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그라운드 떠나는 야구 스타 양준혁·구대성·김재현

90년도 프로야구 그라운드를 주름답던 세 명의 선수들이 올해를 마지막으로 경기장을 떠난다. 삼성의 양준혁, 한화의 구대성, SK의 김재현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90년도에 프로야구에 입문, 뛰어난 재량을 과시해 야구팬들의 사랑을 독차지 했다. 하지만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처럼 예전의 화려했던 기량을 뒤로하고 후배 선수들에게 자신의 자리를 넘겨주며 올해 그라운드를 떠난다. 이에 그들의 화려했던 과거를 재조명 해보며 은퇴 후 계획을 알아본다.
다사다난한 격동의 90년대에 야구팬들을 울고 웃게 했던 선수들이 하나 둘씩 은퇴를 선언, 이들의 화려했던 전성기와 함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그리고 2009년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에 2위를 달성 시킨 이 기쁨의 영광 뒤에는 90년도 스타 선수들의 노력과 땀이 밑거름 되어 세대 교체된 선수들에게 영양분을 준 덕이다.
삼성의 영원한 10번, 양준혁
지난 7월 24일에 열린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끝난 뒤 삼성 라이온즈의 양준혁(41세)선수가 은퇴선언을 했다. 양준혁은 통산 2131경기를 뛰며 홈런 351개를 그만의 특유의 시원한 ‘만세타법’으로 날려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오는 9월 19일 대구에서 치러지는 삼성 라이온즈의 정규 시즌 마지막 홈경기에서 양준혁은 화려한 은퇴식을 갖는다. 구단은 해당일 경기 입장료 수익금을 양 선수에게 전달 후, 특정 단체 혹은 시설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정규 시즌이 끝나면 삼성은 포스트시즌 준결승전에서 3,4위의 승자와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구단은 양준혁 선수를 포스트시즌에도 타자로 기용할 예정이며 그의 등번호(10번)를 영구 결번 시킬 계획이다.
포스트시즌 후에는 구단과 협의해 코치로서 지도자 인생을 밟으러 해외 연수를 떠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전에도 “야구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자주 말해 향후 그의 지도자로서의 변신에 관심이 모아진다.
또한 양준혁은 시즌이 끝난 뒤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의 “예능 끼를 펼쳐 보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2년 전 ‘무릎팍 도사’에 게스트로 출연해 경상도 사투리의 구수한 입담을 선보인바 있다.
일본킬러 ‘대성불패’ 구대성
한화 이글스의 구대성(41세) 투수 또한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18년 동안 동거 동락했던 마운드를 떠난다. 다음달 2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를 마지막으로 은퇴를 할 예정이다.
1993년 한화의 전신인 빙그레 이글스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한 그는 한국 야구선수로는 드물게 미국 메이저리그(뉴욕 메츠)와 일본 퍼시픽리그(오릭스 버팔로스)에도 진출했다.
특히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일본을 꺽고 첫 올림픽 동메달 획득을 주도했다. 구대성이 3,4위전에서 일본 에이스 마쓰자카 다이스케와 맞대결 끝에 155개의 공을 던지며 9이닝 완투승을 따낸 장면은 최고의 명승부 중 하나로 남아있다.
그는 은퇴식을 가진 후 “가족들이 거주하는 호주로 떠나 새로운 인생을 개척할 것이다”고 말해, 은퇴 후 긴 휴식기에 들어갈 전망이다. 한편, 한화는 구대성이 코치연수 등 지도자로 변신을 원한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캐넌히터’ 김재현, 200홈런이 눈앞에
SK 와이번스의 김재현(35세)은 이미 작년 시즌이 끝날 무렵 “2010년 시즌 경기를 마지막으로 그라운드를 떠나겠다”고 말했다. 그는 1994년 LG 트윈스에서 데뷔한 이후 꽃미남 외모와 신인 최초 ‘20(홈런)-20(도루)’의 실력으로 호쾌한 타격과 빠른 발을 선보여 ‘캐넌히터’라는 별명을 얻으며 팬들의 인기를 한 몸에 사로잡았다.
