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정두언 총성없는 전쟁 ‘전모’
박영준-정두언 총성없는 전쟁 ‘전모’
  • 전성무 기자
  • 입력 2010-07-20 10:06
  • 승인 2010.07.20 10:06
  • 호수 847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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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칼바람 분다”
지난 7일 창성동 정부중앙청사 별관 앞에서 민간인 불법사찰 진상규명 및 국정조사 수용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photo@dailypot.co.kr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검찰 수사가 가속도를 내고 있다. 사찰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들에 대한 소환조사가 지난 주부터 본격화 됐다. 또한 이들 외에 총리실 직원 A씨가 불법 사찰에 관여한 정황이 추가 포착됐다. 수사 대상자들의 신병처리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청와대는 수석라인 인선작업을 마무리 하면서 정권 실세들의 물밑 전쟁도 가시화 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과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이름이 거론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총리실 민간인 사찰 파문이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당장 검찰은 관련자 줄소환을 예고하며 수사 대상자에 대한 소환조사를 벌였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오정돈 형사1부장)은 지난 7월 13일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김모 전 점검1팀장과 원모 전 조사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원 전 조사관은 이날 오전 9시께 소환돼 조사를 받았으며, 원 전 조사관의 직속 상관인 김 전 팀장은 오전 10시20분께 검찰청에 출두했다. 원 전 조사관은 사찰 당시 원청인 노동부를 떠나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김 전 팀장의 지시를 받았으며, 김 전 팀장은 원래 총리실 소속으로,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의 직접적인 지시를 받은 인물이다.

이들은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과 이모 조사관과 함께 2008년 9월부터 이명박 대통령을 비방하는 내용의 일명 ‘쥐코’ 동영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는 이유 등으로 김종익씨를 불법으로 내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검찰은 그동안 진행된 수사자료와 참고인 진술, 이에일·통화 내역 분석 등을 바탕으로 이들에 대한 조사를 시작, 우선 김씨를 상대로 사찰을 벌이게 된 경위와 구체적인 사찰 과정을 확인했다. 또 이들이 사찰 당시 김씨가 대표로 있던 NS한마음(구 KB한마음)과 거래하던 국민은행의 남모 부행장과 원모 노무팀장에게 부당한 압력을 넣어 김씨와 NS한마음의 업무를 방해했는지, 김씨의 대표이사직 사임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했다.

특히 이들의 활동이 이 전 지원관을 거쳐 어떤 방식으로 상부에 보고됐는지 집중적으로 조사를 벌이면서,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견한 일부 자료의 유출 및 폐기 정황에 대해서도 사실 관계를 확인했다. 이외에도 최근 제기된 ‘추가 민간인 사찰설’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관련 정황도 조사했다.

이로써 검찰은 수사의뢰자 4명 가운데 이 전 지원관을 제외한 모든 인물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전날 사찰 당시 경찰청에서 파견돼 조사관으로 근무했던 이모씨를 수사의뢰 대상자 가운데 처음으로 불러 조사를 벌인 바 있다.


수사 대상자들, 혐의사실 부인

검찰은 세명의 수사의뢰자 모두를 상대로 밤 늦게까지 조사를 진행했으며, 이들은 묵비권을 행사하지 않고 검찰 조사에 응했지만, 혐의 사실을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사찰의 실무를 담당했던 김 팀장 역할이 중요하다고 판단, 지난 7월 14일 김 팀장을 다시 소환해 조사했지만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검찰은 지금까지 확보한 수사자료가 많고, 관련 정황이 대부분 드러나 이들을 사법처리하는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검찰은 이들이 사전에 진술을 맞췄을 가능성을 고려, 경찰 및 국민은행·총리실 관계자들의 진술들을 더 촘촘하게 정리 중이다. 실제 검찰은 전날 오전 9시30분부터 총리실 직원 권모씨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벌였다. 권씨는 공직윤리지원관실에 파견돼 활동했을 당시 이번 사찰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해 활동한 인물로, 검찰은 지난 7월 9일 기습적으로 권씨 자택도 압수수색해 증거인멸 시도 정황과 추가 사찰 의혹과 관련된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오후에는 전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일했던 김모 경위를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총리지원관실 점검1팀의 구체적 업무를 파악하는 등 이 전 지원관 소환에 대비했다. 검찰은 이 전 지원관의 직권남용 및 업무방해 혐의 등이 충분히 소명된다고 판단,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지원관의 소환시점은 조사상황을 보고 결정할 방침이다.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범위에 대한 의혹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총리실이 수사 의뢰한 관련자 4명 외에 총리실 직원 A씨가 불법 사찰에 관여한 정황을 포착해 조사 중이다.

