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거포’ 이대호

‘2011 프로야구’ 홈런 레이스 시작됐다
지난 2일 개막한 ‘2011 프로야구’가 강타자들의 호쾌한 홈런쇼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기아 타이거즈의 김상현, 한화 이글스의 최진행 그리고 지난해 홈런왕 이대호가 시즌 첫 경기부터 홈런 축포를 터뜨리며 팀 분위기를 상승 시키고 있다. 그중 유난히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선수는 이대호다. 이대호는 지난 2~3일 롯데 자이언츠 대 한화 이글스 개막전과 2차전에서 연이어 홈런을 터트렸다. 이대호의 홈런에 야구팬들은 “올 시즌도 이대호가 대세다”라며 큰 기대를 품었다. 이대호의 상승세는 팀 동료들과 라이벌 강타자들에게도 자극제가 되고 있다. 스타 선수들과 신인 대어들의 활약이 궁금한 시즌 초반, 지난해 타격 7관왕을 거머쥐었던 이대호의 홈런왕 등극 가능성을 살펴봤다.
“홈런 50개 이상 넘기고 싶다” 롯데 이대호가 밝힌 올 2011 시즌 출사표다. 이대호는 이미 2010년 홈런 44개로 7년 만에 40홈런을 달성한 바 있다. 하지만 이승엽(1999년 54개, 2003년 56개)과 심정수(2003년 53개)가 달성한 50홈런에 못 미치는 기록이다. 프로야구서 8년간 50홈런 타자가 나오지 않은 것을 염두해서 인지 이대호는 세간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각오를 다졌다. 지난달 27일 있었던 2011년 프로야구 출정식에서 그는 “기회가 된다면 홈런 50개도 넘겨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이대호는 출정식 때의 발언을 실력으로 보여주고 있다. 단순한 자신감 표출이 아닌 홈런으로 몸소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시범 경기와 개막연전 때 각각 2홈런
이대호는 지난달 19일 넥센과의 2011 프로야구 시범경기에서 넥센 히어로즈 선발투수 김성태를 상대로 첫 홈런을 때렸다. 같은 달 24일에는 LG트윈스에게 2호 홈런을 터트렸다. LG트윈스의 투수는 한국 프로야구 최고 강속구(160Km)를 자랑하는 용병 리즈였다.
곧이어 시작된 2011프로야구 정규 게임에서 그는 류현진을 상대로 홈런포를 날렸다.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대 한화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이대호는 4번 타자로 나와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프로야구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두 선수의 대결에서 류현진은 3회 말 이대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렸지만 승부는 5회 말 결정됐다. 류현진의 몸 쪽 높은 직구를 이대호가 왼쪽 외야 관중석에 꽂히는 120m 솔로 홈런으로 장식한 것이다. 이대호의 홈런과 타선의 지원으로 롯데는 한화를 6:0으로 이겼다.
바로 다음날 3일 경기에서도 이대호는 선발투수 안승민을 상대로 홈런을 때려냈다. 비록 팀은 패했지만 홈런 감각은 여전하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이날 경기에서 이대호는 프로야구 사상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역대 16번째로 개인 통산 200홈런의 주인공이 됐기 때문이다. 이날 야구팬들 역시 경기 승패보다 이대호의 200홈런 기록 달성을 축하했다.
이제 이대호에 대한 관심은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고 알려진 타격기술과 또 다른 기록달성 여부로 옮겨지고 있다. 이대호가 지난 시즌 44호 홈런왕, 9경기 연속 홈런 세계신기록과 최근 200홈런 달성에 버금가는 기록을 세워주기 기대하기 때문이다.
현재 야구전문가들이 갖는 이대호의 평가를 살펴 보면 새로운 기록의 실현도 어렵지만은 않아 보인다.
명품 스윙, 신기록 기대하게 해
이대호가 강타자로 군림할 수 있는 대표적인 이유는 배트 스윙과 선구안이다.
공을 맞힐 때까지의 이대호의 스윙은 홈런 타자로서 손색이 없다. 이대호의 스윙은 철저히 팔을 몸에 붙여서 짧고 간결하게 나간다. 이른바 인앤아웃 스윙이다. 그리고 하체는 상체를 안정적으로 받쳐준다. 움직임은 있지만 불안한 흔들림은 없다. 하체와 허리가 힘차게 돌아가면서 원심력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 공을 끌고나가는 팔로스루 동작도 좋다. 130㎏ 안팎의 몸무게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유연성 덕분에 가능한 스윙이다. 이대호의 스윙은 올 시즌 홈런 레이스를 벌일 타 팀 타자들은 물론이고 역대 홈런왕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이대호만의 명품 스윙이다. 야구 전문가들은 “하체를 충분히 활용하면서도 간결한 이대호의 타격 폼은 최근 야구 흐름과도 맞다”고 평가한다. 요즘 투수들이 던지는 다양한 구질 다양한 코스의 공을 맞치는 데 이대호의 스윙 폼이 적합하다는 것이다.
