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타자여~ 삼진쇼는 이제 그만!

[이창환 기자]= 4년 간 침묵했던 이승엽(35·오릭스 버팔로스)의 끝없는 부진이 올해는 종식될 수 있을까. 야구팬들의 바람과는 반대로 현재까지의 상황은 좋지 않다. 이승엽은 시즌대비 훈련과 시범경기만 해도 지난해보다 빠르게 컨디션을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시즌 개막 후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이승엽은 지난달 경기에서 0.171(1할7푼1리)라는 저조한 타율을 기록했다. 타수대비 삼진율 또한 50%에 육박했다. 위축될 때는 한 없이 위축되는 이승엽의 특성상 빨리 계기를 만들어 타율을 끌어올리지 않는 한 슬럼프는 올해도 지속될 수 있다. 이승엽의 그늘과 올 시즌 전망을 알아봤다.
시즌 초반 이승엽의 부진이 길어지자 오릭스 버팔로스의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은 “이승엽은 스스로 무너지고 있으며 볼만 치려 한다”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소속팀 첫 홈런을 터트린 이후 급 저하된 경기력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오카다 감독은 이어 “스스로 계기를 만들어 하루 빨리 부진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승엽은 지난달 25일과 26일 경기서나마 안타를 터트려 타율을 1할대로 끌어올렸지만 19일까지만 해도 0.087(8푼7리)를 기록해 선발 출전도 장담할 수 없었다. 당시 이승엽은 4경기 17타석 연속 무안타를 기록 중이었다. 게다가 대부분 방망이조차 대보지 못한 삼진이어서 퍼시픽리그 삼진 1위의 수모까지 겪었다. 이승엽과 공동 1위를 차지한 랜디루이즈(라쿠텐)는 전형적인 공갈포 홈런 스윙 타자였다.
일본 언론은 이승엽이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의 이적 후에도 지난해와 같은 기미를 보이자 부진을 잇따라 보도했다.
지난달 24일 스포니치는 “오릭스 타선이 12개 구단 중 최악이다. 최근 타선이 침묵하고 있다”며 “특히 심각한 것은 6번 타자 이승엽이다. 삼진만 17개, 최다 삼진 기록 타이다”고 전했다.
쇼다 고조 타격 코치와 오카다 감독 또한 이승엽에 대한 인터뷰에서 “줄곧 선발 투수의 타이밍을 따라가지 못한다. 때려낼지도 모르겠다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며 고개를 떨궜다는 것이다.
이승엽 역시 계속되는 부진에 마음이 급해졌는지 포볼로 걸어 나가는 것보다는 어떻게든 치고 나가겠다는 모습을 보였다. 서두르다 타석에서 삼진을 당하는 모습, 불안정한 타격 폼에서 알 수 있었다.
일본에서는 이번이 정말 마지막 기회
올 초 오릭스로 옮겨 새 출발을 시작할 때 이승엽에 대한 팬들의 기대는 남달랐다. 팬들은 이승엽이 요미우리에서의 불명예를 씻고 이승엽다운 활약을 펼치길 원했다.
전문가들은 “이승엽이 박찬호의 합류로 마음의 안정을 찾을 것”이며 “그가 재차 강조한 ‘이대로 한국에 돌아갈 수는 없다’는 각오가 실력으로 드러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에 부응하고자 이승엽은 올해 전보다 빨리 기술훈련을 시작했다. 팀 내 입지 또한 새롭게 잡아야하고 어느 때보다 자기관리도 철저히 해야 하기 때문이다.
훈련은 밀어치기를 중점적으로 했다. 밀어치기에 능했던 이승엽은 언제부턴가 몸 쪽 공에 취약해져 타격 밸런스가 무너질 때가 많았다.
