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미국서 뛸 PGA 5인방

한국 남자 골프계에 경사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1월 광저우 올림픽에서 개인과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더니 노승열(19·타이틀리스트)과 김경태(24·신한금융그룹)가 아시안투어와 일본골프투어 상금왕을 차지하고, 이번에는 김비오(20·넥슨)와 강성훈(23·신한금융그룹)이 미국PGA 투어 출전권을 따냈다.
두 선수는 세계 골프대회 중 가장 어렵다는 미PGA투어 퀄리파잉토너먼트(이하 Q스쿨) 최종전을 통과해 내년 미PGA투어에서는 최경주(40·SK텔레콤) 양용은(38·테일러메이드) 위창수(38·테일러메이드)와 함께 사상 최다인 5명의 한국 선수가 뛰게 됐다. 미PGA에서 한국을 대표할 선수들에 대해 알아본다.
김비오와 강성훈은 지난 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윈터가든의 오렌지카운티내셔널CC(파72)에서 대회를 마쳤다. 각 6라운드 합계 12언더 417타와 11언더 418타를 기록했다. 두 선수는 엿새간 펼쳐진 ‘지옥의 레이스’에서 공동 11위와 16위를 기록해 공동 25위까지 주어지는 내년도 미PGA투어 카드(출전권)를 거머쥐게 됐다.
한국의 두 영건, 세계를 향하다
한국 선수로는 최연소로 출전권을 딴 김비오는 2008년 한국과 일본 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를 석권했다. 그는 또 올해 신인왕, 최소타수상, 최우수선수상 등 KPGA 3관왕을 휩쓸어 차세대 골프스타의 모습을 보여줬다.
김비오는 2008년 한국·일본아마추어선수권대회 석권 등 화려한 아마추어 시절을 보내 ‘슈퍼루키’로 불렸다. 하지만 초기 프로 무대에서 시련을 겪었다. 그는 일본에서 조건부 출전권을 받아 많은 대회에 참여를 못했고 실수도 많이 했다.
일본 생활을 접고 올해 한국 무대로 돌아온 김비오는 지난 8월 조니워커오픈에서 프로 첫 우승을 장식했다. 이어 10월 한국오픈에서 공동 2위를 차지하는 등 안정된 성적을 올렸다. 2008년에 이어 두 번째 Q스쿨 도전에서 미PGA투어 카드를 획득한 그는 “안주하지 않고 더 높이 오르기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 상금랭킹 125위 안에 들어 2012년에도 미PGA투어 카드를 유지하겠다는 1차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세계 랭킹 1위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승리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강성훈은 프로로 전향한 2007년부터 끈질기게 미국 무대의 문을 두드려 Q스쿨 도전 삼년 만에 꿈을 이뤘다.
강성훈은 지난 4월 유진투자증권 오픈에서 프로 첫 승을 올리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교과서적 스윙 폼으로 정평이 나있는 그는 중학교 때부터 매년 미국으로 가 타이거 우즈의 스승이었던 부치 하먼과 행크 해니에게 교습을 받았다. 어린 시절부터 꿈꿔 온 세계 최고 무대에 진출하게 돼 기쁨을 감추지 못했던 그는 “타이거 우즈처럼 세계 랭킹 1위에 오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두 선수는 다음 달 13일부터 하와이에서 열리는 ‘소니오픈’ 미PGA투어에서 데뷔전을 치를 계획이다.
‘지옥의 레이스’라고 불리는 Q스쿨 통과
미PGA투어의 관문인 Q스쿨은 세계에서도 가장 어려운 골프대회로 정평이 나 있다.
미국을 포함한 16개국의 PGA 등록 선수들이 출전하는 Q스쿨은 세단계로 나눠 치러진다. 1차 예선은 미국 13개 지역에서 분산 개최된다. 보통 한 지역에서 78명이 경기를 치른다. 올해는 1389명이 출전했다. 1차를 통과한 선수들은 또다시 6곳에서 2차 예선을 벌인다. 2차를 통과한 150여 명은 한자리에 모여 이듬해 투어 카드(출전권)를 놓고 최종전을 치른다. 최종전은 6일 동안 커트 없이 108홀을 돌아야한다. 체력과 정신력이 모두 필요하기에 ‘지옥의 레이스’라는 명칭이 붙었다.
최종 공동 25위 안에 들면 다음해 미PGA투어에 참가할 수 있다. 한국 골프 사상 처음으로 두 명이 통과한 올해는 총 29명이 48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내년 투어 카드를 받았다.
Q스쿨에는 상금도 걸려 있다. 1등으로 합격한 선수에게 5만 달러(약 5700만 원), 2위 4만 달러, 나머지 공동 25위까지는 2만 5000달러를 받는다.
물론 참가자들은 1차 예선에 4500달러(약 500만 원), 2차 예선 4000달러, 결승전은 3500달러의 참가비를 지급해야 한다.
투어 카드는 루키들에게 미PGA투어 한 시즌을 뛸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루키 시즌에 성적이 좋지 않으면 다음해 출전 자격을 박탈당한다. 재수는 기본, 삼수는 필수다.
