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은 지난 3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훈련을 끝낸 뒤 "내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감독과 맞지 않다"며 이적에 대해 언급했다.
스코틀랜드에 입성한지 1년도 채 안된 상황에서 그것도 선수 본인의 입에서 터져 나온 말이다.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기성용 입장에서는 당연히 고려할 수 있는 부분이다.
유학파 출신인 기성용은 그 어떤 선수보다 유럽에서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2006년 FC서울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기성용은 4시즌도 지나지 않아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자리 잡았다. 2009시즌에는 도움만 10개를 기록하며 이청용(22. 볼턴)과 함께 서울의 공격을 이끌었다.
해외 진출 이야기가 나온 시점도 이 때였다.
영국 스포츠전문매체 스카이스포츠는 기성용에 대해 '정상으로 가고 있는 중(On his way to the top)'이라는 표현과 함께 향후 2000만 파운드(392억원)의 몸값을 받을 수 있는 선수라는 후한 평가를 매겼다.
여러 구단들의 오퍼를 받은 기성용은 스코틀랜드 명문팀 셀틱을 선택했다. 끈질길 정도로 기성용의 영입을 희망한 셀틱은 창단 후 처음으로 외국인 선수의 나라에서 입단식을 열 정도로 큰 기대를 걸었다.
데뷔전은 만점짜리였다. 지난 1월 폴커크FC와의 홈경기에서 스코틀랜드리그 첫 경기를 치른 기성용은 날카로운 프리킥을 선보이며 경기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발목 부상으로 잠시 휴식기를 갖기도 했지만 재활 후 곧바로 투입되면서 확고히 자리를 잡은 듯 했다.
기성용의 발목을 잡은 것은 예상치 못한 감독의 교체였다. 기성용을 영입한 토니 모브레이 감독은 지난 3월 성적 부진을 이유로 전격 경질됐다. 이 후 부임한 닐 레논 감독은 기성용을 기용하지 않았다.
두 달 여간 벤치만 지켰지만 2010남아공월드컵을 통해 화려하게 부활한 기성용은 올 시즌에도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닐 레논 감독은 트라브존스포르의 영입 제안을 거절하면서도 기성용을 출전시키지 않고 있다.
해외 진출을 앞두고 '단짝' 이청용에 비해 오히려 성공 가능성이 높은 선수로 평가받았지만 이제는 미래를 위한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할 상황에 놓인 것이다.
올 여름 이적시한이 끝나 당장 팀을 옮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기성용은 "겨울 이적시장에서는 팀을 옮길 생각도 하고 있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새로운 팀을 찾기 위해서는 다가올 겨울 이적시장까지 자신의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만일 여전히 벤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오는 11월 열리는 광저우아시안게임을 통해 진가를 입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권혁진 기자 hjk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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