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김연아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김연아
  • 박주리 기자
  • 입력 2011-03-14 17:07
  • 승인 2011.03.14 17:07
  • 호수 880
  • 4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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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귀환
지난 벤쿠버올림픽 시상대에서 나란히 선 아사다 마오와 김연아

‘피겨퀸’ 김연아(21·고려대)가 1년여 동안의 공백을 깨고 피겨 무대에 복귀한다. 2010밴쿠버동계올림픽 금메달 이후 공백기를 가졌던 김연아는 오는 3월 21일에 일본 도쿄 요요기체육관에서 개최하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한다.

이번 대회는 김연아가 금메달을 목에 걸게끔 도와준 브라이언 오셔 코치와 결별 후 맞는 첫 경기라는 점에서 전 세계 피겨 팬들의 관심이 쏠린다. 경기결과가 좋다면 그의 선택이 옳았음을 뜻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많은 비판을 받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타도 김연아’를 외치는 라이벌 일본의 견제도 만만치 않다. 선수권대회를 준비하는 김연아를 알아본다.

올시즌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 ‘지젤’을, 프리프로그램에는 아리랑을 비롯한 한국 전통음악을 믹스한 ‘오마쥬 투 코리아’를 선곡했다.

발레곡 ‘지젤’은 여성 피겨스케이터들로부터 사랑받는 배경곡이다. 그동안 안도 미키·나카노 유카리(이상 일본) 등이 ‘지젤’을 선택, 연기한 바 있다. 김연아는 ‘지젤’의 스토리가 마음에 들어 “음악에 담긴 다양한 스토리를 잘 표현하고 싶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국 팬들 위한 프리프로그램

김연아는 오마주 투 코리아를 통해 한국 팬들에게 보내는 감사의 메시지를 담았다. 김연아는 “올림픽 금메달 등 선수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를 다 이뤘다”며 “지금까지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주신 국민의 사랑과 관심에 보답하는 의미를 담고 있어 연기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특별하다”고 말했다.

훈련을 지켜본 한 관계자는 “아리랑을 믹스한 프리프로그램은 환상적이다”며 “곡, 연기 모두 올림픽 시즌 못지않게 훌륭하다”고 전했다.

김연아 또한 “준비한 프로그램을 오랜만에 선보이게 돼 긴장이 되지만 설레기도 한다”고 밝혔다. 결과에는 욕심이 없다고 밝혔으나 경기를 앞두고 훈련에 매진, 대회 자체에는 높은 기대감을 표했다.

지난 해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후 대회에 참가하지 않아 실전감각이 떨어졌다는 우려에 김연아는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혔다. “아이스쇼도 대회와 마찬가지로 많은 관중 앞에서 연기를 하기 때문에 같은 수준의 긴장을 느낀다”며 “그렇기 때문에 경기력 측면에서는 큰 걱정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준비가 완벽하게 됐다면 결과 또한 좋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우상 미셀 콴이 소개해준 새 코치 피터 오피가드(미셀 콴의 형부이기도 하다)와의 호흡에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처음에는 당연히 서먹했지만 지금은 오피가드 코치와 호흡이 매우 잘 맞으며 함께 훈련하는 동료들이 많아서 훈련장 분위기도 매우 활기차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오피가드 코치의 훈련 스타일에 대해서는 “훈련 중간에 자신감을 키워주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 반면 매우 강하게 훈련을 지도하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바뀐 규정 덕분에 고득점 기회

김연아가 자신이 지난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기록한 여자 싱글 역대 최고점(228.56점)에 맞먹는 기록을 만들 수 있을지도 세계선수권대회의 관전 포인트이다.

올 시즌 피겨스케이팅의 경향을 살펴보면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 할 것으로 보인다. 바뀐 피겨 규정이 고득점을 받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대만 타이베이에서 벌어진 4대륙 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경기에서 안도 미키(24·일본)는 무려 201.34점을 받아 우승했다.

불과 2년 전 김연아가 2009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최초로 207.71이라는 경이적인 점수로 우승했을 때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기록이다.

200점 이상을 낸다는 것은 여자 선수로는 도저히 넘볼 수 없는 고지였지만 김연아는 이후로도 그랑프리 시리즈와 올림픽에서 두 차례 더 200점 고지를 넘기며 역대 최고점 기록을 갈아치웠다.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를 따라 2위 아사다 마오(21·일본)와 동메달리스트 조애니 로셰트(25·캐나다)가 200점을 넘긴 데 이어 올해 안도까지 200점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ISU가 채점 규정을 바꾸면서 쇼트프로그램의 기존 8개 구성요소 중 최고 5점을 받을 수 있는 스파이럴 시퀀스를 빼고 7개로 줄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대신 점프에 실패했을 때 감점 기준이 세분화된 데다 고난도 점프 점수가 높아져 이를 상쇄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4대륙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안도는 기본점이 높아진 루프 점프를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연달아 연기해 점수를 높였다. 2위 아사다 역시 두 번의 연기에서 세 차례나 회전수 부족 판정을 받고 지적을 받았지만 예전보다 높은 기본점수를 확보할 수 있었다. 완벽한 점프에 실패하면 바로 한 단계 낮은 기본점이 적용됐던 기존에 비해 올 시즌부터는 부족한 회전이 반 바퀴 미만이면 70%의 기본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산점(GOE)이 과거보다 후하게 매겨지는 것도 점수 인플레이션에 한몫을 했다.

그동안 피겨 심판들이 완벽하지 않은 점프에 감점을 주는 쪽에 치중해 왔지만, 반대의 경우 칭찬도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수준이 오르기도 했지만 점수가 200점이 넘는 이유로는 이처럼 채점 경향이 바뀐 데서도 도움을 받은 것이다.

2년 만에 정상 복귀를 노리는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의 성적도 이러한 특징을 공략해 장점을 부각하는 데 달려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에 못지않은 완벽한 점프와 아름다운 연기를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라이벌간의 재대결도 관전 포인트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의 리턴 매치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본 언론도 “김연아와 아사다가 20일 첫 연습에서 재회한다”고 전하는 등 이 둘의 재회에 의미를 부여하는 움직임이다. 여전히 둘의 만남이 여자 싱글 최대의 흥행 카드임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세 차례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에 엎치락뒤치락 번갈아 오른 김연아와 아사다는 지난해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도 서로 최고 점수를 갱신하며 금·은메달을 나눠 가졌다.

김연아에 밀려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던 아사다는 특기인 트리플 악셀 점프의 성공률을 높이고 있다.

해가 갈수록 완성도 높은 연기를 펼치는 두 선수의 선의의 대결도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된다. 최고의 시즌을 누리고 있는 안도 미키도 상승세를 보여 여자 싱글 ‘3파전’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편 김연아는 세계선수권대회 25일 저녁 5시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한다. 프리스케이팅은 26일 저녁 5시 30분으로 ‘오마쥬 투 코리아’의 첫 선을 보인다. 다음날인 27일 갈라쇼에도 참가한다.

대회가 끝나면 4월 3~8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스포츠어코드에 참석, 이후에는 또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 활동에 나선다. 개최지를 결정하게 될 7월 남아공 더반 총회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

국내 아이스쇼도 확정됐다. 서울 잠실체육관 특설무대에서 5월6일부터 사흘 동안 열릴 ‘케이씨씨(KCC)스위첸 올댓스케이트 스프링 2011’은 지난해 7월 아이스쇼 뒤 10개월 만의 국내 무대다. 김연아는 “아이스쇼에서 프리스케이팅 ‘오마주 투 코리아’ 대신 종전에 공개하지 않았던 새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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