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김문수·임태희 조커된다

한나라당 7·14 전당대회에 이변은 없었다. 친이 강경파인 안상수 후보가 당 대표로 당선됐고 ‘독고다이’ 홍준표 의원이 2위를 했다. 이변이라면 5위할 것으로 예상했던 나경원 후보가 3위가 됐고 친박 서병수 후보가 간신히 5위로 입성했다. 결국 친이 성향의 4명의 후보가 지도부에 입성했고 친박 후보는 1명으로 체면치레만 했다. 전대를 통해 당원·대의원은 친박 성향에서 친이 성향으로 ‘물갈이’가 확실히 됐음을 보여줬다. 변화된 대의원 구성은 곧 친이 잠룡 후보들로 하여금 차기 대권 도전에 청신호를 던져줬다.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임태희 비서실장 내정자 등이 박근혜 대항마로 나설 경우 향후 대통령 후보를 뽑는 경선에서 ‘해볼만 하다’는 자신감마저 엿보인다.
지난 7·14 한나라당 전당대회는 박근혜 전 대표의(58) 영향력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음을 반증했다. 친박 진영조차 ‘친박과 쇄신파의 몰락’으로 평가를 내리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당내 입지가 갈수록 줄어들면서 친이 진영내 잠룡들은 차기 대권을 두고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여차하면 ‘박근혜 대항마’로 나서 차기 대권에 도전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박 전 대표의 대항마로 꼽히는 친이 인사로 ‘소장파의 리더격’인 오세훈 현 서울시장, ‘리틀 MB’로 불리는 김문수 경기도지사, ‘50대 기수론’을 내세운 임태희 대통령실장 내정자가 꼽히고 있다.
올해 49세로 연임에 성공한 오 시장은 ‘임기중 중도 하차는 없다’고 이미 공언한 상황이다. 젊은 나이로 인해 차기보다는 차차기에 대권 방점을 두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친이 진영내 박근혜 대항마가 부재한 경우 나설 수 있는 게 아니냐는 게 당 일각의 전망이다. 특히 대선을 앞둔 각종 여론조사에서 ‘50대 대망론’으로 인해 박 전 대표와 각축을 벌일 경우 오 시장은 출마 여부를 두고 고민에 빠질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서울시 별관 13층에 별도의 사무실을 만들어 강철원 정무조정실장이 움직이고 있다는 소문이 여의도에 돌기도 했다.
오측, “대권 가동팀을 별관에 만들겠나?” 펄쩍
하지만 강 실장은 이와 관련 ‘펄쩍’뛰며 반박했다. 강 실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13층은 대회의실, 중회의실, 소의회실, 간담회장 등이 있지 사무실은 없다”며 “대권 가동팀이라면 별관에 만들겠느냐”고 반박했다.
오히려 그는 “13층에 간담회장이 있어서 종종 시민사회단체를 만나 미팅을 하거나 회의를 개최해 그런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하지만 모두 공식적인 모임으로 차기 대권을 준비한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라고 덧붙였다.
강 실장은 “오 시장은 서울 시민과 소통과 경청의 정치를 하기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회의를 3분1로 줄이고 민생 현장을 일주일에 2~3차례씩 방문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행보를 밝혔다. 실제로 오 시장은 지난주 관악구 관악영어 마을을 방문해 학부모 200여 명을 초대해 간담회를 가졌고 양천구 양천 소각장을 방문 쓰레기 처리 시설현황을 살펴봤다.
하지만 6·2지방선거 결과 구청장 및 시의원의 3분2이상을 민주당이 가져가면서 리더십이 심판대에 오른 상황이다.
당장 서울시 조직개편안조차 시의회에서 반대해 통과가 안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서울시측에선 아무리 여소야대 국면이지만 야당의 ‘무조건식 발목잡기’는 오히려 역풍이 불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 실장은 “서울시 주요정책에 대해 시의회에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면 잘 될 것”이라며 “서울시민이 안된다고 하면 어쩔 수 없겠지만 시의회에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면 오히려 시민들로부터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만표’라는 근소한 차이로 한명숙 후보에 신승하면서 ‘강남 시장’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했다.
강 실장은 “2006년과 비교하면 강남에서 훨씬 덜 받았고 상대적으로 강북에서 표를 덜 줬다”며 ‘강남 시장’이라는 타이틀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오히려 한 후보가 서초와 강남에서 30%대가 넘는 표를 얻었다고 항변했다.
자칫 차기 대권가도에서 이번 지방선거 결과로 인한 ‘가진자를 위한 후보’로 낙인 찍힐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올해 59세인 김문수 도지사 역시 남은 임기는 다 채운다는 게 기본 스텐스다. 하지만 오 시장측과는 달리 ‘국민이 부르면 나갈 수도 있다’며 여지를 남겨두고 있어 차이를 보였다.
특히 김 지사의 경우 차기 대권을 겨냥해 이명박 서울시장 재임시절 최대 치적인 청계천 복원공사를 롤모델로 삼고 경기도발 ‘제2의 청계천 사업’ 구상을 위해 일부 참모진들에게 특명을 내려 경기도 전역을 조사하고 있다는 말이 돌았다.