이승엽은 “밀어치기 연습은 2002~2003년 전성기 혹은 기본 타격에 가까워지기 위해서다”라며 “지난해 시즌 막판에서야 감을 잡았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훈련 당시부터 일찌감치 목표를 잡아놓기도 했다. 30홈런과 100타점이 이승엽의 올 시즌 목표였다. 그래야만 지금까지의 부진을 만회 했다고 여길 수 있다는 것이다.
오릭스와의 계약조건 또한 이승엽에게 힘을 실어줬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에서는 이승엽을 데려갈 팀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승엽이 자유계약 신분이 되자 몇몇 팀들이 그를 원했다. 그중 오릭스가 연봉 1억5000만 엔(한화 약 20억 4000만 원)과 플러스 옵션 계약으로 이승엽을 영입했다. 이는 이승엽에게 책정된 5000만 엔보다 세배 높은 가격으로 여전히 팀 내 연봉순위 상위권이다.
그러나 이승엽의 현 상황은 지난해의 ‘악몽’을 떠올리게 할 만큼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선수층이 두텁지 않은 오릭스의 여건 또한 이승엽의 부활을 재촉하고 있다.
포크볼과 밀어치기 공략 급선무
하지만 오카다 감독은 “여전히 이승엽의 부활과 한방 능력을 믿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1할대의 타율임에도 불구하고 타격 부활을 확신한 것이다.
지난달 26일 오카다 감독은 “이승엽의 부진은 실력이 아니라 마음에 있는 것 같다”면서 “안타 1개와 홈런이 좋은 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직접 타격 조언을 건네면서 부활에 힘을 보탰다.
당장 이승엽이 넘어서야할 과제는 포크볼 극복과 밀어치기 타격에 대한 적응이다.
이승엽은 여전히 스트라이크와는 관계없는 포크볼에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시즌 초반 상대팀 투수들은 이승엽만 타석에 서면 대놓고 볼성 포크볼로 농락했다. ‘이승엽용 볼배합’이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밀어치기 타격 또한 오프시즌에 중점을 두고 연습했지만 실제 경기에서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중요한 순간 터지는 그의 ‘한방’도 팀에겐 필요하지만 밀어치기를 통한 안타 또한 팀 입장에선 절실하다.
감독의 응원에 이승엽은 “감독의 말에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하고 있지만 타석에서의 이승엽은 여전히 부족하다.
hojj@dailypot.co.kr
#이승엽 일본 진출기
입단은 대스타… 퇴출은 먹튀…
2003년 시즌 아시아 홈런 신기록을 세운 이승엽은 그 해 지바롯데와 계약하며 일본에 진출했다. 그리고 이승엽은 일본 무대 개막 전부터 첫 홈런을 터트려 성공신화를 예측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곧 시련이 찾아왔다. 그 해 두번이나 2군 강등을 당하고 2005년 개막전에선 엔트리에서도 제외된 것이다.
이후 이승엽은 절치부심했고 들쑥날쑥한 출전에도 불구 시즌 30홈런을 때려냈다. 일본시리즈에선 3홈런을 터트려 팀을 우승으로 이끌기까지 했다. 팀내 최고연봉으로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게된 것 역시 롯데에서의 활약이 발판이 됐다.
요미우리에서도 이승엽은 초반 승승장구했다. 2006년 시즌에는 무릎부상에도 불구하고 41홈런과 0.323(3할2푼3리)의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시즌 후반 부상만 아니었다면 홈런왕도 차지했을 것이란 평가도 많았다.
하지만 길고 긴 슬럼프는 2007년 시즌 찾아왔다. 먼저 손가락 부상이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이후 이승엽은 8번 타자까지 내려가는 굴욕을 당했고 부상 여파와 슬럼프는 그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지난해 요미우리는 이승엽이 조금만 부진해도 교체하거나 대타로 내세웠다. 심지어 기약 없는 2군행까지 내려 보냈다. 이승엽은 4년 계약이 만료되자 요미우리로부터 퇴출당했고 오릭스에서 2011시즌을 새롭게 맞고 있다.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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