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아시안게임 ‘유도 금메달’ 유망주 김재범

국가대표 유도선수 김재범(25·한국마사회)이 드디어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재범은 그 누구도 따라 갈 수 없는 유도 실력으로 금메달 유망주였다. 하지만 월등한 실력에 비해 운이 따라 주지 않았다. 중요한 세계대회마다 컨디션 난조로 은메달과 동메달만을 목에 거는 ‘비운의 2인자’였다. 하지만 드디어 실력 이 빛을 발휘 하기 시작했다. 그는 올해 초부터 세계대회의 부동의 1인자로 등극했다. 이런 추세라면 11월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예상해 볼 만 하다. 유도 유망주 김재범에 대해 알아본다.
김천이 고향인 김재범은 1남 2녀의 막내로 부모님의 권유에 김천 서부초등학교 2학년 때 유도에 입문했다. 김천 중앙중학교를 졸업한 뒤 유도명문인 포항 동지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실력이 향상됐다. 용인대를 거쳐 현재는 한국마사회에서 활약 중이다. 용인대 시절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첫 국제대회 우승을 거머쥐었다. 올해 들어서도 국내외 6개 대회에서 81kg급을 석권해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한국유도 유일한 금메달
김재범은 지난 9월 13일 일본 도쿄 요요기 국립체육관에서 막을 내린 2010 세계유도선수권대회 남자 81㎏급에서 최정상에 오르며 한국 선수단의 유일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연장까지 가는 결승전에서 브라질의 레안드로 줄레이루를 안다리걸기로 절반을 따내면서 승리했다. 세계선수권대회 첫 우승의 기쁨을 맛보았다. 김재범이 아니었다면 한국 유도 국가대표선수단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하는 수모를 당할 뻔했다.
레안드로 줄레이루와는 지난해
12월 도쿄 그랜드슬램 준결승전에서 맞붙어 이겨본 적이 있었다. 체력전에 자신이 있었던 김재범은 후반에 승부를 걸었다. 정규 5분 동안 탐색전을 벌인 그는 연장 16초 만에 주특기인 안다리걸기로 줄레이루를 꺾었다.
김재범은 1회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했다. 2회전에서 만난 라슬로 초크녀이(헝가리)는 업어치기 한판으로 승리하고, 3회전에서는 절반으로 에마누엘 루센티(아르헨티나)를 이겨 16강전에 진출했다. 홈 어드밴티지를 등에 업은 일본의 다카마스 마사히로를 상대했던 준결승전이 최대의 고비였다. 마사히로와 접전 끝에 안뒤축걸기 유효 2개를 따내 결승에 올랐다.
잦은 국가대표 탈락 ‘비운의 2인자’
큰 대회를 앞두고 불운이 겹치는 김재범은 ‘비운의 사나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다녔다.
고등학생 시절 세계청소년선수권을 제패하고 성인대회 데뷔 무대였던 2004년 중국오픈에서 금메달을 따며 유도 기대주가 됐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원희(한국마사회)를 누르고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티켓을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유망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세계선수권대회 첫 판에서 탈락을 했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선발전에서도 계속 1위를 달리다 최종 선발전에서 이원희에게 역전을 허용하며 국가대표 타이틀을 놓치기도 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간염증세로 결승전에서 소진된 체력을 부활시키지 못하고 은메달에 머물렀다. 김재범은 심한 훈련으로 베이징에 입성 전, 두 차례 병원 검진을 받은 결과 간수치가 기준 이상으로 높게 나와 극심한 피로를 호소했었다. 독일의 올레 비쇼프와 결승전에서 격돌했으나 체력적 한계를 이기지 못하고 경기 종료 1분 30초를 남긴 상황에서 비쇼프의 안뒤축후리기에 넘어져 유효를 뺏겼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갈비뼈가 부러져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김재범은 8강전에서 왼쪽 갈비뼈가 부러져 준결승전에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그는 진통제를 맞고 3~4위전에 강행했다. 오기와 정신력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팔가로누워꺽기 기술을 들어가며 극적으로 한판승을 거둬 동메달을 따내 각본 없는 스포츠의 감동을 선사했다. 하지만 항상 마지막 벽을 넘지 못했다.