최경주, 양용은, 위창수도 Q스쿨의 재수와 3수를 거쳐 미PGA 투어 프로가 됐다. 최경주는 1999년 Q스쿨에 나가 첫 출전권을 얻었지만 이듬해 성적이 좋지 않아 다시 Q스쿨에 응시해야 했다. 양용은 3수생이다. 2006년 Q스쿨에 낙방한 뒤 2007년에 합격했다. 하지만 2008년 루키 시즌에 상금 157위로 투어 카드를 잃어 다시 Q스쿨을 치러야 했다. 위창수도 두 번(2004년, 2006년) 치렀다.
미PGA 투어 카드는 Q스쿨을 거치지 않고도 획득할 수 있다. 투어 멤버가 아닌 사람으로서 전년도 미PGA투어 상금랭킹 125위 안에 들면 이듬해 출전권이 주어진다. 타이거 우즈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우즈는 1996년 스폰서 초청 선수 자격으로 출전한 라스베이거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을 차지해 투어 카드를 확보했다.
상금도 달라 억대 연봉자 꿈
선수들의 소득은 대회에서 받는 상금과 스폰서금액이다. 국내 골프대회에 비해 인기가 더 높은 미PGA투어는 상금 또한 그 배 이상이다.
더욱이 국제 대회인 만큼 스폰서 계약도 늘게 된다. 선수들은 일반적으로 스폰서와 연봉 계약을 하면서 별도로 보너스 계약을 하는데 여기에는 ‘5-3-2’ 법칙을 따른다. 우승했을 때 상금의 50%, 톱5안에 들면 30%, 톱10에 들면 20%를 받는 것이다.
한국 남자 골프 선수 중 올해 최고의 소득을 자랑하는 인물은 최경주다. 최경주는 22경기를 참여해 220만 달러(약 25억 원)를 벌었다. 미PGA투어 상금 순위에 33위를 차지했다. 여기에 국내 경기 출전 상금으로 1억4000만 원의 수익을 얻었다. 이와 함께 신한은행, SK텔레콤, 핑, 슈페리어 등과 스폰서 및 대회 출전 계약을 하면서 40억 원 정도를 추가로 벌었다. 모두 합해 66억 원을 올 한해 벌었다.
양용은은 미PGA 투어 130만 달러(약 14억8000만 원), 유럽 투어 84만유로(약 12억7000만원), 국내 상금 3억 원 등 상금만 30억5000만 원을 벌었다. 여기에 초청료 150만 달러(약 17억 원), 스폰서십 110만 달러(약 12억5000만 원)를 합하면 60억 원에 이른다.
위창수는 미PGA 투어로 157만 달러(약 17억8000만 원)를 벌어들였다. 한마디로 대박이다.
젊은 선수들 활약 기대
20대의 패기 넘치는 활약은 필드 위에서도 펼쳐지고 있다. 원래 골프는 오랜 구력과 풍부한 경험, 노련미가 큰 무기가 되는 게임으로 노장 선수들이 경기의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 세계 PGA투어에서는 유독 20대 선수들의 선전이 눈에 뗬다.
지난 8월 16일에 막을 내린 미PGA 챔피언십에서 독일의 20대 청년 마르틴 카이머(26·독일)는 부바 왓슨(32·타이틀리스트)과의 연장까지 간 접전 끝에 정상에 올랐다.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카이머는 상금 135만 달러(약 16억 원)를 벌어들여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쥐며 20대 골퍼의 전성시대가 왔음을 확실히 알렸다.
카이머를 비롯해 브리티시오픈을 차지한 루이스 우스투이젠(28·남아프리카공화국), 퀘일할로 챔피언십 우승과 브리티시오픈에서 3위에 오른 로리 맥길로이(21·아일랜드) 등이 20대 바람의 선두주자들이다. 맥길로이는 이 대회에서도 공동 3위를 기록했다.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서 선배들을 제치고 당당히 우승을 차지한 헌터 메이헌(28·미국)도 20대 기수 중 하나다.
20대 선수들은 타이거 우즈(35), 필 미켈슨(40·미국), 어니 엘스(41·남아프리카공화국), 비제이 싱(47·피지) 등과 같은 대선배들을 상대로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오히려 20대의 패기로 그들을 압도했다.
전통적으로 20대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지지 않는 PGA투어에서 그들의 활약과 도약은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함과 동시에 더 많은 관객을 동원할 것이다.
카이머는 “많은 젊은 선수들이 PGA 챔피언십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며 “향후 5~6년 동안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할 젊은 선수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이들 외에도 이시카와 료(19·일본), 션 오헤어(28), 앤서니 김(25·미국), 에도아르도 몰리나리(29·이탈리아), 찰 스와첼(남아프리카공화국), 제이슨 데이(23·호주) 등이 눈여겨 볼 20대 선수들이다.
PGA 챔피언십에 초청선수 자격으로 참가해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둔 노승열(공동 28위)과 김경태(공동 48위), 내년 미PGA 투어 출전권을 따낸 강성훈, 김비오 역시 한국 남자골프에 젊은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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