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1:7 대패 예상 속 ‘朴역할론’ 기대
한나라당 1:7 대패 예상 속 ‘朴역할론’ 기대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0-07-13 09:21
  • 승인 2010.07.13 09:21
  • 호수 846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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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7·28 재보선 구원 투수로 나서라” 봇물
지난 7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여의도에서 열린 한선교 대표 최고위원 후보 이동식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했다.

한나라당이 고비때마다 외치는 구호가 있다. 바로 ‘박근혜’ 이름 석자다. 지난 6·2지방선거에서 대패하자 친이측에선 ‘박근혜 책임론’과 동시에 ‘박근혜 대표 추대론’이 동시에 터져나왔다. 7·14 전당대회에 나서는 친이, 친박 당권 주자들 역시 ‘총리기용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MB와 박근혜가 만나야 한다’며 박 전 대표에 대해 공개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왕의 남자’로 불리는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 역시 은평을 재선거에 나서면서 ‘만나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무엇보다 유력한 당권 주자들은 7·14 전당대회 이후 곧 바로 돌입하는 7·28 재보선에서 완패가 예상돼 박 전 대표가 선거 지원에 나서길 공개적으로 요구할 기세다.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복잡하다. 친박 핵심 인사들은 박 전 대표 역할론을 요구하는 배경에 정치적 이해관계와 결부돼 있다는 점에서 ‘진정성’에 의구심을 표출하고 있다. 당장 당 대표를 두고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안상수, 홍준표 두 후보는 당내 친박 대의원들의 표심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또한 당 대표가 되자마자 8곳에서 치러지는 미니 총선에서 패배가 예상되는 만큼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는 박 전 대표의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사무처 한 직원은 “지난 주 사무처에서 재보선이 치러지는 8곳에 대한 민심 파악 차원에서 현장에 파견나갔다”며 “8곳 중 한나라당이 이길 수 있는 곳은 강원도 철원·화천·양구·인제 지역구 정도였다”고 7:1 완패할 것으로 전망했다. 민주당 역시 같은 스코어를 예상하고 있어 후보자의 인물됨과 상관없이 ‘MB 정권 심판 바람’으로 야권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안상수, 홍준표 당간판 돼도 ‘박근혜’ 러브콜

무엇보다 7·14 전당대회 이후 곧바로 치러진다는 점에서 당 지도부 구성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재보선 선거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현재 당 대표 자리를 두고 친이 안상수 후보와 홍준표 후보가 경합을 벌이고 있다. 지난주 대의원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 캠프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최소 5%p미만에서 10%p까지 안 후보가 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투표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홍 후보가 안 후보를 이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보선에 나서는 한나라당 후보로서는 안 후보가 당선될 경우 ‘부담스럽다’는 표정이다. 현재 재보선이 치러지는 8곳은 충청 2곳, 강원 3곳, 서울, 인천 각 1곳, 전남 광주 1곳이다. 특히 절반이 넘는 충청·강원 지역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나타났듯 ‘反여 정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안 후보는 공교롭게도 정부청사가 있는 과천이 지역구로 이미 부결된 세종시 수정안에 찬성파였다. 안 후보가 대표가 돼도 충청 방문이 쉽지 않은 배경이다.

한나라당 텃밭인 강원도 역시 민주당 후보인 이광재 후보가 당선됐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직무가 정지돼 대법원 판결만 남은 이 당선자는 ‘당선 무효형’이 확정될 공산이 높아 강원도는 오는 10월에 재차 도지사 재보선을 치러야 할 판이다. 그렇다고 홍준표 후보가 당 간판이 된다고 해도 안 후보와 별반 차이가 없다. 안 후보에 비해 대중성은 있지만 경북 출신인 홍 후보가 충청과 강원도에 나서 선거에 영향을 주기는 힘들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예측이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표가 직접 나선다면 재보선 결과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친이, 친박측의 전망이다. 충청권의 경우 ‘세종시 원안+알파’를 주장해 이명박 정권에 맞서 승리한 상황이다. 4년만에 본회의장 반대토론까지 나서면서 박 전 대표에 대한 충청권 민심은 우호적일 수밖에 없다. 강원도 역시 박 전 대표에 대한 호감도와 지지율이 높은 지역이다. 지난 2007년 박근혜 캠프에서 특보생활을 했던 한 인사는 “박 전 대표가 세종시를 두고 MB에 승리한 게 아니냐”며 “박 전 대표가 재보선에 나서면 충청권 두 지역은 인물이 좋아서 당선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그는 “6·2 지방선거때 아무것도 안하고 이번 재보선에서도 손놓고 있는 다면 박 대표에도 패배에 대한 절반의 책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실례로 충남 천안을을 들었다. 이 지역구는 한나라당 후보로 김호연 전 빙그레 회장이 나섰다. 한화 김승연 회장의 동생이자 백범 김구 손녀 사위로 알려진 인물이다. 반면 민주당 후보는 보좌관 출신에 충남도당 대변인인 박완주 후보가 공천됐다. 인물면에서 박 후보가 미약하지만 중앙당 지원 상황은 월등하다.


충청도 한나라당 후보, ‘인물은 좋은데…’

지난 사무실 개소식에는 안희정 충남도지사, 김근태 상임고문, 손학규 전 지사가 참석해 성황리에 마쳤다. 이 인사는 “윤진식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나서는 충북 충주 재보선 역시 민주당 후보는 결정되지도 않았고 후보군도 약하다”며 “충주는 지역 위치상 세종시에 다소 자유롭고 지난 총선에서도 충북 지역구 중 가장 근소하게 한나라당 후보가 낙방한 지역으로 박 대표가 나선다면 2곳은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 전 대표가 대권가도 측면에서 충청도는 캐스팅보트를 쥔 지역으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를 잘 아는 박 전 대표가 ‘세종시 원안 플러스 알파’를 주장한 배경이다. 하지만 이번 6·2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참패했다. 박 전 대표가 나섰더라도 힘든 선거판이었다. 하지만 ‘세종시 원안’이라는 전리품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박 전 대표는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는 평이다. 여기에 친이 안상수 후보나 홍 후보 모두 박 전 대표에 ‘재보선 역할론’을 요구할 공산이 높다. 박 전 대표가 전대직후 벌어지는 7·28 재보선에서 어떤 행보를 취할지 주목되고 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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