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경기지사 위험하다

경기도가 삐걱거리고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를 민선 4기 시절 지원했던 여당 일색의 경기도의회 판이 뒤집어 졌기 때문이다. 민선 5기에서는 기존의 여당 인사들이 6·2 지방선거에서 대거 낙마, ‘여소야대’로 전환됐다. 도의회는 전체 131명의 의원 가운데 교육의원 7명을 제외한 124명의 의원 중 민주당(76)과 민노·국민참여·진보신당·무소속(6) 등 82명이 야당이다. 반면 여당인 한나라당은 42명으로 크게 줄어 소수당이 됐다. 기초단체장도 민선 4기 한나라당 27명이던 상황이, 민선 5기에는 10명으로 크게 줄었다. 경기도가 추진하는 핵심 정책 사업에도 제동이 걸렸다.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경기도를 진단해 봤다.
경기도의회가 지난 7월 6일 8대 의회에 들어서 첫 임시회를 열었지만 민주당과 한나라당간 의견충돌로 의장을 선출하지 못하는 등 파행으로 얼룩졌다. 도의회는 이날 오전 10시 제251회 임시회를 열어 의장, 부의장 선출을 시도했으나 민주당과 한나라당간 의견충돌로 임시의장을 선출하지 못하고 정회했다. 지방자치법 제54조의 규정에 따라 이날 임시의장 사회를 본 김진춘 의원(한·비례)은 양당간 원구성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합의가 될 때까지 무기한 정회를 선포했다.
김 임시의장은 “8대 원구성은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양 교섭단체간 경기도의회 원 구성에 대한 원활한 교섭이 없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원활한 원구성을 위해 제251회 임시회를 정회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의정 공백 장기화 우려
개원 첫날부터 파행으로 치달은 제8대 경기도의회가 의장단 구성에 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의정 공백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정회가 선언된 이후 이틀째 대표교섭을 계속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부의장 2석 중 1석, 상임위원장 13석 중 4석 요구에 대해 민주당은 “2008년 다수당이었던 한나라당이 부의장 2석과 상임위원장 13석을 모두 독식한 것에 대해 먼저 사과해야 협의가 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파행이 이어지면서 개원 당일로 예정됐던 의장 선출과 개원식이 무기한 연기되는 등 의사일정이 줄줄이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도의회는 7월 9일 상임위 구성 및 위원장 선출, 13일 예산결산·윤리특위 구성 및 도청·교육청 업무보고 등의 의사일정을 잡아놓았다.
원 구성 지연이 장기화될 경우 무상급식 예산 편성 등 현안 처리 및 의정 활동 등에 공백이 우려된다. 도의회 민주당 관계자는 “임시의장은 정회를 선언하는 월권으로 의회를 파행으로 치닫게 한 책임을 져야 하고 한나라당은 지난 의회에서 모든 의장단을 독식한 횡포를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정재영 대표의원은 “의장·부의장 선출에 관한 교섭단체 간 협의가 없었기 때문에 임시의장이 적법한 권한을 사용해 정회를 선언한 것”이라 “책임은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려 한 민주당에 있다”고 반박했다.
첫 임시회부터 파행한 것을 두고 도의회는 책임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지난 6일 오후 의장단 선거 실패 책임을 놓고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며 상대방을 비난했다.
민주당은 이날 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장단 선출 실패라는 사상초유의 사태는 협상의 주도권을 갖기 위한 한나라당의 치밀한 각본”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김현삼 대변인은 “의장 직무대행인 김진춘 의원의 월권행위와 전횡에 분개를 느낀다"면서 “김진춘 직무대행에게는 정회 선포의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나라당과 김진춘 의원은 1천200만 경기도민에게 사과하고 조속히 회의를 속개해 의장단 선출에 적극 협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한나라당도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정회사태는 애초부터 짜여진 민주당의 승자독식 각본에 의한 것”이라며 이번 파행을 민주당의 탓으로 돌렸다.
한나라당 이승철 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의 요구인 공개사과 대신 유감 표명을 할 수 있다고 양보했음에도 민주당은 자신들의 요구만을 내세우고 있다”면서 “진실성있는 협상에 나서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8대 경기도의회 의석비율에 따라 부의장 1석과 상임위원장 4석 배정을 요구하는 한나라당의 요구에 즉각 응할 것을 주문했다.
경기도 핵심 정책 부정 기류 확산
도의회 파행에 이어 경기도의 핵심 정책도 제동이 걸렸다. 서울·경기·인천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구축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확산되고 있는 것.
일단 인천시가 사업에서 발을 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경기도의회 역시 GTX사업을 재검토하기로 하는 등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 4월 인천·경기·서울 등 3개 시·도는 광역경제권 발전을 위해 GTX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사업에 적극적이던 안상수 전 시장이 낙선하고 GTX사업에 부정적인 송영길 시장이 취임하자 인천시는 사업 포기 쪽으로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
시의 분석결과, 송도국제도시∼청량리까지 경인축 49.9㎞의 인천노선(GTX ‘C노선’)은 경인전철과 노선이 거의 겹치는 데다, 현 교통시스템이 비교적 양호해 GTX 건설 효과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GTX를 건설할 경우 송도국제도시를 중심으로 한 신도시가 베드타운화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구도심 소외현상 가속화 가능성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초 협약과 달리 인천은 GTX 구축사업 우선순위에서 밀리거나 아예 제외될 전망이다. 민주당이 장악한 경기도의회는 GTX사업에 대해 본격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민주당은 최근 정책위원회를 구성하고 ‘GTX 재검토 특위’ 구성을 위한 사전자료 수집 및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고영인 민주당 대표의원은 “서울, 인천 등 GTX노선이 지나는 지역의 시의회와도 협의해 공통의견을 이끌어낼 것”이라며 “이를 통해 GTX 재검토 의지를 결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회와 인천시의회 역시 민주당 의원이 다수석을 점하고 있다. GTX사업에 대한 반대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이와 함께 GTX노선이 지나는 상당수 지역 단체장들이 GTX사업 재검토를 외치는 민주당 소속이어서 GTX사업의 앞날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경기도와 야당 성향의 수도권 지자체 의회와의 신경전은 상당기간 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GTX사업은 김문수 지사의 최대 핵심 정책 공약이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bukethead@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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