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영 대기자가 만난 사람 - 박희태 국회의장
손주영 대기자가 만난 사람 - 박희태 국회의장
  •  기자
  • 입력 2010-07-13 09:47
  • 승인 2010.07.13 09:47
  • 호수 846
  • 12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대로의 국회’… 화합과 통합의 정치 실현

박희태 국회의장이 이끄는 제18대 후반기 국회가 출범했다. 6선의 박 의장은 최장수 명대변인, 국회부의장을 거쳐 국회의장에 취임했다. 박 의장은 제17대 대통령 선거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 경선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정권 창출의 주역이었다. 박 의장은 대변인시절 ‘정치 9단’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스캔들’ 같은 촌철살인의 논평과 순발력으로 명대변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박 의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후반기 국회 운영방향과 주요 과제, 올바른 국회의 역할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제18대 전반기 국회는 10년만의 정권교체와 함께 여당이 절대과반을 넘어서는 의석을 차지했다. 주요 정치현안마다 여야 간 첨예한 대립이 빚어졌다. 전반기 국회를 평가한다면.
▲ 전반기 국회는 역대 국회 중에서 훌륭한 성과를 많이 만들어낸 국회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일을 많이 했다. 단지 몇 가지 사건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언짢아하는 일이 있었다. 그런 일들은 없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정치라는 것에는 늘 이해가 상반되고 갈등이 있기 때문에 불가피한 면이 있었다고 본다.

- 국회의장을 맡았다. 하반기 국회 전망은.
▲ 무엇보다 국회다운 국회가 되어야 한다. 나는 타협론자이다. 학교 다닐 때부터 정치란 타협이라고 배워왔고 정치의 본질이 타협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정신으로 국회를 운영하고 싶다. 지금 여야간 의견이 충돌하는 일도 있겠지만 타협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타협하고 협상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외나무다리에서 싸우면 모두 죽는다. 외나무다리를 건너기 위해 염소 한 마리는 엎드리고 다른 한 마리가 엎드린 염소의 등을 타고 넘어가는 그런 ‘염소의 지혜’를 발휘하면 좋겠다. 동반자살의 길로 가지 말고 상생의 길로 함께 갈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다른 나라 정치에 비해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유난히 타협이 잘 안되는 편이다. 정치 선진국들이라고 모든 사람들이 다 100% 만족해서 타협을 끌어내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과거부터 지나치게 명분을 중시하고 명분이냐 죽음이냐 할 정도로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인습에 젖어있다.
타협을 해서 조금 얻어내는 것은 굴복이고 이는 곧 패배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소수파의 입장에서는 타협해서 조금이라도 얻어내면 다행이고, 다수파의 입장에서는 소수파를 배려해 함께 국정을 운영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이 상생의 길, 양쪽이 다 승리하는 길이다. 형식적 명분론에 사로잡히지 말고 염소의 지혜를 발휘하자고 말하고 싶다.
나는 유능제강(柔能制剛)을 생활 목표로 삼고 있다. 20대부터 검사로 법을 집행해 왔다. 부드럽다고 해서 모든 것을 유야무야 넘어가지는 않다는 것이다. ‘법대로의 국회'에 역점을 두겠다. 준법국회가 되는 것이 국회의 원형을 되찾는 것이다. 국회가 법을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법대로 해야 한다. 국회에서의 폭력은 절대 없어야 하고 내가 부드러워 보이지만 폭력 문제에 대해 유야무야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겠다. ‘늙은 말이 나서면 길을 잃었을 때 길을 찾아갈 수 있다’는 중국 고사가 있는데 노마지지(老馬之智)의 지혜를 발휘할 것이다. 국회가 앞으로 나가는데 ‘노마지지(老馬之智)’를 발휘해 의정활동의 천국이 되도록 하겠다.

- 바람직한 국회상을 말한다면.
▲ 국회가 국회답지 못하면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당한다. 지금 많은 국민들은 우리 국회가 변화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국회가 이대로는 안 된다. 국회가 변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 다수의 뜻이다. 이제 우리 국회에 변화의 새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그렇다고 전혀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자는 것이 아니며, 본래의 모습을 되찾고 원형을 회복하는 것이 바로 변화의 방향이 돼야 한다. 국민들이 국회를 신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회가 입법기능도 잘해야겠지만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게 모든 문제점을 국회에서 해결하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함으로써 국민이 국회를 신뢰하게 해야 한다. 해결할 수 있는 장이 돼야 한다. 법을 잘 만들 뿐 아니라 법을 잘 지키는 국회가 돼야 한다.
국회의원들 가슴에 달려 있는 국회의원 배지가 존경과 신뢰의 상징이 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 여야 국회의원들은 당을 초월해 국민이 바라는 것을 충실한 의정활동을 통해 국회에서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제 국회는 분쟁, 갈등, 대립을 해소하는 용광로, 모든 분쟁을 해결하는 해결의 장이 돼야 한다.

- 18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 중요한 정치현안 가운데 하나는 개헌이다. 그 문제를 푸는 해법은.
▲ 온 국민의 바람, 온 국민의 뜻에 맞는 방향으로 개헌이 이루어져야 한다. 개헌 논의가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개헌 논의가 원만하게 잘 진행될 수 있도록 모든 뒷받침을 다할 것이다. 각 정당이 의견을 수렴해 국회로 가져오면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고 또 민의가 잘 반영될 수 있도록 뒷받침할 것이다. 개헌에 관한 국민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는 동시에 여야 모두가 참여하는 논의의 장을 만들고 여야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개헌 절차와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것이다.

- 바른 국회운영을 위한 방안으로 ‘자유투표제’를 제안하신 이유는.
▲ 흔히 크로스보팅이라고도 하고 프리보팅이라고도 하는데 프리보팅이라는 말이 맞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기관이면서 동시에 정당에 소속되는 지위에 있다. 국민의 대표로서 국익을 우선하여 양심껏 판단하고 소신있게 발언과 표결을 해야 한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소속 정당원으로서 당명에 복종하여 발언하고 표결할 의무가 있다. 소신과 당론이 동일하면 다행인데 가끔 양자가 충돌하는 경우 어떻게 투표를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생긴다. 우리나라는 여야를 막론하고 당론에 따르도록 관례화 하고 있는데 자유투표제를 활용하면 여야의 극한 대결을 완화하고, 정당의 부담을 경감시키는 등 이점이 많다고 본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사안에 따라 자유투표제를 채택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갈등을 해소하면서 국민의견을 수렴하면 좋은 정치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다.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