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세종시 표결 명단 19대 공천 ‘살생부’로 활용되나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지난 9개월 여 동안 세종시 수정안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이 끝나고 폐기처분 된 것이다. 부임하자마자 세종시 수정론을 펴며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던 정운찬 국무총리도 사퇴의사를 밝혔다. 당초 세종시 수정안은 본회의 표결 전부터 결과는 쉽게 점쳐졌다. 한나라당 주류 진영은 뻔한 결과가 예측되는 상황에서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국회 본회의 부의요구서’를 의원 65명의 서명을 받아 국회에 제출했다. 결과적으로 친이-친박의 모호한 계파 경계를 공개적으로 명문화 시킨 ‘성과’를 거뒀다. 본회의 투표 명단은 추후 19대 총선 공천에서 줄세우기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본회의 부결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 6·2 지방선거 이후 민의를 수렴하겠다는 한나라당의 의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세종시 수정안에 105명은 찬성표를, 164명은 반대표를 던졌다. 기권은 6명이었고 16명은 불참으로 처리됐다. 이중 한나라당 의원은 찬성 103명, 반대 50명, 기권 5명, 불참 의원은 11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표결 결과를 보면 기존 친이-친박 간 계파구도를 그대로 답습했고, 민의를 반영 했다기 보다는 계파 성향에 따라 투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신 투표도 나왔다
소규모 변동도 있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내며 친박계로 분류되는 진영 의원(서울 용산)이 찬성표를 던졌다. 진 의원은 투표 이후 “소신대로 투표했다”고 밝혔다. 친이계로 통하는 조전혁 의원(인천 남동을)은 기권표를 던졌다. 진 의원과 마찬가지로 평소 소신이 투표에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조 의원은 본회의가 끝난 뒤 “나는 세종시 문제에 대해선 친이 친박도 아니고 친노이다”라며 “행정부처뿐 아니라 청와대와 국회도 (세종시로)이전해서 미국의 워싱턴-뉴욕 모델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다”고 밝혔다. 친이계 핵심인 안경률 의원(부산 해운대기장을)은 불참표로 처리됐다. 하지만 이는 전화 통화를 위해 잠시 회의장을 빠져나간 사이 수정안 투표가 끝나 찬성표를 던지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친이로 분류되는 권영진(서울 노원을), 배영식(대구 중남), 중립성향의 김성식(서울 관악갑), 황영철(강원 홍천횡성) 의원 등은 반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정치권은 이들이 이번 투표로 인해 친박계로 계파 이탈을 한 것이 아니라 민의가 표심에 반영된 것이라 보고 있다. 이처럼 이번 세종시 수정안 본회의 표결은 일부 초선 의원들이 계파 성향과 반대되는 소신 투표를 한 것을 제외하면 지방선거 민심이 반영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지방선거 이후 “민의를 겸허히 수용하겠다”던 한나라당에 대한 쇄신에 대한 기대감이 현저히 떨어지게 됐다. 여론의 뭇매도 예상된다. 당장 민주당 등 야당의 총 공세에 직면했다. ‘세종시 총리’로 불렸던 정운찬 국무총리도 지난 6월 30일 “국회의 결정을 존중한다. 수정안을 관철시키지 못한 데 대해 책임지겠다”며 사실상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정 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국회의 세종시 법안 처리와 관련하여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정치권 “표결명단 공천에 영향줄 것”
정 총리는 세종시 수정안이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 처리된 데 대해 “국회 표결이 끝난 지금, 이제는 국무총리로서 이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안타깝지만,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며 국회의 결정에 따라 행정중심복합도시법의 취지대로 세종시를 좋은 도시로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 총리는 “나는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책임질 일이 있으면 반드시 책임을 진다”며 “세종시 수정안을 관철시키지 못한 데 대해서도 이번 안을 설계했던 책임자로서 전적으로 책임지겠다”고 사실상 사임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정 총리의 거취는 이 대통령이 현재 외국을 순방하고 있는 관계로 이 대통령 귀국 이후 있을 면담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정 총리의 이 같은 입장 표명으로 인해 한나라당 내 친박계 의원들의 결집력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당 내 친이-친박 간 세력 분류도 명확해 졌다. 이는 그동안 모호함이 존재했던 계파 간 분류를 이번 세종시 수정안 국회 본회의 표결 명단을 통해 알기 쉽고 명확해 졌다는 ‘성과’를 남겼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성과가 추후 한나라당의 19대 총선 공천 작업에 일정부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실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 국토해양위에서 부결 될 당시만 해도 본회의 재부의는 의미가 없었다. 국토위 표결에서 반대표가 28명으로, 12명의 찬성표를 압도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친이계를 주축으로 본회의 부의를 강행했다. 현재의 당-청의 관계, 그리고 당 내 주류-비주류의 세력 지형이 2012년 총선까지 이어질 경우를 염두해 둔 공천 고지 선점의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표결을 통해 계파에 대한 충성심을 재확인 한 것이다. 여의도 정가에선 세종시 표결 명단은 19대 총선 공천 대상 심사 리스트의 우선순위를 가르는 ‘줄 세우기’로 활용될 것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세종시 수정안 국회 본회의 표결 명단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은 지난 6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275명 가운데 찬성 105표, 반대 164표, 기권 6표로 부결됐다. 다음은 당과 성향별 표결명단이다.
