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당권 ‘잠룡’ 꿈틀댄다
민주당 당권 ‘잠룡’ 꿈틀댄다
  • 전성무 기자
  • 입력 2010-07-13 09:38
  • 승인 2010.07.13 09:38
  • 호수 846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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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대회 전초전? 주류-비주류 대결에 손학규 합세
쇄신연대 출범식(위) 민주당 전당대회

민주당의 당권 구도가 치열해질 전망이다. 주류-비주류 각 진영은 날선 공방을 벌이며 오는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 전초전을 치르고 있다. 비주류 측은 ‘쇄신연대’를 출범하고 주류 진영을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손학규 전 대표가 2년 여 간 칩거를 접고 여의도 정계에 곧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권 구도 흐름에 막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요동치고 있는 민주당 당권 전초전을 따라가봤다.

민주당 내 비당권파가 하나로 뭉쳤다. 민주당 정동영, 천정배, 추미애, 박주선, 이강래, 강봉균, 신건, 김성순, 강창일, 문학진, 안민석, 이종걸, 조경태 의원과 정대철, 정균환, 이계안, 노웅래, 정청래 전 의원 등 전현직 의원 60여명은 지난 7월 4일 당원 300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쇄신연대’를 공식 출범하고 주류 진영에 대한 압박에 들어갔다. 쇄신연대는 전대 준비를 위한 당내 혁신기구 구성을 촉구하며 당원 서명 운동에도 돌입했다. 2012년 집권을 위해서는 당을 쇄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쇄신연대는 오는 전당대회에서 전 당원 투표제와 집단지도체제를 주장하며 수도권부터 권역별 당원행동대회를 개최하고 전국적인 조직화 작업에 들어갔다. ‘세 몰이’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당 내 주류-비주류 간 갈등이 점차 격양되고 있다.


이종걸 의원 “야당 답지 못했다”

이종걸 의원은 지난 7월 5일 BBS 아침저널에 출연해 “지금까지 당이 야당답지 못해 당 지도력이 약했고, 그러다보니 당내 민주주의와 다양성도 없어져 가고 있다”면서 “당헌·당규를 보면 과연 이것이 제1야당인 민주당의 것인지 의심스러워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를 바로잡고 당내 민주주의를 회복해야만 민주당이 새롭게 변할 것”이라고 지도부에 공격을 퍼부어 댔다. 쇄신연대는 민주당 소속 의원 84명 중 약 1/4에 해당하는 24명의 의원들이 소속돼 있다. 독자적으로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 또 전북을 대표하는 정동영 의원과 전남에서 상당한 지지력을 갖고 있는 박주선 최고위원이 참여해 만만치 않은 세를 과시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이같은 당권 경쟁이 7·28 재보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입장 표명을 꺼리고 있다. 하지만 쇄신연대의 공세가 강화되면서 이 같은 입장을 고수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당장 쇄신연대는 자신들의 요구를 당 지도부가 끝내 거부한다면 전당대회 보이콧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며 강경대응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정세균 대표 등 당 지도부들은 공식 석상에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사석을 통해서는 비당권파들의 주장에 불쾌감을 내비치고 있다. 정 대표는 지난 7월 2일 기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어떤 사람은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좋아서 찍은 사람이 2.4%라는데 황당하더라”며 “이겼는데 그런 소리를 들으면 힘이 쭉 빠지지 않겠나”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당 주류인 486 대표주자 중 한 사람인 최재성 의원이 지난 7월 5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해 “이유가 어떻게 됐던 민주당 구성원들이 고생해서 국민들이 한나라당을 심판했는데 현 지도부를 떠나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전당대회 룰도 정세균 대표 출범 전에 만들어진 것이어서 정당성이 없다”고 쇄신연대를 향해 정면 반박했다.

최 의원은 쇄신연대가 주장하는 집단지도체제에 대해서는 “과거 열린우리당에서 있던 집단지도체제가 매우 잘못된 제도라고 해서 보완한 것이 현 제도”라며 “당 대표의 일방적인 권한도 없는 상황에서 집단지도체제와 현 체제가 다른 점은 대표가 낙마할 때 차점자가 이어받느냐, 전당대회를 통해 뽑느냐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비주류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정동영 의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최 의원은 “민주당이 분열과 통합의 과정을 거쳐 6·2 지방선거를 통해 겨우 천막 한 채를 지은 것인데 이를 놓고 과도한 해석을 하고 선동하는 말을 하면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쇄신연대는 7·28 재보선에 관련해서도 목청을 높였다. 이들은 당 지도부를 향해 야권단일화에 신속히 나설 것을 촉구했다. 쇄신연대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상임 고문-집행위원 연석회의에서 “이번 재보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여당과 야당의 ‘1대 1’ 구도를 만드는 강력한 야권연대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쇄신연대 대변인인 장세환 의원은 재보선 공천 작업에 대해서는 “일부 지역에서 당의 정체성과 부합되지 않는 인사가 유력한 공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며 “밀실 공천이 아닌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이) 이뤄져야 할 것”을 당 지도부에 요구했다.

그는 또 쇄신연대가 주장해오던 당내 혁신기구 구성과 관련해서는 “당내 제세력과 외부의 전문가 그룹이 참여해 당의 비전과 전략, 전당대회 룰 등에 대한 방안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학규, 자체 여론조사서 가장 앞서

민주당의 주류-비주류 간 당권 경쟁에 ‘잠룡’이 꿈틀대고 있다. 손학규 전 대표가 지난 2년 여 간 춘천 칩거를 접고 여의도 정가 복귀가 가시화 됐다. 손 전 대표는 주변에 당 대표 출마를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전 대표가 당 대표에 출마할 것이라 알려지면서 8월 전당대회를 앞둔 민주당의 당권 구도는 요동치고 있다. 일단 박주선·천정배 의원 등 비주류 당권 주자들이 잇따라 손 전 대표를 찾아 도움을 호소했고, 정세균 대표 체제를 지탱해온 당의 ‘486 그룹’ 도 내부 균열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손 전 대표 측은 이미 당 대의원 3700여 명을 상대로 자체 여론조사까지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결과를 보면 손 전 대표에게 당권은 꿈이 아니다. 손학규·정세균·정동영·천정배·박주선의 ‘5자 구도’나 손학규·정동영·정세균의 ‘3자 구도’에서도 다른 주자들을 앞서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손 전 대표의 측근들은 손 전 대표가 출마 의사를 직접 밝히지는 않았지만 출마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것으로 보고 있다. 출마 선언 시점은 7·28 재보선이 끝나는 7월 말 이후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손 전 대표의 출마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 정세균 대표 쪽은 바짝 긴장하는 눈치다. 당 내 지지기반이 상당부분 겹치는데다 손 전 대표의 대중적 호감도가 높기 때문이다. 일부 주류 진영에서는 손 전 대표 측으로 배를 옮겨 타려는 움직이도 보이고 있다. 정동영 의원 쪽도 손 전 대표의 출마 움직임을 경계하고 있다. 주류의 분열 가능성은 호재로 작용하지만 손 전 대표 쪽으로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 되는 것을 경계하는 것. 하지만 막판 변수는 존재한다. 2012년 19대 총선의 공천권이 ‘2012 총선 전 조기전당대회론’으로 차차기 지도부로 넘어갈 경우 이번 당권의 매력은 반감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손 전 대표 측을 비롯한 대선 주자들이 당 대표 출마를 접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bukethead@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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