LG에서 10시즌을 뛰며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던 그는 2005년 FA(자유계약선수)자격을 얻자 SK 와이번스로 이적했다. 2007년 LG시절 사수 김성근 감독이 SK에 부임한 후 2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만끽했다.
현재 김재현은 198개 홈런 기록을 가지고 있다. 홈런 2개를 더 보태면 한국프로야구 역대 15번째 ‘200홈런’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이에 야구팬들은 그가 이번 시즌을 마치기전 2개 홈런을 통쾌하게 더 날려줄 것을 기대한다.
은퇴 후 계획에 대해 김재현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도 “일단 야구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다. 미국에 가서 지도자 수업을 받던 스포츠 마케팅을 공부를 할 것 같다”며 야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음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지도자로 그라운드에 돌아오다
은퇴한 스포츠 스타들 대부분 지도자의 길을 걷는다.
해외에서 전문적인 지도자 수업을 받고 지도자로 변신 ‘제2의 전성기’를 구가 하기도 한다.
스타감독들의 과거를 살펴보면 대부분 전직 선수출신이다. 최근까지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던 대표적인 스포츠 스타출신 감독은 선동렬감독(삼성 라이온즈), 한대화감독(한화 이글스) 등 이다.
전설의 ‘국보급 투수’로 불리는 선동렬 감독은 2000년 일본 센트럴 리그 소속의 주니치 드래곤즈의 투수를 마지막으로 은퇴했다. 3년 후 삼성 라이온즈의 투수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 이듬해 삼성 감독으로 부임한 후 꾸준히 좋은 성적을 보여 주고 있다.
‘영원한 승부사’ 한대화 감독은 1997년 은퇴 후 프로출신 1호 대학 감독으로 동국대에 부임해 지도자의 길에 들어섰다. 박한이(삼성) 등 좋은 선수를 배출한 한 감독은 2004년 선동렬 감독의 요청에 응해 삼성 코치로 자리를 옮겼다. 올해 한화 이글스의 감독으로 부임했다.
사업 성공으로 제2의 삶을 산다
은퇴 후 제 2의 삶을 사는 선수들도 많다.
대부분 프로선수들이 30대 중후반에 은퇴를 한다. 모든 은퇴 선수들이 지도자 과정을 거쳐 감독, 코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지도자로 가는 길은 바늘귀에 낙타가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은퇴 선수들이 사업 등으로 새 삶을 시작한다.
배대웅, 최해식, 허준 등은 요식업에 진출해 성공을 했다. 스포츠 스타라는 점을 활용한 마케팅에 성공한 것이다.
배대웅(삼성 라이온스)은 대구에서 대규모 갈비집을 운영하고 있다. 허준(한화 이글스)도 부산에서 대규모 결혼 전문 뷔페 사업을 하고 있다. 전체 직원이 200명에 달할 정도의 사업 규모를 자랑한다.
또한 1996년 해태 타이거즈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을 당시 포수마스크를 쓴 최해식(43세)도 8년전 은퇴한 뒤 중국요리전문점을 열어 성공했다. 연매출 12억 원을 벌어들이고 있다. 최해식은 1990년부터 2002년, 12년 동안 해태 타이거즈의 포수로 선수생활을 하면서 받은 퇴직금 3천만 원으로 중국요리점을 시작, 현재 15개 가맹점을 가지고 있다.
스포츠 스타에서 방송인으로 변신한 케이스도 많다. 강호동 등이 맹활약을 하고 있지만 야구인으로는 강병규가 대표적이다. 강 씨는 현재 상습도박, 폭행 사건에 연루되어 활동을 중단했다.
화려한 성공 이면에는 실패도 있다. 옛 해태타이거즈의 강타자 이호성은 2008년 모녀 4명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자살했다. 모녀의 전세금 1억7천만 원이 목적이었다. 은퇴 후 연이은 사업 실패로 궁핍한 삶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CEO로 성공한 최해식 선수는 사업을 꿈꾸는 후배선수들에게 다음과 같이 고언한다.
그는 “실패하면 안 된다는 절박함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나는 잠자는 몇시간을 빼고 하루 17시간을 요리 만드는 일에 매달렸다”면서 “9회말 2아웃까지도 항상 역전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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