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 강경파, “박근혜와 경선할 일 없다?”
친이 강경파, “박근혜와 경선할 일 없다?”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0-07-06 09:18
  • 승인 2010.07.06 09:18
  • 호수 845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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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계파 정치 최고조,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29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국회 본회의에서 세종시 수정안 반대토론을 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본회의 발언은 지난 교섭단체 대표연설 이후 5년 만이다.

청와대가 세종시 수정안을 자진철회하지 않고 국회로 공을 넘긴 결과가 나타났다. 지난 6월 2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벌어진 세종시 수정안 표 대결 결과 찬성 105명, 반대 164명으로 압도적으로 부결됐다. 하지만 한나라당 수정안 찬성 명단을 보면 친이명박계 85명, 중립 17명, 무소속 2명이, 친박에서 친이로 선회한 진영 의원이 포함됐다. 특히 박근혜 전 대표 비서실장을 지낸 바 있는 진 의원의 수정안 찬성은 친박 진영에서 내심 놀라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반대표를 던진 한나라당 친박 성향의 의원은 모두 42명으로 중립성향 8명을 합칠 경우 50명으로 나타났다. 중립 성향의 한 인사는 “세종시 수정안에 찬성을 보인 인사들을 모두 친이명박계로 볼 수는 없다”며 “하지만 반대한 인사들은 이번에 확실하게 친박 인사로 봐도 무관하지 않느냐”고 해석했다. 특히 친이 인사에서 중립으로 다시 친박 인사로 분류된 인사로는 권영세, 권영진, 김성식, 남경필 의원 등이 꼽히고 있다.

친이 친박 성향표로 인식되고 있는 이번 세종시 수정안 표결로 인해 7·14 전당대회와 겹쳐 당 일각에선 19대 총선 공천 과정에 살생부로 활용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섞인 시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2년 임기인 이번 당 대표는 1위로 당 대표가 될 경우 2012년 19대 공천을 좌지우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 일각에선 한나라당이 전당대회를 맞이해 당이 분당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섞인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3선 권영세 의원이 여당내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탈당문제를 처음으로 공식제기했기 때문이다. 중립성향에서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면서 친박 성향을 밝힌 권 의원은 지난 6월 28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 대통령의) 탈당이 화합을 도울 수 있는 경우가 있다면, 저는 그런 경우가 있으리라 생각을 안합니다만, 그런 수를 써서라도 분당을 막아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권 의원은 “계파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에 분당 가능성을 완전히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분당이 되면) 한나라당을 떠나 보수 전체가 공멸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급기야 친이 진영의 한 인사 역시 “어차피 1당은 이명박당, 2당은 민주당, 3당은 박근혜당으로 분화된 게 아니냐”며 “105명을 중심으로 MB 정권 후반기를 끌어가나 169명과 함께 가나 마찬가지”라며 냉소적인 반응마저 나왔다. 오히려 이 인사는 “박 전 대표가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며 5년만에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설을 했는데 이 모습은 계파 정치의 전형으로 국민들이 이해할 것”이라며 “박 대표가 여당내 야당으로 역할을 하면서 정권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다면 제2의 이회창이 될 것”이라고 배후정치를 비판했다.

한나라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해 당이 흔들리고 세종시 수정안 처리로 계파간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 전당대회 개최에 곧 바로 있을 7·28재보선까지, 정치 일정을 거칠수록 ‘분당’에 대한 위기 의식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YS, DJ, 노무현 정부 등 역대 정권에서 보여지듯 당내‘대통령 탈당 요구’에 이어 ‘분당 사태’가 벌어졌다는 점을 들어 MB정권 역시 역대 정권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친이 인사는 “MB 신당, 박근혜당으로 한나라당이 분당될 경우 박근혜와 친이 후보간 경선할 일이 없는 게 아니냐”며 “어차피 3자구도로 가면 박 전 대표의 대선 승리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성 발언까지 서슴치 않았다.

하지만 친박 의원실의 관계자는 “역대 분당과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역대 정권은 임기 중반에 총선이 있었지만 MB정권은 권력누수가 한창인 임기말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친이 몇 몇 순장파를 제외한 누가 MB 신당으로 가겠느냐”고 분당 가능성을 일축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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