검찰은 A씨에 대해서는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벌이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필요할 경우 수사 대상자 이외의 인물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이로써 수사 대상자는 이인규 지원관과 점검1팀장 김모씨, 조사관 원모씨와 이모씨를 포함해 모두 5명으로 늘어났다. 검찰 수사 상황에 따라 수사 대상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검찰은 지난 7월 9일 지원관실과 불법 사찰에 관여한 이 지원관 등 총리실 직원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A씨의 자택도 함께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을 통해 컴퓨터 서버와 전산 자료, 이 지원관이 작성한 서류, 회의 기록 등 지원관실 업무와 관련된 내부 문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작업을 통해 이 지원관 등이 불법 사찰 피해자인 김씨와 김씨의 회사인 NS한마음에 대해 불법 사찰 정황을 일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선라인 개입 의혹 실체는?

민간인 사찰 파문이 확산되자 야당은 유사사례가 수십 건이 더 있다며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야권은 지원관실이 김씨를 사찰하는 과정에서 이광재 강원도지사, ‘노사모’와의 관계를 집중 조사했다는 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 정권 실세와 지지 세력에 대한 사찰을 벌였다면 그 대상은 훨씬 더 방대했을 것이란 주장이다.

검찰은 현재 압수물 분석과 참고인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 지원관 등에게 사찰을 지시한 배후세력을 파악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2008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외곽조직이던 선진국민연대와 영포목우회 등 여권 내 실세모임이 사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은 이 지원관으로부터 공식 보고라인을 거치지 않고 사선 보고를 받은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만약 검찰 조사를 통해 이 같은 의혹이 밝혀지게 된다면 사건은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서는 청와대에 칼바람이 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이번 사건이 확전 되기까지 방관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청와대에서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라인을 비롯해 야당 측에 자료 제공 의혹을 받고 있는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 측 인사들을 정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원관실의 보고 라인이 어느 선까지 뻗쳐 있는지 규명하는 것도 검찰 수사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검찰, 영장 청구로 수사의지 보이나

검찰 수사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관련자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형 사건에 있어서 수사기관의 수사의지는 사실상 영장 청구 여부를 통해서 상당부분 드러난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2008년 1월 출범해 105일간 수사한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 특검과 이명박 대통령의 ‘BBK 의혹’ 특검을 들 수 있다. 당시 삼성 특검팀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 대해 비자금 조성, 불법 경영권 승계, 정관계 로비 등의 의혹을 수사한 끝에 이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또 BBK 특검팀은 BBK의 전 대표 김경준씨의 주가조작 혐의와 이 대통령이 BBK의 실소유주였다는 의혹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두 사건 모두 수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석연찮은 구석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탤런트 장자연의 자살사건도 마찬가지다. 경찰은 당시 수사본부 인원을 41명으로 대폭 증원한 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한 사건 규명을 하겠다”며 그해 3월부터 40일 동안 수사를 벌였다. 하지만 경찰은 수사대상자 20명 가운데 장씨의 전 매니저였던 유장호 호야스포테인먼트 대표를 불구속 입건하는데 그쳤고, 나머지 19명은 불기소 처분하거나 내사중지·종결 하는 등 수사에 발을 뺐다는 비난을 받았다. 검찰은 이번 총리실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 수사 대상자들이 직권남용 여부와 불법 사찰 행위가 형법상 강요죄와 업무방해 혐의가 적용되는 지 등을 검토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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