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계 최고의 해 누가 베스트 10

한국 프로야구의 창립 기념일인 매 12월 11일마다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린다. 한 시즌을 축제 분위기로 마무리하며 프로야구의 ‘대종상’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시상식에는 투수 및 각 수비 포지션 포함해 총 10명의 수상자가 탄생해 골든글러브가 주어진다. 수상자는 개인 성적만으로 가려지는 것이 아니고 인기도 등 여러 가지 요인이 고려된다. 팀 성적에 따라 ‘우승 프리미엄’도 붙는다. 특히 국가대표성 게임의 프리미엄은 꽤 높다. 지난 2008년에는 ‘베이징 올림픽 프리미엄’과 ‘2009 WBC 프리미엄’이 있었다. 올 시즌의 ‘광저우 아시안게임 프리미엄’도 무시 할 수 없다. 각 포지션별 우승 후보들을 알아본다.
‘2010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후보자 명단이 발표되면서 수상자가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해 야구팬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팬들끼리 각자 응원하는 선수가 수상자가 돼야 한다며 조목조목 근거까지 제시해가며 설전을 벌이기도 한다
프로선수 474명 중 총 37명 선정
골든글러브 후보자 선정에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자체적으로 정한 기준이 있다. 출장 경기수와 공·수 전반의 성적을 기준으로 하며 투수는 승리하는 수, 세이브 수, 평균자책점이 기준이 되고 다른 포지션은 타율이 기준이 된다. 올 시상식 후보는 투수 5명, 포수 4명, 1루수 3명, 2루수 5명, 3루수 3명, 유격수 4명, 외야수 8명 그리고 지명타자 5명 등 총 37명이 선정됐다.
구단별로는 2루수와 3루수를 제외한 6개 부문에서 7명의 후보를 배출한 두산이 가장 많고, SK와 LG가 6명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외국인선수와 신인선수는 올해 단 한 명도 후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골든글러브 투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부터 이달 8일 오후 5시까지 열흘 간 올 시즌 프로야구를 취재한 기자단과 중계를 담당한 방송사 PD, 아나운서, 해설위원 등 미디어 관계자 39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좌완투수 류현진-김광현의 박빙
우선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투수부문은 SK 김광현과 한화 류현진의 양보할 수 없는 2파전이다.
중간계투 두산 정재훈이 후보로 올라오기는 했지만 골든글러브를 받기에는 조금 버거운 모습이다. 삼성 차우찬의 경우도 승률왕에 오르기는 했지만 김광현과 류현진 만큼 뚜렷하게 미디어 관계자들에게 각인시킨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엔 류현진과 김광현이라는 것이 야구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괴물’ 류현진은 올해 팀이 꼴찌를 달리는 와중에서도 올 시즌 26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라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작성했다. 또한 16승 4패, 방어율 1.82, 탈삼진 187개의 놀라운 피칭을 선보였다. 이 중 방어율과 탈삼진은 1위에 랭크됐다.
김광현은 류현진보다 늦게 시즌을 시작했지만 17승 7패로 다승 1위에 올랐고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해 우승 프리미엄을 가지고 있다. 같은 좌완이며 구위만 놓고 본다면 김광현도 골든글러브의 주인공으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류현진 쪽으로 무게 중심이 기울고 있다. 뿐만 아니라 류현진은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에이스의 진면목을 보이며 한국팀에 금메달을 안기기도 했다. 야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이라면 그의 오른손에 골든글러브를 끼워줄 것이라고 소속팀 한화 관계자들은 자신한다.
안방마님, 수비형이냐 공격형이냐
포수는 타 포지션에 비해 수비와 투수리드 등 기록으로 수치화할 수 없는 역할의 비중이 크다.
올 시즌 개인 성적만 놓고 봤을 때 최고의 포수는 단연 LG 조인성이다. 포수로는 처음으로 107타점을 넘어섰으며 0.317의 타율과 28홈런을 기록했다. 그의 올 한해 타격은 리그 전체 선수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다. 더욱이 포수 중 유일하게 133게임 전경기에 모두 출장해 강철 체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팀 성적은 6위에 그쳤다.