김 지사측, “국민이 부르면…” 출마 여지 남겨
이와 관련 김 지사측에서는 ‘경기도는 서울과 다르다’고 난색을 표했다. 김 지사측의 한 인사는 본지와 통화에서 “서울은 경기도 면적의 1/17로 집중된 지역이다”며 “청계천 복원공사를 한다고 해도 그만한 효과를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 한 예로 이기하 전 오산시장이 벌인 ‘오산천 복원공사’를 예로 들었다. 그는 “이 전 시장은 사석에서 ‘오산천이 청계천 복원공사보다 더 힘들었고 잘해놨지만 아무도 안 알아준다’는 푸념을 들은 적이 있다”며 “경기도가 대형 사업을 가지고서 전국적으로 주목받기는 쉽지 않다”고 실토했다.
오히려 김 지사측에서는 서민정책인 ‘무한 돌봄 복지 정책’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사업을 대표적인 치적이 될 것으로 꼽고 있다. ‘무한 돌봄 복지 정책’은 현행법상 자격요건이 안돼 지원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경기도가 국내 최초로 만들어낸 복지지원정책이다.
GTX사업은 서울·경기·인천 등 광역경제권 발전을 목표로 김 지사가 애정을 가지고 선거때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GTX 사업의 경우 인천 시장으로 민주당 송영길 후보가 당선되고 도의회가 야당 의원들이 다수를 차지해 도에서는 사업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편 김 지사가 한나라당 후보로 차기 대권에 도전하기위해선 우선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과거 민중당 출신이라는 이력이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지사가 지난 2007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정동영 후보를 넘지 못한 예가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 김 지사의 한 측근은 “친박 진영에서 분명히 공격이 들어올 것이다”며 “하지만 보수는 사이비 보수와 중도 보수로 ‘보수답다’는 것은 후자를 말한다”고 차별화를 시켰다. 또한 그는 “보수도 운동하듯 해야 한다”며 “김 지사는 쇠고기 촛불시위, 세종시 등 현안에 분명한 소신발언을 했다”고 박 전 대표가 ‘현안’에 침묵하는 태도를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차기 대권에 출마할 것이냐는 질문에 “기본 입장은 임기를 마치는 것이다”며 “하지만 국민이 부르면 나갈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출마 여지를 남겨뒀다.
오 시장과 김 도지사가 광역단체장을 기반으로 잠룡으로 거론된다면 임태희 대통령 실장 내정자는(54) 임명직으로 승승장구하면서 몸값을 올리고 있는 케이스다. 한때 여의도에선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황태자’로 불리기도 했다.
임 내정자의 이력을 보면 한나라당 대변인, 여의도연구소장, 대표 비서실장, 정책위의장 등 당 요직을 거치면서 정책과 정무를 동시에 겸비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 후보 비서실장, 당선인 비서실장을 거치면서 MB 복심을 아는 몇 안되는 인사로 꼽히기도 한다. 또한 노동부 장관에 임명돼 노동계 뜨거운 감자인 ‘타임오프제’를 해결했고 이후 대통령 실장으로 오 시장과 함께 ‘50대 대망론’의 쌍벽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임 내정자의 장인이 권익현 전 민정당 대표이고 장인이 대통령의 형님인 이 부의장과 육사 11기 동기라는 점에서 정치적 혜택을 본 게 아니냐는 지적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임측, “대한민국 무한책임 지겠다” 실장 수락
이에 대해 임 내정자의 한 측근은 “임 내정자는 친이 강경파나 친박이 아닌 중도 입장을 견지해왔다”며 “이 부의장뿐만 아니라 박근혜, 이해찬 등 나이 드신 여야 원로 정치인들이 좋아하는 타입일뿐”이라고 ‘SD 황태자’라는 지적에 반박했다.
또한 이 인사는 “임 내정자가 인수위에 들어갈 당시 당선인 비서실장이었지만 6인회가 영향력을 발휘할 당시 가만히 있었다”며 “오히려 정두언 최고위원이 청와대 및 행정기관에 자기 사람을 많이 심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비서실장 내정관련해서 “사람이 없어서 돌고 돌다가 다시 우리한테 제의가 왔다”며 “대통령이 ‘꼭 좀 해달라’는 데 어떻게 거절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임 내정자가 큰 꿈이 있었다면 비서실장만 3회를 하게 돼 비서실장 이미지로 마이너스”라며 “하지만 향후 1년 제대로 못하면 대통령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정체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의 무한책임으로 해야 될 일을 하게 된 것”이라고 정치적 특혜는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이 인사는 굳이 임 내정자의 ‘50대 대망론’에 대해 부정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 인사는 “대통령 실장이라는 자리의 힘이 있다. 4대강, 교육 문제 등을 장관들과 함께 정책을 조정하고 당내에선 박근혜 전 대표와 관계를 개선해 나간다면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특히 올초 임 내정자와 북측 김양건 통전부장과 만남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한 경험이 있어 향후 남북정상회담 등 관계가 호전될 경우 임 내정자의 정치적 행보는 넓어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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