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과 KRA(한국마사회)가 함께 하는 경마 길라잡이
일요서울과 KRA(한국마사회)가 함께 하는 경마 길라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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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06-08 13:58
  • 승인 2010.06.08 13:58
  • 호수 841
  • 3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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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마 장구를 보면 우승마가 보인다
경마공원을 처음 찾은 고객들이라면 두 가지에 크게 놀란다. 우선, 서울 근교에 이렇게 잘 조성된 ‘공원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다음으로 명품 근육을 자랑하는 ‘경주마의 아름다움’에 다시 한 번 놀란다. 크고 맑은 눈망울에 운동으로 잘 빠진 다리, 그리고 탱탱한 엉덩이. 경주마를 처음 본 사람들의 공통된 반응은 “멋있고 예쁘다”이다. 이처럼 멋진 말들을 보고 있노라면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기게 마련이다. 바로 경주마들이 착용한 각종 장구에 대한 궁금증이 그것이다. 경마에 잔뼈가 굵은 경마팬들이야 각종 장구의 이름이며 사용용도까지 훤하지만 초보 경마팬들에게는 그저 거추장스런 물건이나 단순한 장신구 정도로 보일 수밖에 없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실은 이 같은 장구들이 경주마들의 습성을 파악하고 나아가 경주 전개를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경주마들이 착용할 수 있는 주요 장구를 살펴보면 가장 먼저 기수가 말을 자유자재로 통제하고 또 효율적인 추진을 하는데 도움을 주는 ‘재갈’류와 ‘재갈 보조 장구’류, ‘가면’류가 대표적이라 하겠다. 다음으로 굴레류, 다리보호장구 등이 있고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채찍’과 ‘편자’도 장구에 포함된다.

재갈류는 500kg을 넘나드는 거구의 말을 부리기 위해 말의 입에 물리는 가느다란 쇠막대 양 끝에 굴레를 만든 것이라고 이해하면 빠르겠다. 여기에다가 고삐를 잡아매어 말을 자유자제로 통제한다. 때문에 재갈을 물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말이 기수가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재갈을 말이 불편해 하지 않도록 말의 이빨과 이빨 사이 또 혀 위에 정확히 위치시켜야 한다. 간혹 말이 혀를 재갈 위로 자주 빼거나, 고삐의 동작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말들을 마필관계자들은 ‘재갈받이’가 좋지 않다고 말한다. 이렇게 재갈받이가 나쁜 말들은 선천적으로 감각이 둔하거나 혹은 재갈을 무는데 적응이 덜 된 경우가 많다.

만일 경주 중 재갈과 고삐의 제어 시스템이 매끄럽지 않을 경우 경주력에도 큰 영향을 미쳐 해당 마필이 갖고 있는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가장 표준적인 재갈은 재갈대의 중앙부가 작은 고리로 연결되어 있어 부드럽게 말의 입에 고삐의 신호가 전달되는 ‘O형 재갈’이다. ‘O형 재갈’은 좌우로 심하게 기대거나 흔드는 말 등에 사용하는 기본 재갈로 ‘D형 재갈’, ‘가지 재갈’, ‘반가지 재갈’, ‘반가지 큰 고리 재갈’, ‘계란형 큰 고리 재갈’ 등이 있다. 모든 재갈들은 모양만 조금씩 다를 뿐 기본적인 원리는 ‘O형 재갈’과 유사하다.

재갈 보조 장구로는 ‘혀 보정 끈’, ‘재갈보정판’, ‘재갈보정 끈’, ‘재갈보정밴드’, ‘구각자극판’ 등이 있다. ‘혀 보정 끈’은 말 그대로 혀를 입 밖으로 내지 못하도록 고정하는 역할을 한다. ‘재갈보정판’은 재갈 고리 끝에 작은 원판모양의 보형물을 같이 달아 재갈 고리가 입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고 재갈대가 바르게 위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재갈보정밴드는 ‘재갈받이’가 나빠 혀를 재갈대 위로 넘기거나 입 밖으로 빼는 말에게 사용하는 장구로 기승자의 고삐조작이나 말의 ‘재갈받이’에 방해를 주지 않고 확실하게 부조를 전달하는 데 효과적이다. 구각 자극판은 가죽이나 고무 등의 재질로 만든 원형판에 짧고 강한 털이나 철사를 부착시켜서 만든 것으로 입 주위에 붙여 놓으면 심하게 기대는 말의 질주 습성을 고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행 중 우측으로 사행하는 경주마의 경우 오른쪽 재갈에 적절한 구각 자극 판을 설치하면 사행을 하지 않고 똑바로 주행할 수 있게 된다. 가면류는 안면에 모래가 닿는 것을 싫어하는 말에게 사용하는 ‘단순가면’과 안면에 모래가 닿는 것뿐만 아니라 소리에 민감해서 난폭해지는 말에게 사용하는 ‘귀가면’, ‘단순가면’에 양 쪽 눈 뒤편에 컵 모양의 눈가리개를 부착해 시선을 전방으로 집중시켜 말을 똑바로 달리게 하는 ‘눈가면’, 그리고 ‘눈가면’과 ‘귀가면’의 용도가 혼합된 ‘눈귀가면’이 있다. 이 가운데 ‘눈가면’은 그 형태에 따라 틈새형과 3구형 등으로 세분화되기도 한다. 특이한 눈가면이 하나 있다. 바로 ‘망사 눈가면’이 그것이다. 단단한 철사재질로 만들어진 망사가 경주마의 눈을 덮고 있는 형태다. ‘망사 눈가면’은 주로 얼굴에 모래가 튀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말에게 주로 쓰인다.

채광을 줄여주는 효과 때문에 경주마를 안정시키는 효과도 있다. 국내에서는 잘 쓰이지 않다가 부경경마공원의 국내용병 1호 조교사인 울즐리 조교사가 사용한 이후 최근에는 많은 조교사들이 애용하고 있다. 경주마들이 착용하는 장구들은 이처럼 말의 습성이나 경주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장구를 착용하는 마필들은 반드시 출주 장구를 사전에 공지해야 한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장구 착용 자체를 ‘재결전문위원’에게 승인 받아야 한다. 살아있는 동물과 함께 승부를 겨루는 유일의 스포츠인 경마. 사람과 동물의 호흡이 가장 중요한 스포츠인 만큼, 사람과 말을 이어주는 매개역할을 하는 이 같은 장구에 경마의 모든 비밀이 숨겨져 있는 셈이다.

주말에 경마공원을 찾을 계획이라면 멋진 경주마를 감상하는 데 그치지 말고, 경주마별로 착용한 장구를 단서로 그 경주마의 습성이나 경주 전개 방향을 예상하는 날카로운 탐정이 되어보자. 경마를 ‘추리의 스포츠’라고 말하는 이유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제공:한국마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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