●찬성(105명)
◇ 한나라당 친이명박계 85명
▲ 강길부 강명순 강석호 강성천 강용석 고승덕 고흥길 공성진 권경석 권성동 권택기 김광림 김금래 김기현 김동성 김성회 김소남 김영우 김용태 김재경 김정권 김정훈 김형오 김효재 나성린 박상은 박희태 박순자 박영아 박준선 박 진 배은희 손숙미 신상진 신성범 신영수 신지호 심재철 안상수 안형환 안효대 여상규 원유철 원희목 유정현 윤석용 윤 영 이군현 이두아 이명규 이범래 이병석 이사철 이상득 이애주 이윤성 이은재 이정선 이춘식 이화수 임동규 임태희 임해규 장광근 장제원 전여옥 전재희 정두언 정미경 정양석 정옥임 정태근 조문환 조진래 조진형 조해진 주광덕 주호영 진수희 차명진 최병국 허 천 현경병 홍일표 홍준표
◇ 한나라당 중립 성향 17명
▲ 김무성 김장수 김학용 나경원 박보환 원희룡 유일호 이범관 이종구 이주영 이철우 장윤석 정진섭 조윤선 최구식 홍정욱 황우여
한나라당 친박근혜계 1명 ▲ 진 영
◇ 무소속 2명 ▲ 이인제 최연희
●반대(164명)>B
◇ 한나라당 친박근혜계 42명
▲ 구상찬 김선동 김성수 김영선 김옥이 김충환 김태원 김태환 김학송 박근혜 박대해 박종근 서병수 서상기 성윤환 손범규 송광호 안홍준 유기준 유승민 유재중 유정복 윤상현 이성헌 이인기 이정현 이종혁 이진복 이학재 이한구 이해봉 이혜훈 정갑윤 정해걸 정희수 조원진 주성영 한선교 허원제 허태열 현기환 홍사덕
◇ 한나라당 중립성향 8명
▲ 권영세 권영진 김성식 김성조 남경필 배영식 정진석 황영철
◇ 민주당 82명
▲ 강기정 강봉균 강성종 강창일 김동철 김부겸 김상희 김성곤 김성순 김영록 김영진 김영환 김우남 김유정 김재균 김재윤 김진애 김진표 김춘진 김충조 김효석 김희철 노영민 문학진 문희상 박기춘 박병석 박상천 박선숙 박영선 박은수 박주선 박지원 백원우 백재현 변재일 서갑원 서종표 송민순 신 건 신학용 안규백 안민석 양승조 오제세 우윤근 우제창 원혜영 유선호 이강래 이낙연 이미경 이석현 이성남 이용섭 이윤석 이찬열 이춘석 장세환 전병헌 전현희 전혜숙 정동영 정범구 정세균 정장선 조경태 조배숙 조영택 조정식 주승용 천정배 최규성 최규식 최문순 최영희 최인기 최재성 최철국 추미애 홍영표 홍재형
◇ 자유선진당 15명
▲ 권선택 김낙성 김용구 김창수 류근찬 박선영 변웅전 이명수 이상민 이용희 이재선 이진삼 이회창 임영호 조순형
◇ 미래희망연대 7명
▲ 김을동 김 정 김혜성 노철래 윤상일 정영희 정하균
◇ 민주노동당 5명
▲ 강기갑 곽정숙 권영길 이정희 홍희덕
◇ 창조한국당 1명 ▲ 유원일
◇ 진보신당 1명 ▲ 조승수
◇ 국민중심연합 1명 ▲ 심대평
◇ 무소속 2명
▲ 송훈석 정수성
기권(6명)
▲ 김세연 박민식 유성엽 정의화 조전혁 황진하
불참(16명)
▲ 강승규 김성태 백성운 송영선 신낙균 안경률 이경재 이영애 이용경 이종걸 이한성 임두성 정몽준 정병국 진성호 최경환
전성무 기자 bukethead@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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