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9월 당 대표자회 통해 핵심 직책 선출” 김정은 등장하나?

대북 기류가 심상치 않다. 북한이 후계구도를 본격화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최근 원세훈 국정원장의 김정일 건강 발언에 이어 북한 기관지인 노동신문에 ‘당 중앙’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북한이 오는 9월 노동당 대표자회의를 열기로 한 것과 관련해서다.‘당 중앙’이라는 표현은 지난 1974년 2월 노동신문 사설을 통해 처음 나왔다. 김정일이 후계자로 내정된 직후다. 대북전문가들은 대체로 ‘당 중앙’이 후계자 김정은을 지칭한다는 의견을 내며 북한을 주시하고 있다.
북한이 오는 9월 노동당 대표자회를 열기로 함에 따라 이번 대표자회를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에 대한 후계구도가 공식화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의 당 대표자회는 지금까지 두 차례 밖에 열리지 않았다. 1958년과 1966년에 각각 1, 2차 당 대표자회가 열렸고, 오는 9월에 열리면 세 번째다.
1958년 3월 3일부터 6일까지 열린 1차 당 대표자회에서는 ‘인민경제5개년계획’ 및 ‘당의 통일과 단결을 더욱 강화하는 문제’, ‘당조직문제’ 등이 의제로 논의됐다.
이어 1966년 10월 5일부터 12일까지 8일간 열린 2차 당대표자회는 ‘현 정세와 당의 과업’, ‘사회주의 경제건설을 위한 당면 과업’, ‘월남문제에 대한 성명 채택’, ‘조직문제’ 등이 의제였다.
대신에 당과 관련한 당면 의제들은 주로 당 대회에서 논의됐다. 당 대회는 1946년과 1948년, 1956년, 1961년, 1970년, 1980년 등 총 6차례에 걸쳐 개최됐으며, ‘당 규약 수정’, ‘당 중앙지도기관 선거’, ‘당중앙위·당중앙검사위사업 총화보고’ 등이 의제로 다뤄졌다.
특히 가장 마지막인 1980년에 열린 6차 당 대회가 가장 주목되는 부분이다. 당시 회의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지위를 공식화하는 중앙지도기관 선거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당 대표자회 공고 결정문에서 ‘당 최고지도기관 선거’를 의제로 제시함에 따라 김정은 후계구도를 공식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 “9월에 김정은 나온다”
이와 관련,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의 정성장 박사는 “북한이 올해 9월에 당 대표자회를 소집하기로 했으므로 그 때 김정은이 과거 김정일이 1980년 당 대회 때 선출된 당의 핵심 직책 즉, 당 중앙위원회 비서,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 당 중앙군사위원에 선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9월의 당 대표자회에서는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후보위원이 위원으로 승진하고, 위원과 후보위원 그리고 당 중앙위원회 비서들과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들이 대폭 충원되는 등 김정은이 당을 중심으로 국가와 군대, 전 사회를 통제하는데 필요한 인적 확충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박사는 또 “만약 올해 상반기에 북미 및 남북 관계가 개선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됐다면 북한이 하반기에 당 대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할 수도 있었겠지만, 천안함 사태 이후 대외관계가 오히려 악화되면서 당 대표자회를 소집하기로 결정하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북한의 권력승계 공식화 여부는 최근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이 ‘당 중앙’이라는 표현을 하며 궁금증이 더욱 증폭됐다.
노동신문은 지난 6월 30일자 사설을 통해 “위대한 김정일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당중앙위원회를 목숨으로 사수하며 당 중앙의 두리(주위)에 단결하고 단결하고 또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중앙’ 나온 뒤 김정일 후계구도
‘당 중앙’이라는 표현은 1974년 2월 김 위원장이 김일성의 후계자로 내정된 직후 그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사용됐다. 당시 노동신문 사설은 “당 중앙이 제시한 방침들과 조치들은 우리나라 혁명발전과 사회주의 건설역사에서 일대 혁명적 전환을 일으킬 전투적 기치로 된다”고 주장했다.
이후 김 위원장은 1980년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임명되며 후계구도를 공식화 했다. 1974년 이후 북한에는 ‘당 중앙’, ‘친애하는 지도자’ 등과 같은 찬양을 유도하는 호칭이 쓰이기 시작했다.
이번 노동신문 사설에 나온 ‘당 중앙’ 표현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1974년 이후 44년 만에 이 말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사설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은 당대표자회를 9월 상순에 소집할 데 대한 결정서를 발표했다”며 “이번 당대표자회는 당의 영도밑에 혁명을 전진시키고 강성대국건설위업을 빛나게 완성하는데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사설은 일부 대북전문가들이 김정은이 올해 당대표자회에서 당의 핵심 직책에 선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이유다.
김정은의 권력승계 가능성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문제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원세훈 국정원장은 지난 6월 24일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김 위원장의 건강에 대한 우려로 북한이 김정은의 권력 승계를 서두르고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김 위원장의 측근들은 그의 수명이 길어야 5~10년 안팎이라고 내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북한의 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활동내용을 알리는 보도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당 중앙위 사수’라는 구호가 14년만에 다시 등장했으며, 이 구호는 지난 4월 이후 확인된 것만 10여 차례 이상이다. 이는 김 위원장의 ‘건강 적신호’에 따라 ‘김정은 후계구도 이양’ 절차를 밟겠다는 북한의 속내가 드러난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bukethead@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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