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 여신 차유람 “외모, 실력보단 못하죠”
당구 여신 차유람 “외모, 실력보단 못하죠”
  • 이창환 기자
  • 입력 2011-05-11 10:23
  • 승인 2011.05.11 10:23
  • 호수 888
  • 5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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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유람, 세계 나인 볼 베이징 오픈서 우승

[이창환 기자]= 한국 포켓볼 국가대표 차유람(24)이 지난 1일 열린 ‘2011 세계 나인 볼 베이징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차유람은 대만의 초우지에위와의 결승전에서 중반 5대6으로 뒤지다가 역전해 승리했다. 차유람은 이번 경기로 세계랭킹 11위에서 10위로 한 단계 상승했다. 이번 우승은 세계랭킹 1위인 김가영의 탈락 아쉬움 속에 일궈낸 일이어서 팬들의 기쁨도 컸다. 외모로 먼저 주목 받았지만 이제는 실력까지 겸비한 차유람을 조명했다.

‘2011 세계 나인 볼 베이징오픈’에서 차유람은 예선 첫 경기 일본의 유키코 오이에게 2대7로 패배해 패자 조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유키코는 세계랭킹 80위로 객관적인 전력상 차유람에게 많이 뒤졌다. 때문에 토너먼트 초반 차유람의 우승을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차유람은 승승장구했다. 패자전에서 현지원을 7대3으로 이긴 것을 시작으로 16강 전 상대였던 미유크 후크마저 9대4로 제압한 것이다. 8강전과 4강전 또한 상승세를 그대로 유지해 켈리 피셔와 창슈한 마저 꺾었다.

초우지에위와의 결승전에서는 차유람의 위기관리 능력과 정확한 퍼팅능력이 돋보였다. 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를 잃지 않고 유지해 상대방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잡아낸 것이다.

차유람의 세계규모대회 우승은 ‘2010 AMWAY 오픈’ 이후 1년 만이다. 차유람은 여자부 총 상금 10만 달러 중 2만6000달러를 우승 상금으로 챙겼다. 우리나라는 차유람을 제외하고도 2명의 남자 선수와 3명의 여자 선수가 출전했지만 8강 문턱, 또는 32강전에서 탈락했다.


대중들의 관심에 대한 부담, 전보다 줄어

차유람은 운동선수답지 않은 외모 때문에 경기 외적인 요소가 먼저 부각됐다. 언론들은 그녀가 데뷔할 때부터 외모와 몸매에 대한 기사를 꾸준히 양산했고 그때마다 네티즌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당구 선수 차유람 보단 얼짱 차유람에 더 관심을 기울인 것이다.

차유람은 ‘당구여신’, ‘당구 얼짱’부터 시작해 ‘광저우 5대 미녀’, ‘한국의 장백지’등의 별명을 가지고 있다. 경기하는 모습을 보고서 지어진 별명은 없다. 세계 최고 당구선수 중 한사람이지만 지금도 차유람 관련 기사는 경기자체보다는 그 외적인 기사의 수가 훨씬 많다.

이 같은 사실에 차유람 역시 “실력보다는 외모로 알려지게 된 것이 맞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녀는 “한 때 대중들이 쏟는 관심이 부담됐다”고 덧붙였다. 연예인처럼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 때문에 경기에 집중하지 못한 적도 있었다는 것이다. 경기 결과가 좋지 않을 때마다 연관 짓는 외모 관련 기사 또한 그녀를 힘들게 했다.

특히 당구 국가대표로 출전한 아시안게임에서의 노메달은 그녀의 과거 행보까지 거론하게 만들었다. 일부 언론이 차유람을 두고 “화보와 광고 촬영에서만 볼거리를 줬을 뿐, 선수다운 모습은 아직 부족하다”고 비판한 것이다. 아시안 게임에서 차유람은 포켓 에잇, 포켓 나인 볼 두 종목에 출전해 모두 8강전에서 탈락했다.

이에 차유람은 지난 3월 방송을 통해 그간 자신을 둘러쌌던 일들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차유람은 “2006년 20살 때 쟈넷리와 경기를 치른 적이 있었는데 방송에선 이때부터 실력보단 외모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받아보는 스포트라이트에 당황했는데 그것이 경기에 관련된 것이 아니었음을 알고선 상처도 받았다”고 말했다.

차유람은 한 때 언론에 대해 큰 거부감을 가졌다. 사진으로만 부각되는 기사들과 이슈들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이날 방송에서 차유람은 “대중들이 없으면 나도 없다는 생각으로 부담을 떨쳐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실력이 뒷받침된다면 다른 관심 또한 부가적인 요소가 될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결국 차유람은 오래 지나지 않아 그 바람을 이뤘다. 외모에 편향된 주위의 시선을 국제대회 우승으로 상당수 불식시킨 것이다.

이제 차유람은 그녀가 줄곧 말해왔던 것처럼 ‘외모 보다는 실력으로 인정받고 선수가 되어가고 있다.

hojj@dailypot.co.kr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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