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주장 자질론 대립

첫 ‘캡틴 데뷔전’을 치른 박주영(26·모나코)의 주장 자질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0일 터키 트라브존스포르 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터키와의 평가전에서 전임 축구대표팀 주장 박지성(30·맨유)의 후임으로 박주영은 한국 대표팀 주장 완장을 차고 출전했다. 하지만 경기는 득점 없이 무승부로 끝났다.
이번 평가전은 박주영의 주장 데뷔전인 동시에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을 4강으로 이끌었던 히딩크 감독과 맞대결이라 축구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더구나 터키와는 서로 ‘형제의 나라’로 불릴 만큼 각별한 관계였으나 초반부터 거친 몸싸움을 하는 등 옐로카드가 여러 차례 나왔다. 처진 스트라이커로 출전해 공수를 조율하고 동시에 전체를 살펴야하는 주장의 역할을 맡아야 하다 보니 박주영 특유의 위협적인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점도 그의 리더십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다. 주장 박주영에 대한 찬반론을 알아본다.
일반적으로 수비수나 미드필더에서 주장을 종종 맡지만 공격수가 주장을 맡는 일은 드물다. 박주영이 비교적 주장 역할을 잘 소화했지만 향후 주장을 계속 맡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이유이다.
이번 평가전을 통해 새로운 ‘캡틴 박’이 된 박주영의 평가에 대해서는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반대파 “답답한 플레이어”
대한축구협회 게시판에서 한 축구팬은 “터키전을 봤을 때 박주영에 대해 실망을 많이 했다. 공격수는 공격만 하는 것이 아니라 수비도 자꾸 괴롭혀 줘야한다. 그런데 박주영은 가만히 서 있다가 공이 오면 차고, 차고나면 그것으로 끝이고, 이게 뭔 공격수인가”라며 실망감을 표현했다. 또 다른 팬은 “솔직히 박주영은 볼터치부터 배워야할 것 같았다”며 “공을 질질 끄는건 여전하고 멈춰있는 공이 아니면 차지 못하는 건가”라고 말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스포츠 게시판 ‘네티즌센터’ 게시판은 박주영 주장설에 대한 논란이 더 뜨겁다. “주장으로 팀 전체에 대한 통솔력이 의심 된다”, “박주영이 과연 국대에서 살아남을 수나 있을까”, “박주영의 킥력은 인정한다. 특히 프리킥은 세계 톱 레벨 급이지만 그것 말고 딱히 내세울 만한 게 하나도 없다” 등 주장으로서의 실력보다는 개인 실력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아이디 D***는 피파에 올라온 데이터를 언급하며 “박주영이 지난해 20경기에서 7골을 넣었지만 슈팅수는 겨우 40개다. 24골로 득점 1위를 차지한 메시도 같은 20경기 중 98번의 슈팅을 했다. 호날두는 22경기, 24골 167슈팅을 했다. 골을 많이 넣으려면 슈팅을 많이 쏘고 정확한 킥력이 바탕이 되어야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박주영은 완전 소심하다. 슈팅을 너무 안한다. 골을 넣는 스트라이커는 욕심이 있어야 하는데 박주영은 그런 욕심이 있는 것 같지 않다. 차라리 호날두처럼 과감하게 167슈팅을 했으면 한다. 터키전 때 방향전환 드리블이나 충분히 슈팅 할 수 있었음에도 패스를 하는 것을 보며 답답했다. 좌우를 보는 시야보다 공격 슈팅 지역에서는 공간이 열리면 공을 골대 쪽으로 차야한다. 박주영은 스트라이커라는 것을 명심해야한다”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소속팀 AS모나코에서의 주전 입지에 대한 글도 많이 올라왔다. “왜 소속팀에서 박주영을 원톱으로 한동안 기용하다 계속해서 다른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박주영을 이리 넣었다 저리 넣었다 할까. 그만큼 박주영이 원톱으로서 탁월하다면 과연 팀에서 그랬을까. 실력이 한계를 드러낸 것”, “박주영은 팀에서 강등당할 위기가 많다. 지난 13일 팀 경기에서 골을 넣어 그나마 강등 시기를 좀 연기 했을 뿐이다”, “프랑스1부 리그 꼴찌 팀(18위)인 AS모나코에서 정확한 포지션도 없다. 매 경기 때마다 포지션도 바뀐다. 이건 뭐 한마디로 팀 내부에서 뺄까말까 고민 중이란 거 아니겠는가. 박주영을 끝까지 믿고 기용시킨 감독은 경질됐다”, “유럽 5위 리그인 프랑스리그 최하위권 팀의 최하위권 활약을 보이는 주전 선수일 뿐이다. 그런 선수가 국가대표 주장이라는 자체가 의심스럽다”는 등 질타의 목소리를 냈다.
찬성파 “주장완장을 달고 뛸 시간 줘야”
박주영의 주장론에 찬성을 하는 네티즌들은 대체적으로 ‘시간을 주자’라는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축구팬은 “캡틴 박주영에게 적응할 시간을 주는 게 어떨까”라고 응원 메시지를 올렸다. 또 다른 팬도 “박주영은 꾸준한 플레이를 보여줬다.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주장 완장을 단다는 것은 정말 힘들 일일 듯싶다. 박주영이 중심이 되기를 응원한다”는 등 축구팬들이 여유로운 마음으로 그를 대하기를 바란다는 글을 남겼다.
