것이다.
‘코리안 좀비’의 인기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경기 직후부터 ‘코리안 좀비 티셔츠’가 만들어질 정도로 당시 경기는 화제 였다. ‘코리안 좀비 티셔츠’는 판매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매진 됐고 현재 2번째 버전까지 나왔다. 이후 정찬성은 조지 루프에게 1패를 기록하면서 잠시 주춤했다.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필요이상으로 공격적으로 나선 것이 화근이었다.
하지만 지난 3월 27일 열린 ‘UFN24’에서의 승리로 정찬성의 명성은 더욱 올라갔다. UFC경기 최초로 ‘트위스터’ 승리를 거둔 것이다. 상대는 ‘WEC48’ 때 정찬성과 명승부를 연출한 레오라르드 가르시아 였다. 정찬성은 가르시아를 상대로 2라운드에 트위스터 기술로 탭 아웃을 받아냈다. 트위스터는 가장 심한 고통을 주는 관절기술 중 하나로 척추가 파손되는 위험성 때문에 주짓수와 아마추어 레슬링 등에서는 금지기술로 분류되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는 정찬성을 두고 “이번 대회에서 가장 재미있고 화끈한 경기를 펼치는 선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근 국내 격투팬들은 “정찬성의 인기가 옥타곤 걸 아리아니에게 까지 미쳤다”고 큰 관심을 보였다. 아리아니가 트위터를 통해 “코리안 좀비는 정말 화끈하다. 미칠듯이 흥분되는 경기였다”는 것도 모자라 “그는 정말 믿을 수 없는 파이터다. 그의 티셔츠를 가지고 싶다”라고 말한 내용이 국내 팬들에게 전해진 것이다.
아리아니는 5년 전부터 UFC 옥타곤 걸로 활약하고 있는데, 빼어난 외모와 몸매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배우, 가수, 모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차기 대진을 기다리면서 맹훈련 중인 정찬성은 UFC챔피언을 통해 부와 명예를 동시에 누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찬성은 “미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는데 한국에서는 나를 몰라본다”며 “더 좋은 성적으로 많은 한국 팬들에게 멋진 격투기 선수가 있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을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나서고 있는 김동현과 정찬성. 두 선수를 비롯한 UFC의 슈퍼코리안 때문에 국내 격투계 또한 점점 달아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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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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