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신인괴물 유창식 ‘제2의 류현진’을 꿈꾸다
한화의 신인괴물 유창식 ‘제2의 류현진’을 꿈꾸다
  • 박주리 기자
  • 입력 2011-03-21 15:25
  • 승인 2011.03.21 15:25
  • 호수 881
  • 4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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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억 왼팔 슈퍼루키, 하위권 한화의 새 희망
지난해 9월 1일 오후 대전 한화이글스 사무실에서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에 계약금 7억원에 사인한 투수 유창식이 입단식을 갖고 어머니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슈퍼루키 좌완 유창식(19)은 지난해 한화 이글스 구단 역사상 최고 계약금인 7억 원을 받으며 화려하게 입단했다. KIA 한기주가 2006년 받은 10억 원에 이어 두 번째이며 한화 역사상 최고신인 계약금이다. 그만큼 한화가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올 프로야구 시즌 시작을 불과 몇 주 앞둔 현재, 유 선수는 정상 켠디션을 회복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고교 경기에서만 100이닝 이상 공을 던져 혹사한 후유증으로 어깨에 염증이 생겨 팀 하와이 전지훈련조차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대신 지난 2월 중순까지 재활훈련에 몰두했다. 이후 훈련에 합류했지만 훈련량이 부족했다. 정상적인 피칭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당장 뭔가를 보여주지 못하는것. 전체 1순위 지명 슈퍼루키에 대한 기대는 뜨겁지만 아직 기대에 부흥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조금씩 팬들의 걱정스런 우려도 새어나오고 있다.

우려의 시작은 이렇다.

지난 11일 대전홈구장에서 치러진 LG와의 연습경기에서 유 선수는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시범경기 개막을 하루 앞두고 선발 송창식에 이어 3회부터 마운드에 올랐지만 1이닝동안 4안타 2볼넷 4실점으로 부진했다.

1사 1,2루 위기에서 우익수 뜬공과 삼진으로 3회는 잘 마감했지만 4회에서 연속 실점이 터졌다. 첫 타자 이대형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연속 3안타로 4실점을 하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에 앞선 4일 SK와의 연습경기에서도 첫 안타, 홈런, 실점을 내주며 혹독한 신고식을 치뤘다. 신인치고는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그는 슈퍼신인이다. 시합을 지켜본 팬들의 입장에서는 아쉽기만 한 경기 운영이었다.


체인지업 스승은 류현진

어깨부상으로 몸 상태가 자신의 100%는 아니라지만 다채로운 구종을 구사하지 못하는 점도 기만해서는 안 된다. LG전에서 연속 안타를 맞은 것도 직구와 슬라이더 두 구종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묵직하면서 빠른 직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고교생 타자들을 제압했던 그였지만 프로로서는 구종이 단조롭다. 프로 타자들을 현혹시킬 만한 수준이 아닌 것이다. 더욱이 150km에 육박하던 직구도 현재 140km대 초반에 불과하다. 유 선수가 프로 무대 성공을 위해서는 낙차가 큰 변화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대화 한화 감독 또한 “(유창식이) 선발로 뛰려면 체인지업이나 커브 등 각도가 큰 구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유 선수 본인도 자신의 약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포크볼과 커브도 빠르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가려고 노력 중이다. 매일 불펜피칭 100개를 소화하며 정상컨디션을 점차 회복하고 있다.

체인지업을 배우고 싶은 욕심도 가득하다. 유 선수는 “(류)현진 형의 명품 서클 체인지업을 제대로 배운다면 정말 기쁠 것”이라고 밝혔다.

타자 앞에 공이 뚝 떨어지는 류현진의 서클 체인지업은 직구를 던질 때와 같은 투구 폼에 팔 스윙도 빨라 타자들이 현혹되기 쉬워 ‘명품’이라고 불릴 정도이다. 신인시절 국내 최고 좌완 투수 구대성 선수로부터 전수 받은 구종이다.

김시진 넥센 감독이 “투수들이 새 구종을 익혀 실전에서 자유자재로 구사하려면 최소 2~3년은 걸린다”고 말할 정도로 일반적인 투수들이 새로운 구종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는 대략 2년 정도가 걸린다. 머리와 몸에 익힐 수 있도록 오랜 시간 동안 피나는 훈련을 해야 새로운 구종이 만들어질 수 있다. 유 선수가 새 구종 습득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신인 같지 않은 침착함

그렇지만 한 감독은 유 선수에게 무리를 주고 싶지 않아한다. 어린 선수가 짊어져야 할 부담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늘 “(창식이에게) 너무 큰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 감독은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선수”라며 주위의 기대치를 경계했다. 그래서 당장 선발보다는 불펜이나 2군 선발로 시작해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어주려 하는 것이다. 현역 시절 슈퍼스타였던 한 감독도 막중한 기대의 부담감을 누구보다 잘 안다.

다행이 유 선수는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한 감독은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입단해 자신에게 관심이 쏠린다는 것을 알고 있다. 현재 구위가 좋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기 죽거나 의기소침하지 않는다. 스스로 열심히 하려는 의지를 보인다”며 그를 칭찬했다. 긍정적인 성격과 더불어 대범하기까지 하다. 신인답지 않게 마운드에서 여유와 노련한 운영능력을 겸비하고 있는 것. 지난해에도 고교선수로서는 드물게 대범함을 드러내 팀의 절대 절명한 위기상황에서도 침착한 경기운영 능력을 보여 고교대회를 평정한 바 있다.

한화 투수코치팀 조차도 “어린 선수임을 감안 할 때 주자견제능력이나 땅볼유도 등의 능력이 잘 갖추어진 선수로 가능성이 굉장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류현진은 뛰어넘고 싶은 롤모델

경기 운영능력이 뛰어나다는 유 선수도 류현진의 두둑한 배짱을 본받고 싶어 한다. 그는 “고교 때부터 현진이형의 뚝심을 부러워했다. 한 번 쯤 흔들릴 법도 한데 퀼리티스타트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면 존경스럽다. 그런 모습을 닮고 싶다”고 밝혔다.

류현진의 꾸준한 기량도 부러워하는 부분이다. 지난 15일 SK와의 시범경기에서 선발로 출전한 류현진의 투구폼을 지켜본 뒤 “100% 몸 상태가 아닌데도 타자들을 쉽게 처리하는 현진이형이 대단해보였다”며 “형처럼 완급 조절에 많은 신경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유 선수 본인 또한 포부가 큰 선수다. 그는 올해 목표로 망설임 없이 “신인왕이다. 신인왕을 위해 10승 이상 하고 싶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또 “한화가 꼭 4강에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10승은 투수로서의 안정적인 마운드를 보여주는 하나의 척도다. 2006년 류현진 이후 신인투수가 10승 이상 거둔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류현진은 신인상과 MVP를 동시에 거머쥐었다. 10승과 4강 목표는 ‘괴물’ 류현진을 ‘롤모델’이자 넘고 싶은 벽이라는 뜻이 될 수 있다.

2년 연속 최하위 성적을 냈던 한화와 야구팬들이 슈퍼루키 유 선수에 거는 기대가 크다. 내년 시즌을 뒤로 해외진출이 확실한 ‘에이스’ 류현진(24)이 떠날 자리를 메워줄 새로운 한화의 에이스로 그를 낙점했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본인은 물론 팀을 위해 유창식의 활약은 필수적이다. 한화의 마운드를 든든하게 지켜줄 제2의 ‘괴물 신인’의 비상을 기대해본다.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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