한 박주영의 팬은 그를 평가했던 해외 축구인들의 코멘트를 올렸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퍼거슨 감독은 박주영을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선수’라고 했다. 실제로 퍼거슨 감독은 박주영을 맨유에 영입하려고 했지만 계약 마무리 단계에서 결렬됐다. 히딩크 감독도 ‘그와 같이 뛰어난 선수가 있기 때문에 한국축구의 미래는 밝다’고 했다. 귀네슈 감독 또한 ‘세계적인 스트라이커가 될 만한 자질을 지녔다. 유럽무대에서도 이 정도로 특별한 선수는 흔치 않다’며 칭찬일색이었다. 해외 감독들이 인정한 선수이다”고 밝혔다.
해외 언론도 박주영의 플레이에 극찬을 한 바 있다. 특히 지난해 6월에 치러진 남아공 월드컵 그리스전, 뛰어난 활약한 그를 제조명하기도 했다.
한 언론 매체는 “박주영의 다소 허약해 보이는 체격에 속아서는 안 된다. 이 선수는 세계최고중 하나이다. 첫번째 포인트, 그의 플레이는 모든 수비수들 사이에서 존재하며 많은 슈팅상황을 발생 시킨다. 그의 제공권 능력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랍도록 효과적이며 그의 동료들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 항상 공은 그의 발 사이에 존재하며 그의 빠른 스피드는 상대로 하여금 늘 불편한 상황을 발생 시킨다. 그는 득점기계가 아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그를 충분히 다 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박주영을 극찬했다.
AFC 함맘 회장도 “그리스전에서 가장 눈에 띈 선수는 박주영과 기성용 뿐 이었다”라고 할 정도로 그의 활약은 뛰어났다.
블레쳐 레포트지도 “이번 대회에서 박주영보다 많은 골을 넣은 선수는 많다. 하지만 그 만큼 잘해준 선수는 별로 없다. 이 선수는 진정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며 그를 눈여겨봤다.
맨유의 수비수 에브라 또한 “전 세계의 수많은 축구 지도자들이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 선수들의 활약을 지켜보았다. 그 중에서 박주영은 엄청난 활약을 펼쳐 보였다. 박지성이 사람들의 인식을 바꾼 것처럼, 자신감을 갖고 자기 자신을 믿는다면 박주영도 EPL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등번호 10번(한국의 10번은 박주영이다)에 대한 해외 전문가 및 선수들의 극찬은 대단했다. 브라질의 마이콘(인터밀란)선수는 “10번의 기술력에 놀랐다”고 했고, 우루과이 감독은 “한국선수들 중 10번 선수 움직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경기비디오를 보니 슈팅뿐만 아니라 움직임도 뛰어났다”고 전했으며 우루과이 선수 포를란(공격수)도 “한국 10번의 활약이 놀랍고 인상적이었다”고 월드컵 16강전이 끝난 후 가진 인터뷰에서 말한 바 있다.
이탈리아 골닷컴은 ‘2010월드컵 당신에게 추천하고 싶은 숨은보석 베스트 11’에 박주영의 이름을 올렸다. “틀에 박히지 않은 스트라이커다. 정형에 맞지 않는 플레이어 하지만, 우리는 이 선수가 정말로 좋다”며 그에 대한 호기심을 드러냈다.
박주영의 옛동료 알렉산더 리카타(AJ옥세르)는 “박주영은 정말로 대단한 선수다. 그는 매우 영리하게 게임을 하고 강한 헤딩력과 뛰어난 기술을 가졌다. 그는 경계대상 1호이다”고 밝혔다.
네티즌 센터 게시판에 한 축구팬은 “박주영의 현재 상황이 과거만큼 좋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그가 다시 기량을 찾고 주장으로서 팀을 잘 이끌어 나갈 것으로 본다”며 주장 박주영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구·신세대의 다리 역할이 발탁 이유
그렇다면 조광래 감독은 왜 박주영을 차기 주장으로 낙점했을까.
이에 조 감독은 “2014년 월드컵까지 내다 본 결정이다”며 “대표팀의 목표는 결국 월드컵이다. 3년 뒤 결실을 위해 장기적으로 볼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조 감독은 “대표 선수들을 합심된 팀으로 이끌 수 있는 리더십과 필드에서 플레잉 코치 역할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을 고려했다”며 박주영을 주장으로 선택한 이유를 전했다.
대표팀에는 차두리·이정수(이상 31세) 등 박주영보다 나이 많은 선수가 있지만 이들이 브라질에서도 절정의 기량을 펼치리란 보장은 없다. 비록 26세에 완장을 차 대표팀 사상 최연소 주장이 됐지만 다음 브라질월드컵에서는 29세가 된다. 선수로서 기량이 가장 무르익는 시기이다. 전임 주장 박지성의 남아공월드컵 때 나이와 같다.
박주영이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보여준 리더십도 플러스 요인이 됐다.
당시 주장 완장은 구자철이 찼지만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박주영은 성적에 대한 압박감에 시달리는 후배들을 다독여가며 팀을 똘똘 뭉치게 하는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조 감독은 “박주영이 최고참은 아니지만 어리지만도 않다. 또 나이가 많다고 당연히 주장이 됐던 예전과는 상황이 달라졌다”며 “선수들을 두루 아우를 수 있는 성품과 실력이 뒷받침된 것이 그에게 주장 완장을 준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은퇴한 박지성과 이영표 등 기존에 주장을 맡았던 선수들과 후배들도 “선수들의 구심점 역할을 해줄 만한 기량과 성품에서 모자람이 없다”며 박주영을 적임자로 판단했다. 대표팀 맏형 차두리 또한 “나부터 주영이를 존중하고 따를 것”이라며 지원에 나섰다.
조 감독은 주장 선임과 관련해 손수 보도 자료까지 만들어 주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주장직을 고사했던 박주영도 조 감독과 선수들의 권유를 뿌리칠 수 없었다. 그는 “주장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동료들이 대표팀에서 더 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며 굳은 각오를 다짐했다. 박주영이 대표팀을 어떻게 진화하게 만들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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