신체성장으로 두 번의 체급변경
2인자 김재범은 ‘한판승 사나이’ 이원희에게 5연승을 거두며 후계자로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2006년 대표선발전에서 패하며 이원희의 벽을 넘지 못했다. 또한 뒤에서 추격해오는 신예 왕기춘(용인대)의 기세에 일격을 당했다. 게다가 키가 177cm에서 179cm까지 커지면서 체중 감량의 한계를 느꼈다. 80kg가량의 김재범은 6~7kg을 매 대회 때마다 줄여야만 했다. 상대적으로 신장이 작아 몸무게가 적은 동급 선수들에 비해 감량에 애를 먹었다. 경쟁자들보다 더 힘들게 몸무게를 줄이는 것은 힘에 부치는 일이다.
2007년 전국체전 8강전 패배 후 김재범은 체급을 올리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81kg급 다른 선수들에 비해 근력이 부족했다. 끝없는 웨이트트레이닝에 더 집중한 뒤 바로 국내 1인자가 됐다. 체급변경 10개월도 채 안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갈비뼈가 부러진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동메달로 만족해야만 했다.
체급을 바꾼 지 3년째인 올해 드디어 때를 만났다. 지난 1월 월드마스터즈(수원)에서 프랑스의 악셀 클레르제에 지도 3개로 절반을 얻어내 우세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를 시작으로 2월 그랑프리(독일), 3월 월드컵(체코), 7월 월드컵(몽골), 9월 세계선수권대회(일본)에서 금메달로 계속 국제대회 1위를 석권했다.
신체성장으로 김재범은 이미 66kg에서 73kg급으로 올린 경험이 있다. 신장이 커졌던 까닭에 용인대 2학년이었던 2004년 체급을 올렸다. 그리고 이원희의 천적으로 급성장했다.
체급조정이 오히려 득이 된 경우다. 김재범은 체급변경에 긍정적이었다. 그는 “체급을 올리면 힘은 다소 부족하지만 잡기 등 기술과 스피드만큼은 앞선다”며 호기를 보이기도 했다.
이경근(한국마사회)감독 또한 “김재범의 스피드와 체력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아래 체급에서 올라와 파워(근력)면에서 모자라다. 때문에 웨이트트레이닝을 집중적으로 시켰다”고 말했다.
타고난 승부사 근성과 닳지 않는 체력
태릉선수촌에서 김재범의 별명은 ‘싸움닭’이다. 승부욕이 강하며 지기 싫어하는 성격으로 연습경기라도 실전처럼 임해 동료들을 절대 봐주는 경우가 없다. 특히 심리전에 강해 상대가 말려들면 헤어나기 힘들어진다. 변칙플레이와 잡기술에 능하다는 평을 얻고 있다.
김재범의 장점은 스피드와 체력뿐만 아니다. 김재범에게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지구력이다. 그는 선수촌의 체력테스트의 지구력 면에서 항상 최상위에 속했다. 지구력이 워낙 강해 시간이 지나도 지치지 않는다. 김재범은 항상 “(축구에서처럼) 골 결정 능력이 약하다면 승부차기로 이기면 된다”고 자신의 유도를 설명했다. 체력이 강해 경기를 오래 끌면 승산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그가 유독 연장전을 피하지 않는 이유가 자신의 지구력을 믿기 때문이다. 연장 승부에서 매번 이기는 것도 승부욕과 지구력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영원한 1위를 위해 쉬지 않는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은메달 이후 지난해까지 별다른 성과가 없었던 김재범에게 올해 국제대회에서의 우승은 광저우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자신감을 심어 넣는 계기가 됐다.
김재범은 지난 6월 국내 유도 최고의 라이벌 송대남(31·남양주시청)을 물리치고 광저우아시아게임 출전 국가대표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는 자신의 주특기인 안다리걸기를 무기로 다시 한 번 금메달을 향한 담금질에 들어간다.
김재범의 목표는 광저우를 이미 넘어서 2012년 런던올림픽까지 향해있다. 그는 “당장 목표는 11월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하나 더 따 목에 거는 것이지만 궁극적으로 올림픽 무대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고 싶다”며 2년 뒤 런던올림픽 출전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김재범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60kg급 금메달리스트 최민호(한국마사회)와 73kg급 왕기춘과 함께 국가대표로 광저우아시안게임에 참여한다.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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