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특수! 그 현장을 가다
월드컵 특수! 그 현장을 가다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0-06-22 12:49
  • 승인 2010.06.22 12:49
  • 호수 843
  • 5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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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상·배달 알바생 ‘웃고’, 일부 식당가는 ‘울고’
[사진 : 맹철영 기자] photo@dailypot.co.kr

월드컵 본선이 시작되면서 거리는 물론 시장경제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2002년과 2006년의 월드컵 열광의 순간들을 올해에도 재현하는 모습이다. 특히 서울광장과 새로운 메카로 떠오른 강남 일대 붉은 악마들의 함성은 대단하다. 이들과 함께 응원을 하며 돈을 버는 월드컵 관련 아르바이트도 성황을 이루고 있다. 주변 행상들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호텔들도 예약 특수를 누리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반면 일부 식당가는 한산한 손님들로 인해 울상을 짓기도 한다. [일요서울]이 월드컵 응원 현장을 찾아가봤다.

“2002년과 2006년 월드컵 때 느꼈던 쾌감을 2010월드컵 거리응원에서 돈을 벌며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 좋아요” 지난 6월 17일 아르헨티나와의 예선 2차전에 앞서 길거리 응원 진행도우미로 일한 이종혁(27)씨의 말이다.

그는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친구들과 함께 진행도우미로 일했다. 이날은 2002년의 영광을 다시 한 번 느끼기 위해 뭉친 붉은 악마들로 인해 시청 앞 광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 씨의 임무는 붉은 악마들이 안전선을 넘어오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일과 응원단의 질서유지, 행사 뒷정리였다.

이 씨는 일하는 동안 붉은 악마들과 어울려 전광판을 통해 경기를 볼 수 있었다. 이날 이 씨가 아르바이트 비용으로 받은 돈은 4만원. 이씨는 “신나게 응원하며 아르바이트를 해서 힘이 들지 않았다”며 “본선 때도 길거리 응원 진행도우미로 활동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음료수 판매원·호텔업계도 웃음 꽃

뿐만 아니다. 함박웃음을 짓는 알바생은 또 있다. 각 지역마다 월드컵 기간에만 반짝으로 알바생들을 추가 고용한 치킨집과 피자집 알바생들이다. 물량이 동이 나는 등 월드컵 특수를 톡톡히 보고 있다.

특히 대규모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치킨 집과 피자집은 경기가 열리기 2시간여 전인 오후 6시부터 배달 주문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경기 시작 전부터 아파트 등 집에서 모여 TV로 월드컵 경기를 응원하려는 시민들이 허기를 달래기 위해 각종 배달음식을 주문하면서 전화가 불이 날 정도다.

급기야 경기 1시간 전 일부 치킨 집과 피자집은 물량이 떨어져 배달 주문을 받지 않았다. 일부 지역에서는 경기가 종료된 후 음식이 배달되는 상황까지 벌어져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실제로도 취재진이 서울 중구에서 치킨 집을 운영하는 A업체에 주문을 하자 “월드컵 응원을 대비해 평소 물량보다 두 배 이상 준비했으나 주문전화가 폭주해 배달이 한 시간 이후에나 가능하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1시간30분 이상이 소요된 곳도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또 대규모 응원전이 열린 서울시청광장과 강남 일대는 수 만여 명의 응원인파가 몰려들면서 근처 야식전문점의 음식이 대부분 동이 났으며 경기장 일대 도로도 대형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응원장 중간 중간에 설치된 판매대에서 음료수를 파는 일도 있다. 판매대를 벗어날 수 없어 경기를 직접 보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열띤 현장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또한, 호텔업계도 월드컵 특수를 만끽하고 있다.

지난 15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한국 대 그리스전이 열린 지난 12일 서울광장과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인근 호텔은 편하게 월드컵을 즐기려는 관람객으로 객실 예약이 거의 만원을 이뤘다.

호텔업계를 더 기분 좋게 하는 건 그리스전 승리 이후 한국이 조별예선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할 것을 예상해 16강 경기가 열리는 26일까지 객실 예약 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호텔업계는 월드컵 관련 이벤트와 마케팅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12일 서울시내 특급 호텔 중 가장 많은 객실을 보유한 중구 소공동 롯데 호텔의 객실점유율은 95.5%를 기록했다. 서울광장 옆 웨스틴조선 호텔과 프레지던트 호텔은 빈 객실이 없어 더 이상 예약을 받을 수 없었다.

웨스틴조선 호텔 관계자는 “이미 한국팀이 16강에 올라갔을 때 경기날인 26일 예약을 하는 손님도 생겨나고 있다”며 “16강에 올라갔을 경우에 대비한 이벤트와 마케팅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일부 식당은 썰렁~“한숨만 나온다”

반면 울상을 짓는 곳도 있다. 일부 음식점이다. 대부분의 응원참가자들이 밤늦게 돌아갈 것을 예상하고 든든히 밥을 먹고 응원에 참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허기진 배는 인근 편의점과 행상에서 파는 간단한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도 많다. 뿐만 아니다. 식당 이용객은 줄지만 화장실 이용객들은 늘어나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고 하소연 한다.

이날도 저녁 6시부터 서울광장 인근에는 거리 응원 참가를 위해 일반인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하지만, 식당을 찾는 손님들은 적었다. 인근 회사 직원들도 평소와는 달리 일찍 퇴근, 이 지역을 벗어났기 때문에 식당이나 업소 이용객들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글 :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이범희 기자 skycros@da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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