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한나라당 강용석 성희롱 발언, 정치권 파문 확산

한나라당이 강용석 ‘성희롱’ 발언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과거 성희롱, 성추행으로 곤욕을 치른바 있는 한나라당으로선 ‘성(性)나라당’이라는 세간의 비판을 감수해야 할 판이다. 특히 7·28 재보선을 앞두고 터진 이번 파문으로 ‘의원 제명’이라는 강수를 뒀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강용석 파문이 한나라당으로선 ‘악재’임에도 불구 다른 이슈를 덮어버림으로써 내심 화장실에서 웃고 있는 인사들도 있다. 강용석 ‘성희롱 발언’으로 울고 웃는 사람들을 알아봤다.
강용석 국회의원 성희롱 파문으로 가장 큰 손해를 보는 사람은 단연 강용석 의원 본인이다. 강용석 의원은 경기고-서울대 법대에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수재로 서울대를 다니던 91년에 33회 사법시험에 합격할 정도로 잘 나가는 엘리트였다. 이후 MBN, KBS 방송에 고정 출연하면서 대중들에게 친숙해졌고 2004년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정계에 첫발을 내딪었다. 당시 탄핵 열풍으로 낙마한 그는 18대 총선에서 재기에 성공, 국회의원 뱃지를 달았다. 올해 41세인 그는 30대에 국회에 들어온 셈이다. 강 의원이 당에서 국회의원 제명 결의안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당·청 “누가 강용석 공천?” 이재오 ‘화들짝’
강 의원 다음으로 손해를 보는 두 번째 인사는 다름 아닌 이명박 대통령이다. 강 의원이 “대통령이 (김윤옥 여사)사모님만 없었으면 번호 땄을 것”이라는 발언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과거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마사지걸이 있는 곳을 갈 경우 (서비스를 잘 받으려면) 얼굴이 덜 예쁜 여자를 고른 다더라”는 ‘마사지걸’ 발언까지 상기시켜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이에 청와대 한 인사는 “대통령 모독죄”라며 “XX놈”이라는 격한 반응마저 내놓았다. 무엇보다 강 의원이 MB와 먼 사돈지간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더 할 말없게 만들었다. 강 의원의 처남은 이 대통령의 부인인 김 여사 친오빠의 딸과 결혼했다.
청와대뿐만 아니라 한나라당내에서 “누가 강 의원을 공천했느냐”는 의문이 퍼지면서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도마위에 올랐다. 강 의원이 친이재오맨으로 지난 18대 총선에서 강 의원이 공천받는 데 영향을 줬다는 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당장 은평을 출마하는 야권 후보들로부터 집중 포화를 받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은평을 7·28재보선 선거를 ‘나홀로’ 뛰고 있다. 지역구 분위기도 ‘동정론’과 ‘힘 있는 여당 실세 후보’라는 점에서 호응이 좋았다. 또한 12년간 지역구를 누빈 경험과 장상 민주당 후보 카드가 ‘약하다’는 점에서 당선될 것이라는 여론조사도 속출했다. 한나라당에서 파문이 일자마자 진상조사도 하지 않고 바로 ‘제명’이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뽑은 배경이다.
또한 과거 성추행으로 도마위에 올랐던 무소속 최연희 의원과 박계동 전 사무총장이 재차 화제가 되면서 유탄을 맞고 있다. 최 의원의 경우 ‘동아일보 여기자 성추행 파문’으로 한나라당에서 탈당해야만 했다. 박 전 의원은 지난 6·2지방선거를 앞두고 강남 모 술집에서 여직원의 가슴을 만지는 내용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돼 곤욕을 치른 바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 전 사무총장의 경우 ‘입각설’까지 돌고 있다가 이번 강용석 파문으로 청와대에서 배제됐다는 근거 없는 소문마저 돌았다.
또한 이번 강 의원을 제명하는데 일조(?)를 한 한나라당 주성영 윤리위 부위원장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주 의원은 ‘대구밤문화’ 사건의 주역으로 구설수에 올랐었기 때문이다. 주 의원이 강 의원의 ‘제명 조치’를 두고 네티즌들은 ‘누가 누굴 제명하냐’며 냉소적인 반응이 잇따랐다.
‘강용석 파문’에 유탄을 맞은 인사들도 있지만 내심 즐기고 있는 인사들도 있다. 바로 이상득-박영준 영포라인들이다. 강 의원의 ‘성희롱 발언’ 파문 전까지 이슈는 단연 국무총리실 불법 민간인 사찰에 따른 영포목우회 및 선진국민연대 ‘인사전횡’이 정치권을 뒤흔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사장 유임 및 어윤대 KB 금융그룹 회장 선임을 두고 이상득-박영준 라인이 배후로 지목되면서 연일 정치권과 언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다.
하지만 강용석 파문으로 인해 이슈가 뒤로 밀리게 돼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총리실에서는 집권 여당 소속 남경필 의원 부인의 사찰까지 했다는 게 검찰 수사로 밝혀졌다. 하지만 남 의원 역시 “재보선을 앞두고 강용석 파문으로 당이 위기에 처했는데 더 이슈를 크게 만들고 쉽지 않다”고 조심스런 태도를 보일 정도다. 남 의원은 총리실에서 자신의 부인 사찰 배후로 대통령의 형님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지난 총선에서 ‘형님 퇴진운동’을 벌인 인사들에 대한 보복성 사찰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정치권 일각에선 강용석 파문관련 ‘삼성 음모론’까지 나돌았다. 첫 보도를 한 중앙일보가 삼성과 유관한 매체에다 강 의원과 삼성그룹의 악연이 알려지면서 윗선에서 개입한 게 아니냐는 내용이다. 강 의원과 삼성의 악연은 그가 국회의원이 되기 전 재벌개혁과 소액주주운동을 활발하게 벌이면서부터다. 강 의원은 2001년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이건희 회장 장남 이재용씨가 삼성전자 상무보로 임명된 것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삼성그룹이 삼성자동차가 부실화되면서 부채를 계열사들에게 분담하도록 하는 구상을 내놓았다.
이상득-박영준, ‘휴~’, 이건희-이재용, ‘샘통’?
하지만 강 의원은 “이건희 회장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며 소액주주 소송 불사 방침을 천명했다. 또한 그는 “자동차 부채를 다른 계열사에 전가하면 소송 하겠다”는 언론인터뷰 한 마디는 결국 서울보증보험과 우리은행 등 채권단과 삼성간의 소송이 2010년까지도 이어지는 사태로 연결되었다. 삼성입장에선 강 의원이 ‘손 볼 블랙리스트’ 상위에 위치할만한 인사다. 특히 보도 과정에 있어 강 의원은 기사가 나가기 전날 중앙일보 고위간부에 전화를 거는 등 지인을 통해 기사를 막기위해 동분서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급기야 자신의 학교 선배가 ‘오케이’를 했지만 끝내 보도는 막지 못했다. 대통령의 사돈이면서 기사를 막지 못한 배경에 삼성의 ‘보이지 않는 막강한 힘’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게 음모론의 골자다. 강용석 파문은 한 개인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시작해 정치적, 보복적 성격까지 가미되면서 향후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파문으로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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