이대호의 경우 타격 시 팔은 최대한 몸에 붙이면서 공을 맞히고, 끌고 나가면서 펴주는 게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스윙이 있기 때문에 정확성과 파워가 실리는 것은 물론이고 공의 움직임에 배트가 따라 나가기도 수월하다고 보고 있다.
이대호의 선구안은 홈런 타자임을 감안해서가 아니라 다른 타자보다 좋다고 정평이 나있다. 지난해 달성한 전무후무한 타격 7관왕 타이틀이 이를 뒷받침 한다. 정확도 만큼은 최고라는 교타자들도 지난 시즌에는 이대호보다 타율이 낮았다. 홈런타자는 헛스윙이 많을 수밖에 없지만 이대호는 174개의 안타를 쳤다. 이는 ‘타격 머신’이라 불리는 두산 김현수보다 24개 많은 숫자다.
또한 지난해 이대호는 선구안의 기준으로 평가되는 삼진 개수도 경기당 0.61개를 기록했다. 시즌 127경기 중 총 77개의 삼진을 당했지만 홈런 타자치고는 괜찮은 성적이다. 2009년 홈런왕을 차지한 KIA김상현이 121경기 중 103개의 삼진을 당한 것과 비교해도 훨씬 적다.
그 이유는 이대호의 스트라이크와 볼을 직감하는 선구안과 스트라이크가 쌓이기 전부터 임하는 공격적인 자세를 들 수 있다. 볼 카운트를 신경 쓰지 않고 자신있게 방망이를 돌린다는 말이다. 지난해 타석 당 3.77개의 볼을 기록한 것도 리그 평균인 3.87개 보다 적은 수치다.
전성기 활짝 꽃 피우나
이대호 역시 지난해까지는 몸 쪽 공을 좋아하지 않았다. 이 점은 한국 프로야구 최고 홈런왕으로 불렸던 이승엽과 올 시즌 홈런왕 후보로 구분되는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대호는 겨우내 몸 쪽 공을 연습해 단점으로 지적 받았던 약점을 한층 보강했다. 그리고 그 모습은 개막전 때부터 빛을 발했다. 개막전에서 몸 쪽 빠른 직구를 그대로 당겨쳐 2개의 홈런을 기록한 것이다.
류현진 역시 시즌 전 “주자로 보내고 싶지 않은 타자들이 많이 있지만 이대호는 절대 출루하게 내버려 두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이대호에게 속수무책 당한 것이다. 이대호가 홈런을 칠 때 류현진이 던진 공은 몸쪽 꽉찬 공이었다.
이대호의 한 차원 더 업그레이드 된 배트 스피드 역시 몸 쪽 공을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무기다. 배트 스피드를 위해 이대호는 10Kg의 체중을 감량했다고 알려진다.
이대호는 시범경기 첫 홈런을 때렸을 당시 “열심히 훈련한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는 말로 몸쪽 공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했었다.
2011 프로야구 개막의 첫달 4월, 이대호의 페이스를 지켜본 한화 전력분석팀 관계자는 “이대호가 이제 완성형 타자가 됐다. 올해는 지명타자로 뛰는 경기수가 많아질 것으로 알고 있는데 수비부담이 줄어들어 지난해보다 좋은 성적도 올릴 것 같다”고 평가했다.
펜스가 높아 홈런이 다소 불리한 사직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고도 지난해 44개의 아치를 터트렸는데 타격 기술의 연마가 기록 경신으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전망인 것이다.
이미 6개의 구단 전력분석팀은 ‘상대하기 어려운 타자’를 이대호로 꼽았다. ‘올 시즌 홈런왕’을 묻는 질문에도 7개 구단이 이대호를 선택했다.
이대호가 체중 관리로 인한 발목 부상이나 외부 변수가 크지 않는한 50홈런이라는 대기록 달성에 기대를 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2011 프로야구는 아직 시즌 시작점에 불과하지만 이대호를 비롯한 신기록 달성은 야구팬들을 흥미진진하게 하고 있다.
[이창환기자] hojj@dailypot.co.kr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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