생애에 첫 골든글러브를 노리는 조인성의 강력한 경쟁자는 역시 SK 박경완이다. 타율 0.262 14홈런 67타점의 개인성적은 조인성에 훨씬 못 미치지만 그에게는 올 시즌 리그 우승팀 SK의 안방마님이라는 프리미엄이 있다. 팀 자책점도 1위로 국내 최고의 투수리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조인성과 박경완의 최고 포수 경쟁은 골든글러브 수상의 기준을 ‘개인성적’과 ‘팀 공헌도’ 중 어느 쪽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가 하는 논쟁과 직결된다. 조인성이 공격형 포수의 대명사였다면 올해 박경완은 안방마님이라는 포수 본연의 수비임무에 충실한 케이스다. 어느 쪽이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든 그 기준에 대한 논란은 팬들 사이에서 엇갈린 반응을 이끌어낼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포스트시즌 기여도 vs 정규리그 성적
1루수 부문은 SK 박정권과 두산 최준석의 2파전으로 보인다. 단순 개인성적만 보면 타격에선 타격 5위, 홈런 10위, 타점 11위의 최준석(0.321, 22홈런, 82타점)이 타격 11위, 홈런 17위, 타점 13위의 박정권(0.306, 18홈런, 76타점)을 앞서지만 포스트시즌 기여도에선 박정권이 훨씬 우세했다.
정규리그 순위상으로는 최준석이 비교유위를 점하지만, 박정권도 3할 타율에 홈런과 타점 개수도 각 4개, 6개 차이로 그 차이가 크지 않다. 더욱이 박정권은 한국시리즈 MVP로 선정됐다.
2루수는 SK 정근우와 롯데 조성환의 2파전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2루수들의 성적을 비교해 볼 때 조성환만큼 잘한 선수가 없다. 타율 0.336 타격 3위에 올랐다. 8홈런에 52타점을 기록했다. 도루도 10번 시도해 8개 성공했다. 다리가 좋지 않아 부상 방지를 위해 로이스터 감독이 뛰지 않도록 한 조치 때문에 도루수가 적었을 뿐이다. 2루수로서 수비실책도 3개에 불과하다.
정근우의 수비는 일품으로 리그 최고다. 빠른 순발력으로 수비범위가 매우 넓다. 안타성 타구도 착착 걷어낸다. 정근우는 조성환보다 많은 13개의 실책을 저질렀지만 대부분 공격적인 수비를 펼치다가 나오는 미스였다.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국가대표 붙박이 주전 2루수였다. 매서운 방망이와 기동력, 그리고 좋은 수비 등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쳤기 때문에 골든글러브는 정근우의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AG'의 강정호, 트리플크라운 달성하나
가장 치열한 격전이 예상되는 포지션은 유격수다. 두산 손시헌과 넥센 강정호가 지난해에 이어 맞붙게 됐다.
손시헌이 수비에서 훨씬 안정된 모습을 보였지만 타격에서는 타율 0.301, 홈런 12개의 강정호가 앞선다. 지난해에는 손시헌이 유격수부분 수상의 영예를 안았지만 올해는 장담하기 어렵다. 강정호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타율 0.615(13타수 8안타), 3홈런 8타점 5득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특히 대만과 결승전에서 홈런 2개를 포함해 5타수 3안타 5타점으로 금메달 획득에 일등공신이 됐다. 강정호가 금메달, 병역혜택, 골든글러브라는 트리플크라운 달성이 가능한 최고의 한 해가 될 수도 있다
3개의 골든글러브가 걸린 외야수부문은 8명의 후보자들 가운데 24개 홈런과 타율 0.317에 타점 89점 1위를 차지한 두산 김현수가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두자리는 SK 김강민과 두산 이종욱에게로 무게감이 쏠린다.
김강민은 우승 프리미엄은 물론, 외야수 중에서 김현수 다음으로 높은 타율을 기록했다. 거기에 두자리수 홈런(10개)과 두자리수 도루(23개)를 기록함과 동시에 수비력으로 최정상급 선수로 인정 받았다.
이종욱은 포스트시즌 진출에 자타공인 한국 최고의 테이블 세터이자 중견수다. 올해도 어김없이 30도루를 기록했다.
이번 골든글러브 선정 투표는 타격 7관왕에 9경기 연속 홈런의 주인공 롯데 이대호가 버티는 3루수와 롯데 홍성흔의 수상이 유력한 지명타자를 제외한 나머지 포지션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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