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일본과 공동으로 개최한 후 8년 만에 월드컵 단독 개최권을 따내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그래도 북한의 연평도 도발로 인한 한반도 정세 악화와 외신들의 일관된 혹평 속에서 3차 투표까지 올라간 것은 ‘절반의 성공’으로도 평가할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해 2월 FIFA에 2018년과 2022년 월드컵 유치 관심 표명 양식을 제출하며 본격적인 유치 활동에 돌입했다.
“한 차례 월드컵을 치른 경험이 있고 인프라도 구축돼 있는 상태여서 다른 나라들에 비해 전혀 뒤질 이유가 없다”는 것이 유치전에 뛰어든 배경이었다. 다소 무모해 보였지만 22개월여가 지난 현재 가능성이 충분한 도전이었음을 확인했다.
한국은 2002년 한일월드컵 공동개최로 스포츠 외교력을 인정받은 정몽준 FIFA 부회장(59)을 버팀목으로 해 한승주 전 외교통상부 장관(70)을 월드컵유치위원장으로 추대하며 본격적인 유치전을 시작했다.
정 부회장과 한 위원장은 전방위에서 국제 외교에 집중하며 월드컵 개최 지지를 호소했다. 한국에서 월드컵이 열릴 경우 동북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워 일부에서 공감을 끌어내기도 했다. 정부와 국민적인 관심이 아쉬운 부분이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결과를 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실패라는 결과가 두고 보면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것 같지만 향후 월드컵을 비롯한 국제대회 유치전을 위한 경험과 잘 안 된 부분은 교훈으로 삼으면 된다. 미국, 호주, 카타르, 일본. 쟁쟁한 후보 국가들과 당당히 맞선 한국의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
2022년 개최지, 왜 카타르인가?
2022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개최지인 카타르는 중동 지역 최초로 월드컵을 치르는 영예를 안았다.
카타르는 그동안 월드컵과 인연이 닿지 않았다. FIFA 랭킹이 113위에 불과한 카타르는 번번이 아시아 예선에서 고배를 마시며 단 한 차례도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다.
총 인구가 100만 명에도 미치지 않는데다 축구 인프라가 썩 좋은 편이 아닌 카타르가 국제무대에서 성적을 내기란 쉽지 않았다.
자국 리그의 규모와 명성도 아시아 정상권과는 거리가 멀다. 은퇴를 앞둔 세계적인 선수들이 돈벌이의 수단으로 잠시 카타르 리그를 거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월드컵을 유치하는 국가의 리그치고는 소박한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세계 축구계에서 무명에 가까운 카타르가 한국, 미국 등 쟁쟁한 후보들을 따돌리고 월드컵 개최지로 선정된 것은 축구로 인한 중동의 평화 안착과 오일 달러를 앞세운 유치 전략이 먹혀든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이 열리는 6월의 카타르는 최고 기온이 40도를 넘어설 정도로 무덥다. 축구를 하는 것은 물론 보는 관중들마저 힘들어 할 수 있는 날씨다. 하지만, 돈이라면 부족할 것이 없는 카타르는 전 경기장 에어컨 설치라는 깜짝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집행위원들의 표심을 사로잡았다. 경기장이 밀집돼 있다는 지적은 오히려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장점으로 탈바꿈시켰다. 또한 확실한 정부 지원을 약속하면서 FIFA에 거대한 수입을 안겨줄 것을 약속했다.
개최지 결정 하루 전 열린 프레젠테이션은 카타르가 개최권을 가져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카타르는 상상을 뛰어넘은 획기적인 시설과 중동의 평화를 강조하면서 집행위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외신들 역시 한 목소리로 “카타르가 가장 인상적인 프레젠테이션을 치렀다”며 높은 점수를 매기기도 했다.
카타르 출신인 빈 함만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이 정몽준 FIFA 부회장 못지않은 국제적 인맥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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